최근 숏츠나 릴스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단연 스모크 챌린지일 것이다. 다이나믹듀오와 이영지가 함께 부른 힙합곡이기도 한 Smoke는 최근 스트리트우먼파이터 2(이하 스우파 2)의 리더 계급 미션곡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스우파 2 참여팀 중 우월한 키와 깔끔한 춤 선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팀 BEBE의 리더 바다가 만든 작품이 리더 계급 안무로 채택되었다. 현재 스모크 챌린지는 스우파 2에 참여한 댄서들을 비롯해, 스맨파 1위에 빛나는 저스트절크의 영제이, 스우파 1의 준우승팀인 훅의 아이키 외에도 일반인과 연예인을 넘어 BTS의 정국과 뷔까지도 챌린지에 참여해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스우파 시즌1의 헤이마마 안무도 그랬고, 스맨파에서 유행했던 지코의 새삥 안무 때도 같은 생각을 했지만, 시즌2에서 큰 관심을 받는 이 곡 역시 한 번은 따라 춰 보고 싶어지는 걸 보면 춤에 관한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나 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춤을 췄던 건 초등학교 체육대회 때였다. 연지곤지를 찍고 꼬마신랑 꼬마신부 춤도 추고, 에어로빅을 방불케 하는 단체 댄스에도 도전했었다. 본격적인 댄스공연은 뒤늦게 걸스카우트에 합류한 다음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까만 모자에 양복 느낌의 정장을 갖춰 입고 당시 유행했던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연습해서 공연했다.
걸스카우트 졸업 공연으로는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에 맞추어 노래를 살리기 위해 장미꽃 같은 소품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가사에 몹시 충실한 2인 안무를 짜서 14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이 모래로 가득한 씨름판 위여서 무릎을 꿇는 동작을 어떻게 하나 하고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동안 춤은 내 인생에서 그저 보는 것이 되었다. 다시 댄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생이 되어 연극부를 시작하면서였다. 10월에 예정된 축제 때 올릴 50분 분량의 공연을 위해 여름방학 전부를 연극 연습에 매진했는데, 나의 배역은 친구 6과 반장으로 대사는 겨우 한두 마디에 불과했지만, 학생역할의 단체군무를 모두 같이 추어야 했다.
초등학교 때 이후 춤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터라 식은땀이 날 만큼 자신이 없었고,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몇 날을 악몽까지 꿀 정도로 떨었다. 고맙게도 안무를 맡은 친구가 입박자를 세며 한 동작씩 친절히 가르쳐 준 덕분에 어렵게만 보였던 공연의 하이라이트 댄스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다녔던 중, 고등학교에는 체육과 별개로 무용 과목이 있었다. 즉, 고 3 때만 제외하고 5년 내내 무용을 배운 거다. 학교에는 무용수업을 위해 전면이 거울로 된 무용 수업실이자 전용 연습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토슈즈까지 갖춰 신고 발레부터 시작해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까지 기초 동작들을 학습했다.
무용실에는 곤봉과 리본, 공까지 리듬체조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이 학급인원수만큼 충분히 있었다. 중학교 때는 몸을 사용하는 기초를 배웠다면 고등학교 때는 수행평가 조별 과제로 직접 안무를 창작해야 했다. 조장을 맡게 되어서 당시 막 데뷔했던 아이돌 그룹 “킵식스”의 곡으로, 기본 안무를 따고 우리가 구상한 동작들을 추가하여 다른 반 친구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는 A를 받았다.
학창 시절을 마치고 나서도 춤과 안무와의 인연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어졌다. 열정을 불태웠던 대학생 선교단체에서는 새 신자 환영회 때 전신갑주를, 부활절 때는 증인들의 고백을, 추수감사절 때는 꿈의 사람 요셉을 공연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 고등부 아이들과 함께 꿈의 사람 요셉 공연 중 3~5곡을 발췌하여 재구성한 후 각각의 곡에 맞는 안무를 짜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청년부 때 섬기던 교회에서는 11년간 드라마 팀을 하며 매년 두세 번씩 단체 군무가 두 곡 이상 포함되어 있는 뮤지컬과 연극 공연을 올렸다.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달았기에 계속 공연 무대에 서기 위해 부족한 춤 실력을 보완하고 싶어 방송 댄스를 1년 넘게 다녔다. 그러고도 여전히 댄스에 목이 말라서 연습실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드라마팀 선배에게 아크로바틱과 댄스 기본기를 배우기도 했다. 공연팀에서 진행한 길거리 플래시몹 frozen도 생생하다.
가끔은 주변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 뮤비를 보고 안무를 따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일도 있었다. 특히 중등부 여름수련회 특별이벤트로 아이돌 춤을 추고 싶다는 전도사님 두 분께 아이돌 뮤비를 보고 동작을 따서 안무를 전수하기도 했다. 수련회장에서 전도사님의 아이돌 댄스를 본 아이들은 열광했다.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교 축제 때 젊은 선생님들의 단체댄스를 준비하라고 해서 방과 후에 시간을 내어 3개월 정도 같이 춤을 연습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평소보다 눈이 반짝거리고 생기가 넘친다는 피드백을 정말 많이 들었던 걸 보면 춤은 즐겁고 신날 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 활력을 더해주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이번 스모크 챌린지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버전은 아이키, 어른키라는 이름으로 HOOK의 아이키와 BEBE의 바다가 함께 SMOKE를 추는 영상이었다. 멋지게 춤추는 사람들을 보며 잠자고 있던 댄스열정이 또다시 끓어오른다. 이번 연휴에는 오랜만에 댄스연습에 도전해 봐야겠다. 모두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