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그 기도가 응답받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대답이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언젠가 때가 되면 신실하게 답해주실 것을 기대하고 신뢰하며 우리는 기도한다.
때로 나의 기도에 명확한 응답이 없을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혹은 기대하지 않았던 말씀이나 찬양을 통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을 통해서 그분의 마음을 내게 전해주시기도 한다.
가장 간절한 순간에 위로부터 부어주시는 사랑과 위로가 가득 담긴 응답이 돌아오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촉발된 기쁨과 감사가 눈물이 되어 말릴 틈도 없이 흘러내린다. 특히 요즘에는 내년의 진로를 두고 기도하며 조금씩 고민하고 있었다. 현실적인 장단점이 명확히 보이니 인간인지라 당연히 고민이 컸다.
다만 한 가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하나님이 가라고 하시는 곳에 가고, 하나님이 있으라고 하시는 곳에 있겠다고 했다. 욕심을 부리면 겉으로 더 좋아 보이는 곳에 갈 수도 있을 거다. 아니면 몸이 더 회복될 때까지 충분히 쉴 수도 있다. 여러 경우의 수들을 내려놓고 결국은 내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세우시는 곳에 있겠다고 고백했다.
어떤 방향으로 나를 이끄실지 잠잠히 기다리고 있었다. 2주쯤 전인가?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곡이 있었다. 왠지 낯설지 않고 음이 익숙하다.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바로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네'라는 제목의 곡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네
내가 이 자리에 선 것도 주의 부르심이라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결코 실수가 없네
나를 부르신 그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믿네
작은 나를 부르신 뜻을 나는 알 수 없지만
오직 감사와 순종으로 주의 길을 가리라
때론 내가 연약해져도 주님 날 도우시니
주의 놀라운 그 계획을 나는 믿으며 살리
날 부르신 뜻 내 생각보다 크고
날 향한 계획 나의 지혜로 측량 못하나
가장 좋은 길로 가장 완전한 길로
오늘도 날 이끄심 믿네
-손경민&갈보리싱어즈, 하나님의 부르심"
내 속에 살아계신 성령 하나님께서 생각나게 하신 찬양이었다. 가사를 찾아 다시 한번 읽으면서 지금 내가 여기에 서 있는 것이 그분의 뜻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내년 그리고 내후년 그 어떤 날도 장담할 수 없지만,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하나님께서 온전히 인도하실 것을 믿고 평안을 얻었다.
평소 아침 예배 때마다 하루에 한 곡씩 주로 찬송가를 부른다. 근데 그날 아침에는 같은 찬양곡의 악보를 나눠주셨다. 마음에 와닿는 지점들이 계속 있어 기쁘게 열과 성을 다해 찬양했다. 또 오늘 주일 아침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갔는데, 선교주일로 지키는 날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찬양곡 역시도 같은 찬양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제까지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반복해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방법으로 들려주실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찬양의 가사처럼 후회도 실수도 없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믿으며 부르신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겠다. 작은 나를 부르신 뜻을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오직 '감사와 순종으로' 주님의 길을 갈 수 있다면 좋겠다. 가장 좋은 길로 가장 완전한 길로 매일 변함없이 나를 이끌어 주실 테니까 말이다.
앞으로도 그분의 신실하심을 의지하며 두려움 없이 또 한 걸음씩 전진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