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새로운 3월을 맞아 출발하는 이 시기에, 나는 왠지 모르게 내 방 안에 갇혀 세상으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기분이다. 암울하고 괴롭기만 했던 시간이 이제 끝나고 새 희망이 가득할 거라 믿었던 새해 초, 즐거운 상상을 잔뜩 했었다. 하지만 그 여유로움은 너무도 짧았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 혹은 ‘초자연적인 절대자, 창조자 및 종교 대상으로서 신자가 두려움과 경건함, 자비와 사랑, 의뢰심을 가지는 일’이라고 적혀 있다. 한동안 아무도 믿지 못해, 스스로 사람들을 멀리하고 안으로만 깊게 파고들던 내게 다가온 고마운 이들은, 천천히 그리고 다정하게 누군가를 믿어도 좋다고 알려주었다.
직장이란 곳이 다 그렇지만, 모든 게 좋기만 할 순 없어도 냉랭하게 얼어붙은 내 마음을 따스함으로 녹여준 이들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또 다른 시기를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진심을 받은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누군가의 생각과 타이밍은 달랐던지 뜻밖에 일하던 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왔다. 정원 외 자리이고 누군가 발령 난 것도 아닌데, 겨울 설원에 얇은 티셔츠 한 장만 입고 내쳐진 듯 차갑고 서럽다.
급히 다른 자리를 찾아봤지만, 설 연휴가 겹쳐 시간은 빠르게 흘러만 갔고, 뒤늦게 원서를 낸 곳들조차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또 내가 부족한 탓인가 자책만 하게 된다. 그동안 맡은 일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쓸모없어진 듯 느껴져 억울하고, 며칠째 머리가 복잡해서 잠도 안 올 만큼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당장 올해도 걱정이지만, 앞으로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다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두렵고 무서워 며칠을 고민해도 뾰족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3월인데도 여전히 홀로 집에 머물며 이런 마음으로 새 학기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찾아도 마땅한 곳이 없으니, 오랫동안 넘기 힘들었던, 스스로 정한 나의 한계를 풀어야 하는 타이밍이 온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본래 우리는 부르심을 따라 떠나는 나그네 삶 아닌가. 고정된 생각을 내려놓고 유연하게 나의 좁은 한계를 더 넓히려 한다. 이렇게 힘겹게 겨우 회복한 ‘누군가를 믿는 마음’도 잃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 속에서도, 늘 그랬듯이 그분이 내 앞길을 신실하게 이끌어가심을 믿기에 아직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지만, 정리할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며 걱정을 떨쳐내고 미지의 영역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보려 한다. 이 시간이 결국 후회가 아닌 감사로 남기를 바라며,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그분의 인도하심을 또 한 번 신뢰하고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믿음 위에 서서 걸어가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