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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우먼 Mar 07. 2022

4. 결과를 맞이하는 순간

왜?



혹시나 하는 걱정


 두근 되는 마음으로 결과 상담이 시작이 되었다. 어떻게 나올까도 궁금했지만 혹여나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 봐 걱정도 되었다. 발달 수준은 빠른 것 같지만 다른 행동들은 또래 여느 남자아이들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늘 우다다다 뛰어다녀서 아이가 늘 어디에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게 일이었고, 유독 자신의 감정이 약간 흥분되면 그 감정으로 확 증폭이 되는 경향도 있었다. 예를 들어 집에 손님들이나 친구들이 오면 너무 좋아서 평소에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해서 깜짝 놀라는 순간들도 있었고, 친구 집에서 놀다가 헤어질 시간이 되어 집으로 가야 할 때  더 놀고 싶어서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운 적도 있었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해서 ADHD와 같은 문제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되었다. 한 부분에 걱정을 하면 깊게 들어가는 내 성격 탓에 대부분 괜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괜한 걱정이었다. 상담 선생님은 미리 프린트된 결과지를 보시면서 상담을 시작하셨다. 실시된 검사는 웩슬러 지능 발달 검사와 심리검사를 위한 그리기 검사들이었다. 선생님의 행동 관찰 부분에서도 H는 대체적으로 검사 내내 안정적으로 적응하였고 선생님과의 라포 형성 및 상호작용도 잘 이뤄졌다고 하셨다. 


 그리고 웩슬러 유아 지능검사 4판 결과 상담이 시작이 되었다. 먼저 종합적 전체 지능은 132로 상위 2.0%에 해당되는 '매우 우수' 수준으로 나왔다. "영재원 다녀도 되겠네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 내 아이가? 이거 믿을 만한 검사인가? 다들 이렇게 나오는 건가?'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같은 또래들과 비교해서 나온 결과라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이 맞고, 웩슬러 검사는 가장 많이 하는 지능검사라고 해서 일단 신뢰하기로 했다. 




퍼즐을 맞추다


 설명이 계속 이어졌고, 검사에 5가지 척도가 있는데 H는 그중 시공간 척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시공간 척도는 비언어적 개념 형성을 포함한 시각 운동 협응성, 시각정보 조직화 능력, 시각적 주의력 등을 측정하는 것인데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은 운동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시면서 쉽게 말하면 멀리서 공이 날아오면 어디로 올지 미리 아는 아이라고 하셨다.

  "초등학교 가서 축구시키시면 되겠네요!" 하신 말씀이 지금 생각하면 살짝 소름이 끼치는 게,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 H는 가장 좋아하는 것이 축구라는 것이다. 그 당시에도 공을 좋아했고 아빠와 종종 축구를 하러 나가면 힘든 내색도 없이 여기저기 활보하는 아이였다. 

 이 척도는 후천적인 것보다 선천적인 것이라고 하고 우뇌 기능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갔던 길을 잘 기억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동안 H가 자동차를 타면 내비게이션 지도를 유심히 보고 지도와 실제 공간을 연결해서 기억했던 이유도 이 척도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척도도 있었다. 작업기억 척도라고 하는데 집중력과 관련된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잘하고 잘 기억하는데 반해 관심 없는 것은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지금도 싫어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서 이 부분에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다. 


 그림 심리 검사에서는 심리가 적절하게 안정되어 있지만, 얼마 전 동생이 생겨 애정적 관계에 대한 걱정이 표현되기도 했다. 이것은 동생이 있는 큰 아이에게서 흔히 생기는 부분이라 앞으로 신경 써주면 된다고 하셨다. 

 

 결과 상담을 하니 그동안 H의 특이한 행동들에 대해서 설명이 되는 것 같아서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구불구불 길만 돌아가다가 지름길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지능적인 면 외에도 과잉행동에 관한 훈육에 대해서도 상담을 해주셨다. 작은 것을 칭찬해주고 마음을 읽어주라는 부분은 그 당시에 꿀 같은 도움이었다.  영재성이 있는 아이니 다양한 자극과 교육적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하고 이러한 아이들도 크면서 자극이 적어지면 영재성이 점차 낮아져 없어지기도 하고, 동생이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져서 평범해지기도 한다고 한다. 이 말씀을 들으니 앞으로 엄마의 역할에 대한 과제를 추가로 얻은 기분이 들었다. 



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중 '왜?'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한 남편이고 평범과 동시에 눈에 띄는 걸 싫어하기까지 한 나인데 둘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아이가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아니면 남편과 나에게 아직 발견하지 못한 영재성이 있어서 아이에게 전해진 걸까? 하는 웃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선생님의 말씀은 계속 머리 전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재성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은 부모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아이가 받은 귀한 달란트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인데, '앞으로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 어떤 교육을 시켜줘야 하는 걸까?'라는 부담감이 더 크게 생기게 된 날이 되었다. 

 

 20평 남짓한 집에서 4 식구가 정신없게 저녁을 먹고 예민한 둘째를 챙기며 오늘도 푹 자기를 바라는 그저 평범한 일상인데 오늘의 이벤트는 걱정이 많은 나에게 또 하나의 걱정이 더해진 날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사할 수 있는 이유는 오늘 자신이 뭘 했는지도 잘 모르는 이 아이가 나와 함께, 내 앞에서 밝게 웃고 오늘도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며 놀고 있다는 것이다. 난 그저 아이의 웃음에 웃음으로 반응해주고 오늘 배운 훈육처럼 작은 것에 칭찬해주며 더 관심을 주기로 했고,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진 않겠지만 가장 따뜻한 교육이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옆에는 둘째가 졸려운지 칭얼대로 있다. 아, 우선 둘째 좀 키우고 생각해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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