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rl K Dec 13. 2023

100일의 행복

드디어 그날이 왔다. 100일의 글쓰기 시즌2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100번째 글을 쓰는 날 말이다. 좀처럼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날인데, 지금 여기 내 눈앞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무사히 당도했다.


   지난해에 많은 쓰뱉러들이 100일의 글쓰기에 도전했을 때만 해도 곁에서 함께 쓰며 응원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었고 그걸로 만족했었다. 3년째 매년 100편이 넘는 글을 써 왔으니 이미 도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내심 생각하기도 했었다. 일단은 연재하던 목차글을 마무리하는 게 우선이었고, 작년 연말 계획했던 대로 총 55개의 꼭지를 무사히 다 쓸 수 있었다.


   ‘애들은 좋은 말 안 들어요, 좋아하는 사람 말 듣지’는 그렇게 1편, 2편, 3편, 외전까지 총 4권 분량으로 완성하여 브런치 북으로 출간했다. 지난 3년 동안 쓰고 있던 연재를 마치고 나니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했지만, 무언가를 영영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글을 쓸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었는지 쓰는 행위 자체가 멀게만 느껴지는 시간을 보냈다.


   2023년에는 적극적으로 안 써 보겠다고 말하며 글쓰기의 텀을 늘리겠다고. 대놓고 공공연하게 말했지만, 이 정도로 안 쓰게 될 줄은 몰랐었다. 마침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적응기가 필요했고, 눈 코뜰 새 없이 하루가, 한 주가, 몇 달이 사라졌다. 쓰는 날이 줄어드니 가끔 글을 쓰고 싶어도 막상 써지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글쓰기인데 글을 쓰는 시간이 괴롭기만 했다.


   꾸역꾸역 글쓰기를 이어가고는 있었지만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 건지, 과연 이것이 읽힐만한 글이기는 한 건지 자신감을 점점 잃어갔다. 글을 쓰며 힘을 얻고 그것이 또 다른 글쓰기로 이어져 가는 원동력이 필요했다. 그때 100일의 글쓰기 시즌2가 시작된다는 공지를 보았다. 안 그래도 바쁜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일단 지르자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던 중이었다.


   쓰뱉의 프로 독려자 선오 님이 그때 손을 내미셨다. 다 같이 으쌰으쌰 하며 함께 쓰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순식간에 참여 인원은 스물다섯 명에 육박했다. 이왕 쓰는 거 같이 쓰면 좋을 것 같아 몇 분의 멱살을 잡아드리기도 했다. 혼자 쓰기보다 함께 쓰기가 힘이 세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었으니까. 그렇게 100일의 글쓰기 시즌2는 막을 올렸다.


   100일쯤이야 너끈히 써낼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띄엄띄엄 100일을 쓰는 것과 주말을 포함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100일 동안 글을 쓴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가득 찼던 자신감은 시간이 갈수록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져 갔다. 어떤 글도 쓸 수 없을 만큼 머리가 텅 비어버린 날에는 ‘그냥 다 때려치우고 그만둘까’를 여러 번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기에는 그동안 쓴 날들이 아까워서, 일단 시작했으니 완주는 해 보고 싶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쓰려고 노력했다. 물론 100일 동안 썼던 글들이 최고의 글은 아니었고, 최선의 글도 아니었지만 100일을 쉬지 않고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나 자신과 함께 썼던 동지들을 칭찬하고 격려해 주고 싶다. 슈퍼패스가 필요할 때마다 번호 신공으로 조금의 쉴 틈을 얻기도 하고, 글이 써지지 않아도 어떻게든 쓰다 보니 우리에게 100일의 글쓰기를 완주하는 기적이 마침내 일어났다. 


   처음에 했던 결심과는 달리 모든 도전자에게 댓글을 달지도 못했고, 심지어 최소한의 ‘좋아요’조차 누르지 못한 분들이 많아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하지만 함께 써 온 시간만큼은 귀중한 글쓰기의 경험으로 기억에 그리고 마음에 새겨질 것 같다. 100일의 글쓰기 시즌2로 달려온 멤버들, 격려해 주신 분들, 좋아요와 댓글로 반응해 주신 독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고백하고 싶다. 쓰고 뱉고 읽고 반응하면서 그렇게 마침내 100일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약속된 시간이 왔어요 그대 앞에 있어요 두려움에 울고 있지만 /눈물을 닦아 주었어요 그때 내 손 잡았죠 일어날 거야 / 함께 해준 그대에게 행복을 / 눈 감고 그댈 그려요 맘속 그댈 찾았죠 나를 밝혀주는 빛이 보여 / 영원한 행복을 놓칠 순 없죠 그대 나 보이나요 / 나를 불러줘요 그대 곁에 있을 거야 너를 사랑해. / 함께 해요 그대와 영원히 by H.O.T.-행복”

매거진의 이전글 산책의 유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