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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Nov 06. 2023

어떤 날

그런 날이 있다. 저 깊은 아래에 이제까지 묻어두었던 모든 감정들이 손쓸 틈도 없이 휘몰아쳐 올라오는 날 말이다. 메머드급 허리케인과 같은 소용돌이가 불어와 평안하고 잠잠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가면과 거짓을 온통 무너뜨린다.


   찰랑찰랑 물이 차올라 있던 댐이었다.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은 비가 쏟아지면 범람이 시작되는 것처럼 터져나올 곳을 찾은 듯 단번에 콸콸 흘러넘쳤다. 한 번 넘쳐버리니 도저히 잠글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물줄기가 잦아들 때까지 놔둘 수밖에 없었다. 


   예전 같으면 그런 내가 싫어 부정하고 덮으려 애썼겠지만, 이번엔 그저 진정되고 나아질 때까지 가만히 놔두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주말이라 내 못난 모습을 볼 사람은 옆지기 뿐이었다. 덕분에 참지 않고 마음껏 엉엉 소리내어 한참을 울었다. 


   누구나 모든 게 완벽하고 행복하기만 한 날은 없을 테니까, 어떤 날은 괴롭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신나기도 하고, 다른 날은 슬프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게 평범한 거 아닐까. 한바탕 감정을 쏟아냈으니 눈물을 닦아내고 나면, 다시 힘내서 하루씩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이 어떤 날이었든 좋지 않았던 기분은 잊고 좋았던 시간을 되새기며 모두 푹 잠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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