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디쯤 있는 걸까? 네가 가 있는 세계는 너무 깊고 넓어서 나는 사라진 너를 찾을 수가 없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갈 때마다 풀어야 하는 수많은 상징들과 의미들, 무수한 문제 속에 길을 잃어.
낯선 곳에서 너를 잃어버리고 혼자가 될까 두려워진 나는 양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애써 만든 나팔을 입가에 대고 있는 힘껏 네 이름을 불러.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가고, 마침내 너는 내가 알지 못하는 비밀로 가득한 숲에서 나와 내게 메아리가 된 소리를 되돌려 주지.
때론 혼자서 기다리기가 너무 지쳐 다른 세상을 탐험해 보기도 해. 그곳엔 겹겹이 쌓인 나이테들이 가득하고,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선들이 가장 흥미로워. 나는 마치 요정이 된 것처럼 새로 생긴 선을 따라 거대한 나무를 한 바퀴 돌아.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적절할 때 눈을 떼지 못하면 언제까지고 나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야 한다는 거야. 선은 모두 이어져 있으니까 타이밍을 놓치면 나이테의 원 안에 갇히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
무사히 벗어난 뒤, 다시 너를 찾아보지만 넌 여전히 보이지 않네. 너의 세계 속에 완전히 잠겨 버려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아. 내 목소리가 너에게까지 가 닿지 않는 것 같아 최후의 수단으로 비명을 질러. 그제야 너는 깊은 우물 속에서 돌아와 나의 안부를 물어.
우리는 길 위에서 만나 손을 잡고 함께 가기로 했잖아. 분명 같은 길 위에 있기로 했는데, 자꾸만 깜빡이며 사라져 가는 널 붙잡고 싶어.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확인하고 있다는 걸 너는 알까. 내겐 너무도 낯선 숨겨진 너의 세상 속에서 오늘도 너를 찾아 이 거리를 헤매고 있어.
이제 그만 돌아와 줘. 네 흔적을 겨우 붙들고 있는 양손에 쥐가 날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비어버린 내 손을 꽉 잡아줘. 정말 내가 지쳐 잡고 있던 것마저 놓아버리기 전에. 다시 한번 서로를 반짝이게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