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모래시계
"엄마! 이것 좀 봐요! 이거 하준이가 주고 갔어요!"
아이의 앙상한 팔이 무언가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주사를 하도 맞아 멍이 잔뜩 든 그 팔에 오랜만에 힘이 들어가 보였다.
"뭐? 하준이가?"
"네, 자기는 이제 건강해졌으니까 필요 없다면서, 저보고 이거 보고 힘내라고 했어요. 침대에 누워있는 게 지겨울 땐, 이걸 계속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간대요. 그런데 엄마, 이건 이름이 뭐예요?"
"그건 모래시계라고 하는 거야. 은우야, 그 선물이 마음에 드니?"
"네, 마음에 들어요. 이것 봐요, 이렇게 가만히 놔두면 모래가 조금씩 스르륵 떨어지잖아요. 이걸 보면서 기다리면 나도 하준이처럼 건강해져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보자 안심이 되었다. 이제 7살밖에 안 된 이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얻은 내 아들 은우의 병명은 소아암, 그중에서도 백혈병이었다.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무렵, 툭하면 여기저기 멍이 들고 구토를 하는 바람에 알게 되었다.
처음 병원에서 그 병명을 들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내 하나뿐인 아들,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우리 은우가 백혈병이라니. 남편과 서로 부둥켜안고 흘린 눈물이 커다란 수영장 하나를 가득 메울 정도로 많았지만, 내 눈물은 아직 하나도 마르지 않았다. 머리를 빡빡 밀고 창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으니까. 도대체 언제쯤 이 눈물이 마를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기도하고, 또 기도하면, 우리 은우에게도 남들처럼 평범한 미래가 주어질 수 있는 걸까...?
"엄마, 내가 진짜 신기한 거 알아냈어요! 이렇게 모래시계를 가만히 놔두고 기다리면, 이 모래가 다 떨어질 때쯤 창밖에 있던 구름이 다 사라져요! 그리고 새로운 모양의 구름이 또 그 자리에 와있어요!"
"우와, 우리 은우가 진짜 관찰력이 좋네. 구름이 바람 때문에 천천히 움직이다가 저 멀리로 사라져 버리나 보다. 그래서 그게 신기해서 계속 창밖을 지켜봤던 거야?"
"네, 저기 봐요. 아까는 강아지 모양 구름이 있었는데, 지금은 꽃 모양 구름이 있잖아요!"
한창 놀이터나 키즈카페에 가서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침대에 가만히 누워 모래시계만 바라보는 그 모습이 너무 짠해서 가슴이 미어졌다. 은우를 임신했을 때, 이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떠올리니 더 괴로워서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았다. 주말에는 놀이공원에 가서 회전목마를 같이 타고, 귀여운 헬륨 풍선과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어주고 사진도 많이 찍고 싶었는데. 여름에는 워터파크를, 겨울에는 눈썰매장을 데리고 다니고, 복슬복슬한 양이 있는 목장에도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철마다 가장 예쁜 옷을 입히고, 직접 만든 영양 간식들을 먹여주고,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것들을 다 배우게 해주고 싶었는데...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병실에 갇혀있는 신세가 된 은우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평범하게 누리는 것들조차도 내 아이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늦게라도 해줄 수 있도록 은우가 낫기만을 바랐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 불행하게도, 아이에게 허락된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치료를 계속할수록 병세가 호전되기는커녕, 아이가 점점 더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은우야, 괜찮아? 엄마랑 아빠 여기 있으니까 눈 좀 떠봐... 응...? 제발, 은우야...!"
독한 항암치료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구토를 하고, 배가 아프다며 밥을 먹는 것을 거부했다. 숟가락으로 미음이라도 떠서 먹이려고 하면, 삼키려고 노력하다가 다시 뱉어내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안 그래도 야위어있던 그 작은 몸뚱이가, 이제는 갈비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말라붙고 말았다. 그런데 왜 은우는 그 와중에도 아픈 티를 내지 않는 걸까? 엄마, 아빠가 걱정할까 봐 의젓하게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흘렀다. 한창 어리광을 부려야 될 나이에 세상을 너무 일찍 알게 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은우가 그렇게 된 게 마치 내 탓인 것 같았으니까.
"엄마,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응? 뭐가 궁금한데, 은우야?"
"어쩔 때는 구름이 모래시계보다 빨리 가고, 어쩔 땐 더 느리게 가요. 구름도 다 달리기 속도가 다른 거예요...?"
"그럼, 바람이 세면 더 빨리 지나가고, 바람이 약하면 더 느리게 가지."
"그렇구나..."
은우는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팔을 뻗어 모래시계를 집어 들고선 축 쳐진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럼 엄마... 나는 모래시계보다 빠르게 가요, 아니면 느리게 가요...?"
아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니?" 하고 묻자 아이가 잔뜩 부르튼 입술을 열어 대답했다.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잖아요. 저 구름들처럼요. 나는 조금 천천히 가고 싶은데... 엄마, 아빠랑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단 말이에요..."
아이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울음을 왈칵 터뜨리고 말았다. 옆에서 말없이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있던 남편도 고개를 돌리고 흐느꼈다.
"은우야... 걱정하지 마. 우리 은우는 분명히 이 모래시계보다 천천히 갈 거야. 아마 이 모래시계가 백 번, 아니 천 번 뒤집어질 때까지 엄마, 아빠랑 같이 있을 수 있을 걸? 그러니까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마... 엄마 가슴이 정말 찢어질 것 같단 말이야... 흑흑..."
"알았어요, 엄마. 그런 말 안 할게요... 그러니까 울지 마요... 네...? 나 엄마랑 아빠가 우는 거 싫단 말이에요... 으아앙..."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가녀린 목에선 울음소리를 낼 힘도 없는지 끅끅거리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나와 남편은 가슴이 만 갈래로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가 울다 지쳐 잠 들고나서도 우리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 뒤로 모래시계가 몇 번이나 뒤집어졌을까? 오래오래 함께하자는 약속이 무색하게도 아이는 너무나도 일찍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다. 옛말에 아이를 잃는 어미의 심정은 창자가 다 끊어지는 아픔이라고 했던가? 아니, 창자뿐만 아니라 사지가 다 끊어지고 내 몸이 산산조각으로 분해된다고 해도 이보다 아플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내 인생 그 자체를 잃어버렸으니까. 아이가 내 곁을 떠났다는 걸 믿을 수가 없던 나머지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지르며 발악을 하고, 결국 내 몸이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 몇 번이나 혼절을 했다. 아마 옆에서 힘이 되어준 가족들이 없었다면, 난 미련 없이 바로 은우를 따라갔을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나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공룡 모양 젤리와 초콜렛을 조용히 제사상에 올려놓았다. 전에는 이 썩는다고 못 먹게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게 해 줄걸...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내 사랑하는 아이는 멀고 먼 곳으로 떠나버렸으니까.
"은우야... 엄마가 다 잘못했어... 널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흑흑..."
결국 아이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렸고,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던 모래시계는 납골당에 있는 아이의 사진 옆에 놓이게 되었다. 멈춰버린 모래시계처럼,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 은우의 시간도 그렇게 멈춰버렸다. 나는 가져온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남편의 손을 꼭 붙잡았다.
"여보... 우리 은우...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웃고 있겠지...?"
"그럼, 당연하지. 은우의 시간은 7살에서 멈췄지만, 은우의 영혼만큼은 저 하늘의 구름처럼 천천히 여행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우리, 은우를 위해서 더 열심히 살자, 응...?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다시 은우를 만났을 때, 들려줄 얘기가 많아야 되잖아..."
남편의 말에 또다시 감정이 격해져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흐느끼고 말았다. 울고 또 울어도 슬픈 마음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은우가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억지로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알았어, 당신 말대로 나 기운 내서 열심히 살아볼게. 솔직히 은우 없이 살아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나 노력해 볼 거야. 우리 은우가 엄마랑 아빠가 우는 거 싫다고 했잖아..."
납골당 밖으로 나온 나는 남편과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유난히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중에 하나는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것 같기도 했다. 햇살에 비춰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은우가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구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우리 은우가, 마지막 가는 길에는 엄마, 아빠 걱정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고 속으로 은우에게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말을 조용히 되뇌었다.
'은우야, 만약에 우리가 나중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꼭 내 아들이 되어주면 안 될까...? 그때는 엄마가 더 좋은 엄마가 될게. 이번 생에 못 해준 거 전부 다 해줄게. 그러니까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알았지...? 은우야, 사랑해. 정말 정말 사랑해...'
이 글은 챗GPT가 랜덤으로 뽑아준 두 가지 단어 "모래시계", "구름"을 키워드로 쓴 단편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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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다는 여럿이서 글쓰기 연습을 하면 더 으쌰으쌰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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