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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Jul 30. 2024

나의 앞마당


새벽까지 뒤척이다 늦게 잠들었는데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새벽 5시, 간단히 준비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일출을 보러 바다로 나왔다. 눈앞에 있는 바다는 아무 하릴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다.


   내가 바라보고 싶은 내 앞마당의 경치는 바로 이런 곳이다. 수백 번이고 수천 번이고 마주 보아도 파도가 치는 건 그 어느 하나 지루하지도 뻔하지도 않다. 하늘의 맑음과 바다의 푸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거품, 자연다운 초록이 맞닿아 있어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이 장엄함 앞에서 살고 싶다.


   인간이란 장엄함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고 한다. 침묵이 가장 편안한 시간, 바다 앞에서는 늘 그렇다. 복잡한 머리도 마음도 그저 비워지는 기분이다. 내게 쉼이란 바다 앞에서 나를 털어내는 시간이다. 그래서 지칠 때는 언제나 바다가 그립고 보고 싶다.


   한동안 어떤 글도 쓰지 못했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써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몇 줄을 쓰려다가도 그다음이 선뜻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늘 부담만 가득한 막막한 마음을 바다에 기댄 채, 짧은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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