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다. 항상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그저 자신의 상황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뿐. 진짜로는 누군가가 생명을 버리고 싶어 하는 나를 붙잡아 주길 간절히 바라는 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는 대만에서 크게 히트한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타임슬립을 주제로 한 로맨스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마음 깊은 곳이 건드려졌다.
2023년에 살고 있는 서른여섯 살의 커리어 우먼 한준희, 평생의 사랑인 남자친구 구연준은 1년 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였다. 준희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연준이가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연준의 사망신고를 하겠다는 연준이 누나의 연락을 받고 준희의 마음은 무너진다.
너무도 그리운 마음에 보이지 않는 연준의 흔적을 찾는 준희. 그녀에게 작은 택배가 배달되어 오고, 봉투 안에는 오래된 워크맨과 가수 고 서지원의 카세트테이프가 들어 있다. 카세트테이프 안에는 "이 테이프가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너를 데려다주길..."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버스 안에서 워크맨으로 '내 눈물 모아'를 들으며 연준을 그리워하다가 잠든 준희는 낯선 병원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눈앞에 와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구연준. 준희는 눈물을 흘리며 연준을 껴안고 남학생은 몹시 당황한다. 알고 보니 그곳은 1998년, 준희는 권민주라는 여학생의 몸에서 깨어나 죽은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남시헌을 만나게 된다.
드라마는 2023년 현재와 1998년의 과거가 계속 섞이며 준희와 민주, 시헌과 연준을 오버랩하듯 보여준다. 전혀 다른 성격, 나이, 상황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준 전여빈 배우와 눈호강 시켜주는 안효섭 배우 덕분에 이 드라마의 판타지적 설정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드라마 내용 전개도 전개지만, 마지막 부분 민주가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부분에서는 실제로 찢어지는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일까? 민주를 향한 준희의 당부에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 세상을 향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살아가다가, 나의 노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커다란 절망 앞에서 모든 것이 무너졌던 경험.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더 애쓸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그저 스스로의 생명을 끝내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당시엔 너무 힘들어서 내 주위엔 아무도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 기억 때문에 누구도 믿지 못하고 쉽사리 곁을 내어줄 수도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삶은 어차피 혼자라는 생각을 하며 이를 악물고 겨우겨우 버텼다. 그러다 보니 소중한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것조차 볼 수가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내 곁에 남아준 소중한 사람들, 그 고마움을 어리석게도 이제야 깨닫는다. 마지막화를 보며 하염없이 울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을 보고 난 후, 왠지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 작품을 통해 내 마음이 늘 허전했던 이유에 대한 대답을 뒤늦게나마 찾게 된 것 같다. 잠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계속 살아갈 이유를 다시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