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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Jun 01. 2023

바밤바, 배뱀배 그리고 벼볌벼

꽤 오랜 시간 중후하고 묵직한 역할을 주로 맡아서 해 온 선 굵은 배우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그의 배역은 언제나 말이 적었고, 말보다는 주로 행동을 먼저 보여주는 배우였다.


   그런 그가 언젠가 작품 홍보를 위해 한 예능에 나왔다가, 늘 보여주던 묵묵하고 묵직한 그 모습 그대로 진지하게 바밤바 삼행시를 구사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반전의 유머를 선사한 적이 있다. 주로 선한 사람보다는 악인을 연기했기에 그의 반전은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덕분에 그는 MZ세대가 즐겨 향유하는 숏츠에 등장하여 수많은 좋아요를 받았고, 여기저기 예능에 초대되어 입담을 뽐내고 광고까지 촬영하는 인기를 얻었다. 1976년 출시되어 40년 넘게 장수하던 바밤바는 박성웅이라는 배우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해태는 바밤바의 인기를 다음 세대에도 이어가기 위해 여러 가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걸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밤바와 포장지 느낌은 비슷하지만 속재료가 달라 이름도 다른 신상 아이스크림 바, 배뱀배와 벼볌벼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배뱀배는 주원료가 배로 되어 있어 같은 회사에서 출시했던 음료 '갈아 만든 배'와 거의 흡사한 맛이다. 벼볌벼는 그 재료가 벼, 즉 쌀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바인데 내 취향에는 맛이 연한 느낌이라 살짝 아쉬웠지만 남편의 입맛에는 딱 맞다는 평을 들었다.

   

   올해 야심 차게 출시한 배뱀배와 벼볌벼는 바밤바의 인기를 뛰어넘기는 힘들 것처럼 보이지만, 그 포장지와 이름에서 기가 막힌 라임을 뽑아낸 성의와 새로운 맛을 궁금해하는 아이스크림 얼리어답터들에 의해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게 될 것 같다.

   

   이 세 개의 아이스크림 바를 보면서 왠지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직종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3개월이 지나고 이번 주말이면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 지 딱 100일이 된다. 20년 가까이 학교에서 일해왔고 이전에 하던 일과 유사한 지점들도 많지만 분명 새롭게 배우고 달라지고 있는 것들도 꽤 많다.


   40년이나 자리를 지켜 온 바밤바가 배뱀배와 벼볌벼로 스스로를 갈고닦아 새로워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나 역시 20년의 경력에 안주하지 않기를 다짐한다. 마음을 열고 모르는 것은 적극적으로 배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도 능력을 더 다듬으며 날마다 발전하는 사명을 가진 교사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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