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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Nov 22. 2023

송현아와 김현아

며칠 전, 유명하다고 말로만 듣던 김현아를 만나고 왔다. 이미 송현아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김현아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아시는 분은 이미 다 알겠지만 여기서 김현아와 송현아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김포점고 송도점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나는 쇼핑몰이나 패션 쪽에 큰 관심이 없는데, 오히려 남편이 새로 생긴 큰 쇼핑몰 구경을 즐기는 편이다.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뀐 것 같지 않냐고 말할 정도로 새로운 몰이 생기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남편이다. 평소 동네에서도 스타필드는 물론이고 코스트코, 이마트 등 새로운 매장이 생길 때마다 날을 잡아 탐방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몰이 개장한다는 뉴스 기사가 뜨면, 남편에게 보내주고 언젠가 함께 가자고 약속도 한다. 


   여의도 더 현대도 개점 당일은 인파가 몰릴 것 같아, 개점 후 4일 만에 방문했던 이력이 있다. 송도 현대 아웃렛은 시댁 식구들과 식사하러 전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김포에도 현대 아웃렛이 생겼단 소식에 조만간 구경을 가자고 약속했었다, 사실 ‘언젠가 한 번은 가겠지.’하는 마음으로 툭 던진 말이었다. 말을 꺼내고 정작 나는 잊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그 사건이 생겼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이 분주한 날이었다. 바쁜 날에 입고 있는 옷이 불편하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고 몸이 힘들다. 일부러 꽤 오랫동안 편하게 입고 다니던 바지를 골라 입었다. 특별히 날이 춥다고 해서 안팎으로 든든하게 챙겨 입고 나가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우리 집 강아지의 격한 환영을 받다가 보니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바지가 갈기갈기 찢긴 느낌으로 해어져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천만다행으로 겉옷이 두꺼웠고 레깅스를 안에 이중으로 입어서 괜찮았다.


   남편에게 바지가 다 해져서 버렸다고 했더니, 대뜸 “그럼 주말에 바지 사러 가자.” 한다. “어디에서 바지를 사? 갈만한 데가 있어?” 물어보니, “현대 아웃렛이 김포에 생겼다며 거기 가면 되지.” 했다. 그렇게 우리는 주말에 김현아로 향했다. 처음 가본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김포점에는 야외 공간에 냇가처럼 조성된 곳도 있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벤치와 통창으로 된 프라이빗 존, 펫파크 존까지가 모두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브랜드를 잘 모르다 보니 그나마 익숙한 브랜드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가장 무난한 P 브랜드부터 차례차례 둘러보기로 했다. 몇 군데 가게를 보다가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분명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이라 적게는 30%부터 많게는 70%까지 할인하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이었음에도, 바지 한 개의 가격이 후덜덜했다. 다른 가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급기야 쇼핑하러 온 본래의 목적을 포기하고 대신 늦은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날씨가 꽤 쌀쌀한 편이었는데도 각 건물과 가게마다, 야외에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나 같이 모두 편안하고 즐거운 얼굴이었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진으로 남긴 내 얼굴도 평소보다 환했다. 쇼핑하러 갔다가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김포 현대프리미엄 아웃렛과의 만남이었다.


ps: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을 발견해서 놀란 ㅇㅅ 샘과의 깜짝 만남도 너무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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