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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위의 우주

by Pearl K

지난번 일이 있은 이후로 조금씩 더 일찍 잠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충분한 수면이 삶의 질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퇴근 후 평소보다 이른 저녁을 먹고, 충분히 소화시킨 다음 미리 잘 준비를 다 하고 나서 11시가 되면 불을 다 끄고 자리에 눕는다.


어제는 날이 습하고 더워서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아 짝꿍과 소파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 우리 집 천장이 수많은 별들로 반짝이는 거다. 처음에는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생각했는데 도배할 때 그레이톤에 반짝이는 효과가 들어간 벽지를 선택했었다는 게 어렴풋이 기억났다.


하늘 위 별들처럼 신기하게도 천장에서 반짝이는 별들도 발견할수록 하나씩 더 개수가 늘어갔다. 마치 우리 집이 플라네타리움이 된 것만 같았다.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앉아 반짝이는 별빛들을 둘이서 한참이나 감상했다.


밤하늘의 별이 우리 집 천장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낮에는 햇빛에 가려 보이지 않고 밤에는 각자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몰랐던 별빛으로 가득 찬 우주가 바로 우리 집 천장 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 우주 속에선 나도 모르게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미련하게도 사람이란 어둠에 처할 때만이 빛의 중요함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존재다. 주변이 온통 밝으면 아무리 빛나는 무언가가 있어도 잘 알아채지 못한다. 환하던 불이 꺼진 후에야 비로소 진짜 반짝이는 것, 내게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가 보다.


바쁘게 사느라, 쉼이 없는 삶을 버텨내느라 서로의 얼굴도 마음도 잘 보지 못하고 주변의 사소한 반짝임 들도 발견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저 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잊고 살았다. 이렇게라도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나 보다.


작은 수면등에 반사되어 반짝임을 더하던 우리 집의 우주는 내게 생각지 못했던 지점을 일깨워주었다. 화려하게 눈부신 빛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함께 손을 잡고 의지하며 걸어갈 수 있는 작은 빛 하나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는 지금 함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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