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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Dec 06. 2023

쉼표가 필요한 순간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빴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길 플레이리스트에서 흐르던 노래 한 곡에 귀가 쫑긋했다. 가사를 곰곰이 들어보는데 마치 내게 건네는 위로 같아서 마음이 뭉클했다.


“너의 오늘 하루는 어때 / 궁금해 내게만 알려줄래?

그렇구나, 지쳤겠네. / 겨우 살아내고 있었겠네. 묻길 잘했네.

꽤 오랜 시간 견뎠네. / 대견해 고생했어. 기특해

버티기가 힘들 땐 눈치 보지 말고 다가와도 돼. / 그래 그렇게.


내 어깨 빌려줄게. / 어떡해? 자리가 많이 남네.

더 편하게 기대서 쉬어도 되겠네. 그치?

마침 딱 Interlude네.


힘내라는 말 안 할게. / 다 놓은 채 그냥 포기해도 돼.

최선을 다했기에 지쳐버린 너의 모습 / 그대로 아름답기에

내 품에 널 안은 채 / ‘사랑해’라고 말해 줄게


이 세상 어디에도 네 편이 없다 느껴질 때,

너의 편이 되어 줄게

깊게, 달게 자렴. -이무진, 쉼표(무인도의 디바 ost)”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명곡이 또 하나 탄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에 버금가는 힐링송이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어찌나 마음을 두드리는지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노래를 들으며 그제야 ‘내가 많이 지쳐있었구나’라는 걸 자각했다.


   평소 사람들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내게는 삶의 소소한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가 꼭 필요하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서운하고 서러운 기분으로 울며 잠든 적이 많았다. 게다가 올해는 가장 친했던 동료샘들도 대부분 육아휴직 중이라,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걸 뻔히 알면서 연락하기가 미안하다.


   올해 가정교회가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같은 가정교회에서 삶을 나누던 분들도, 함께 훈련받았던 제자반들도, 같이 고등부 교사로 섬기던 선생님들도 뿔뿔이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사람을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인 줄은 알고 있지만 정 붙일 데가 없다고 해야 하나. 은근히 마음속으로 낯을 꽤 가리는지라 마음 편하게 대화를 나눌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은 지금의 상태가 참 어렵다. 계속 힘들었으면서도 괜한 약점을 보일까 싶어 쿨한 척, 괜찮은 척했던 것뿐이다.


   소속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어쩌면 안으로는 곪아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육아하고 있는 친한 선생님에게 부럽다고 했더니, "너무 예쁜데 너무 힘들어요." 하신다. 얼마나 힘드실지 머리로는 알지만, 그래도 온전히 아이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시간과, 아이에게 전적으로 사랑받는 순간을 보내고 있는 그분이 진심으로 부럽다.


   잠깐의 여유도 찾기 힘들 만큼 분주하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연말이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좋은 사람들을 차례차례 만나 쉼표다운 쉼표를 제대로 찍어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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