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연휴가 너무 길었나 보다. 양가를 방문하느라 오히려 더 분주했어야 할 시기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예상치 못하게 푹 쉬었더니 그새 밤낮이 바뀌어 버렸다. 기본적으로 야행성에 가까운 사람인지라 다음 날 굳이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잠드는 시간은 한정 없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연휴 내내 평균 취침 시간이 3~4시 정도였다.
6일간의 연휴가 끝나고 내일은 출근한다는 것을 인지하여 일찍 자려고 노력했는데도 막상 잠든 시간은 2시 반이 넘어서였다.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은 되어야 푹 잤다고 할 수 있는데 오늘은 결과적으로 5시간도 채 못 잤더니 업무 하는 내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이 자꾸만 아래로 내려앉는다. 분명 몸은 출근해서 사무실에 있는데 나의 마음은 아직 휴일이길 바라는 생각으로만 가득하다.
한글날까지 그냥 쭉 쉬는 연휴였다면 더 좋았을까? 아니면 10월 10일에 두 배, 세 배로 더 피곤할 것인가라는 의미 없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혼자 떠드는 중이다. 이런 연휴조차 제대로 못 쉬는 직종의 친구들이 있어서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3일만 출근하면 다시 3일간의 연휴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계속 업무는 하겠지만 반쯤은 가수면 상태로 멍하니 오후를 때울 것 같기도 하다.
하려고 들면 해야 할 일은 언제나 넘쳐나고, 오늘만 해도 점심시간을 활용한 10월의 두 가지 행사를 새로 시작하긴 했다. 동시에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도서가 있고, 번호가 잘못 표기된 도서 라벨을 교체하려고 책을 50여 권 쌓아뒀는데, 이번 주는 도저히 꼼꼼하게는 못할 것 같다. 글쓰기도 오늘은 변명인지 잠꼬대인지 모를 의식의 흐름 작법으로 마무리하려고 시동을 거는 중이다. 연휴 후유증 모두 잘 이겨내시고 좀 나아진 모습으로 내일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