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모든 일을 마치면 그제야 시간을 인식한다. 어두워진 밤 8시. 오늘이 끝나려면 아직도 4시간이나 남았지만, 그렇다고 약속을 잡고 뭔가를 하기에도 애매하다. 결국 또 혼자 보내는 밤이 시작되었고, 고독을 느끼면 보상심리는 강해진다. 베이컨 까르보나라에 샴페인 한 잔 마시고 반신욕 좀 즐기다가 뽀송하고 포근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깊은 잠을 자고 싶었다.
'본디 먹고 싶다는 건 생존의 욕망이고 마침내 입에 넣으면 살아갈 맛이 난다. 사랑을 하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설령 짝사랑일지라도 대상이 존재하는 한, 같은 하늘 아래이고 싶다. 갖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투지에 불탄다. 소유나 실천을 이뤘으나 정작 만족과는 멀어지는 비극이 벌어져도 우리가 안달 난 동안은 과욕의 에너지가 생성된다. 늘 그 에너지가 문제다.'라는 생각이 이어지기까지 5초 정도 걸렸을까. 시냅스는 위대하게도 이런 의식의 흐름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고, 스마트폰 화면을 가르며 잽싸게 터치하는 엄지손가락이 집행자가 되어 나의 의사를 결정한다. 순식간에 호텔이 예약되었고, 일상을 깨우는 강한 중력에 이끌려 판교로 향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전국 대부분 눈 소식이 있다던 일기예보는 정확했다. 출발 전부터 내리던 눈발이 점점 거칠어진다. 화산재처럼 윈드실드에 들러붙는 눈발을 좌우로 째깍대는 와이퍼가 쓸어내는데 마침 바그너의 신들의 발할라 입성이 재생된다.
"150년 전의 바그너는 그토록 경멸했던 메트로놈 같은 게 이따금 자신의 곡에 맞춰 창문도 닦아주는 미래를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시선은 분명 전방을 주시하고 있지만, 머릿속을 떠도는 토끼 같은 잡념을 쫓느라 시야가 좁아진다. 위험을 감지하면 항상 보란 듯이 사례가 눈앞에 펼쳐진다.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앞차를 추돌했는지 나란히 견인되는 모습을 보았다. 운전을 할 때만큼은 잡념과 공상에 빠지지 말아야하는 이유를 이렇게 또 느낀다.
판교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두 번의 우회전을 거쳐 좌회전 신호를 대기하면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이 보인다. 이 앞에서 신호를 대기할 때마다 호텔 건물을 보면 무의식중에 “잠들어 있던 일상의 영혼을 깨우는 곳.”이라며 중얼거린다. 반복적인 세뇌가 이렇게 무섭다.
좌회전 신호를 받아 호텔로 출입하면 입구 중앙의 거대한 크립토나이트 같은 운석 조형을 지나 지하주차장으로 천천히 내려간다. 주차장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구역에 주차 후 보조석에 있던 화장품 파우치를 들고 내려서 이것들을 차량 루프에 올린다. 그리고는 좌측 뒷좌석 문을 열고 뒷좌석에 잔뜩 실려 있는 와인들로 손이 간다. 한 곳의 와인숍만 이용을 하면 모두 동일한 디자인의 박스에 개별 포장되어 일일이 개봉을 해봐야만 어떤 와인인지 알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 과정이 귀찮으니 이제는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든다.
"뭔들."
다 내가 고른 와인이니 뭘 마셔도 좋다. 오늘의 운에 맡기는 거다. 와인도 차량 루프에 올리고, 이어서 트렁크를 열고 쇼핑백들 사이에서 오늘 사용할 입욕제와 갈아입을 속옷, 양말, 셔츠를 골라 하나의 큰 쇼핑백에 모아 담았다. 이제 이 모든 것을 손목에 걸어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엘리베이터가 오길 대기하는 동안 지갑에서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꺼낸다. 이 짧은 시간도 낭비를 하면 안 된다며 다음 동작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춘 후 문이 열리자, 은은하고 진하게 올라오는 베르가모트 과피의 시트러스향과 조합된 프레시하고 고급스러운 그린향이 폐부를 깊숙이 스치는 동시에 뇌에 자극을 주고 동공을 확장시킨다. AWAKEN 20, 그래비티 호텔의 시그니처 향이다. 좋은 향기는 감정을 다스린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이 호텔은 좋은 호텔이고, 나는 지금 좋은 장소에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각 호텔마다 개발한 시그니처 향은 결국 고도로 계산된 마케팅인데, 알면서도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가져온 짐들을 로비 한쪽의 소파 테이블에 차분히 올려두고 리셉션으로 걸어간다. 대기 중인 직원 분들께서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가장 익숙한 직원 분께 눈을 맞추며 다가가 손에 쥐고 있던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건넨다. 직원 분은 나를 알고 있지만 절차상 신분증을 확인 후 빠르게 체크인 절차를 도왔다.
우선 나에게 배정된 객실 타입과 투숙 기간에 대한 안내를 시작으로, 내 회원정보 중에서 전화번호와 이메일주소의 변동여부, 레이트 체크아웃의 필요여부를 묻는다. 끝으로 금연 등 객실 내 금지사항 및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와 그에 대한 동의서에 자필 서명을 요구한다. 그럼 나는 늘 '감사 :)'라고 서명을 한다.
서명을 마치면 1박당 10만 원의 디파짓 그리고 전체 투숙기간 동안 발생하는 객실 비용의 총액을 결제하기 위하여 카드단말기의 서명패드에 사인을 요구한다. '감사 :)'
"아, 객실에 가습기와 공기청정기 설치 부탁드려요."
"마침 재고 수량이 있어서 저희 직원이 직접 객실로 방문, 설치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혹시 또 필요하신 게 있으실까요?"
"아니요. 좋은 하루되세요."
"네. 고객님께서도 좋은 하루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늦은 밤의 리셉션은 한산해서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짐이 가득 찬 쇼핑백을 다시 손목에 걸어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센서에 객실 카드키를 태그하면 내가 투숙할 층수가 자동으로 눌리며 엘리베이터가 작동한다. 17층, 오늘부터 내가 머물 높이다.
“칠링용 아이스버킷, 샴페인 잔, 오므라이스 1개, 까르보나라 1개 부탁드립니다.”
객실에 들어오자마자 수화기를 들어 0번을 누른 후 컨시어지에 인 룸 다이닝 메뉴를 주문한다. 이 호텔은 항상 전화를 빠르게 잘 받고, 친절히 응대해줘서 좋다. 짐을 풀고 냉장고를 열어 와인을 넣었다. 박스를 개봉해 와인을 한 병씩 꺼내보는데 운 좋게도 샴페인 2병과 레드와인 1병을 집어왔다. 냉장고가 작기 때문에 플라스틱 선반 하나를 빼면 와인 3병을 모두 세워서 넣을 수 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소파에 누워 30분 정도 무음 상태로 텔레비전을 시청한 것 같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주문한 룸서비스가 도착한 것이다. 나는 스프링처럼 강한 탄성으로 일어나 반가운 마음으로 문을 활짝 열어줬고, 직원 분께서는 객실 안까지 카트를 밀고 들어와서 음식 등의 물품을 내가 원하는 위치에 조심스럽게 옮겨주신 후 룸서비스 주문서에 서명을 요구하셨다. 이번에도 역시 '감사 :)'라고 서명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편안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직원 분께서 내 서명을 보시더니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문을 닫고 나가셨다. 그 즉시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이고 음악을 재생했다.
엄청난 사이즈의 정통 일본식 오므라이스를 호텔에서 맛볼 수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이게 삼겹살인지 베이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큼직하게 썰린 통 베이컨이 듬뿍 담긴 까르보나라는 계속 당기는 맛이라 샴페인과 궁합이 좋았다.
샴페인 1병을 비울 때쯤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거짓말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재밌었다. 자극적인 소재는 극의 흐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몰입하게 만든다.
문득 우리의 삶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장과 막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실제 삶은 어색하고 무색이고 표류된 여백과 무음의 고독이 많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굳이 그 여백과 고독을 뭔가로 채우려 애쓴다. 독백이다. 진실 또는 꾸며낸 독백을 통해 질서가 없어 보이는 파편들 가운데서 연결 점을 찾아내고, 인생이라는 드라마 전체를 꿰어 맞추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던 중 내가 아는 장소가 나왔다. 많이 투숙했던 호텔의 한 객실이 극 중 성공한 주인공이 사는 집으로 연출되었다. '언젠가 저 호텔에 내가 투숙했을 때 저 배우도 드라마를 촬영하러 오지 않았을까. 어쩌면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한 공간에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사람의 일에는 알지 못하는 뒤편도 있기 마련이니까.
드라마가 재밌었는지 아는 장소가 반가웠는지 덕분에 와인을 2병이나 마시고는 서서히 몸이 늘어지면서 눈이 감겼다.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뜬 느낌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놀랍게도 아침이 왔고, 파이팅 넘쳤던 크리스마스이브를 허망하게 놓친 채, 반신욕도 못하고 소파에 웅크려 잠들었다. 이게 뭔가 싶었다.
붉게 충혈 된 양안에 점안액을 두 방울씩 넣고는 눈을 감은 채로 눈알을 열심히 굴리며 고민했다. ‘샤워하고 다시 잘 것인가? 운동하고 조식을 먹을 것인가?’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마음속이 만족으로 채워질지 고민하면서 새끼손가락 끝으로 눈가를 문질러 실지렁이 같은 기름때 모양의 눈곱을 떼어냈다. 잠은 언제든 다시 잘 수 있으니까 불쾌한 숙취부터 제거하고 싶었다. 수영복과 운동화를 챙겨 GYM에 내려갔다. 스트레칭과 유산소로 체온을 높이고 땀이 나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웨이트를 하는데 오늘따라 많이 힘들었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숨을 멈추고 온몸의 힘을 쥐어짰더니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들숨과 날숨이 조화롭게 반복되어야 전신에 정상적인 대사가 이뤄지고, 특히 뇌에 충분한 양의 산소가 공급되어 정상적인 사고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힘을 주는 상황을 마주하면 들숨 이후 멈춘 채 날숨을 뱉지 않는다. 때때로 날숨이라는 의미는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일일 수도, 만나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일일 수도,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기를 포기한 채 스스로 망부석이 되기를 자처하는 일일 수도.
술도 깨면서 적당히 예열된 기분이 들자, 가벼운 샤워 후 수영장에 갔다. 수영을 하면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가면서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이다. 빠른 속도는 중요치 않다. 멈추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발을 차고 팔을 내젓지 않으면 가라앉기 때문에 도중에 멈출 수 없는 건 수영이나 사업이나 매한가지다. 인간관계도.
운동을 마친 후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서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선 얼굴에는 마스크팩을 붙이고, 전신에 바디로션을 꼼꼼히 바른다. 나이가 들수록 인위적인 향수보다는 바디로션의 향이 밴 살 내음이 더 좋아진다. 바디로션 때문에 전신의 미끄러운 감촉은 머리카락을 말리는 동안 로션의 수분 일부가 피부에 흡수되고 또 일부는 증발하면서 자연스레 겉은 보송하고 속은 촉촉해지는 느낌으로 변한다.
거울을 보면서 헤어드라이어로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으면 어제라는 막은 완전히 닫힌 커튼처럼 끝났고, 새로운 막과 장이 시작되는 하루처럼 느껴진다.
"헤어 커트 할 때가 됐네."
긴 앞머리를 정리하면서 거울 속 나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라커를 열어 옷을 꺼내 입는다. 이제 조식당으로 향한다.
전날 과음한 투숙객에게 최고의 위로는 단연 조식당에서 만날 수 있는 갓 조리된 따뜻한 수프, 완탕, 우동, 쌀국수다. 따끈한 국물로 숙취를 가시게 만드니 이만한 해장도 없다. 식전에 운동을 하면 좋은 이유가 몸을 쓰며 고생한 만큼 밥도 맛있기 때문이다. 위장을 채우기 위해 몇 차례 핫푸드 섹션을 오간다.
이 호텔의 조식당 앤디쉬는 가장 멋진 라인업의 메뉴들로 조식 선택을 풍요롭게 하고, 그 중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프렌치토스트를 가장 맛있게 구워주는 식당이다. 조식에 프렌치토스트를 주는 아리아, 까밀리아, 콘스탄스, 에볼루션과 비교했을 때 앤디쉬의 프렌치토스트가 가장 맛있다. 너무 푹 젖어서 눅눅한 느낌이 아닌 적당한 겉바속촉, 그리고 고소하고 달달한 계란과 버터의 풍미. 이는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앤디쉬 프렌치토스트는 우유에 적셔 먹어도 맛있고, 커피에 적셔 먹어도 맛있고, 딸기 요거트에 적셔 먹어도 맛있다. 심지어 딤섬을 찍어먹는 생강초간장에 적셔 먹어도 시큼단짠알싸고소한 게 맛있다고 할 줄 알았겠지. 이건 하지 말자.
식후에 하는 산책은 인간의 내면을 풍요롭게 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하는 사색은 근심보다는 감각에 집중된다. 마주치는 사람들, 주변의 사물들을 보고 느끼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생각이 겹겹이 쌓여 딱딱해진 내면의 껍질을 벗겨내거나 혹은 조금 야들야들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가슴을 뜨겁게 하는 대화를 나눠 줄 동행자가 있다면 더 할 나위 없다.
간밤에 눈이 내려서 그런지 곳곳에 작은 눈사람과 오리들이 생겨났다. 오늘도 일상에서 마주한 귀여움 덕분에 즐겁게 살아갈 동력을 얻는다. 길을 따라서 걷다가 현대백화점에서 아이쇼핑도 하고, 전시를 구경하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니 정오가 넘었다.
돌아온 객실은 어젯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 객실처럼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나에게 다시 새로운 하루의 시간이 생성된 느낌이었다. 곧장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겼다. 어젯밤의 과음 탓인지, 무리한 운동 탓인지, 장시간의 산책 탓인지 거대한 파도처럼 졸음이 덮쳤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뇌에 과당류를 주입하고자 케이크를 먹었다. 그럼에도 잠은 달아나지 않았고 눈꺼풀은 무거웠다. '딱 1시간만 자고 일어나야지.'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뽀송하고 포근한 쁘레떼 이불을 덮고 베개에 머리를 누이자, 순간 시야가 어둠으로 뒤덮였고 중력으로 인해 내 몸이 서서히 아래로 꺼져가는 것을 푹신한 침대가 포근하게 껴안듯이 받쳐주는 좋은 느낌이 들었다.
정적을 느껴 눈을 떴는데 사방이 어둡고 고요했다. 시계를 보니 12월 26일 00:14을 지나고 있었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숙면 뒤로 사라졌다. 이게 뭔가 싶어 로브를 걸치고 화장실에서 세안 후 거울을 봤다. 꿈도 안 꾸고 11시간을 내리 잤더니 피부에서 광이 나고, 뻐근했던 목과 어깨가 씻은 듯이 나았다. 크리스마스가 허무하게 지나갔다는 원망보다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호텔은 원래 편안한 휴식이 의도된 공간이고, 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성실히 반응했다. 덕분에 양질의 숙면을 취한 것으로 만족한다.
사람들은 평범하고 시시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반복적인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호텔을 찾지만, 사실 호텔은 주변 환경이나 존재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직 나의 삶에만 집중하며 귀중한 내일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믿음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게 만드는 가장 일상적인 틀이다.
코로나19로 파괴된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호텔에 머물며 숱한 글을 써왔다. 그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교차하며 기억과 경험의 회고, 사물과 현상에 대한 탐구, 심지어 오랫동안 감춰왔던 기억까지 들춰내고 반추하고자, 때때로 나의 의식은 이런 플랫폼에 영소하여 정서를 번식하고 강화해왔다. 내가 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자아의 유폐다. 언표 내적 행위로 발화를 기다리던 의지와 욕망들이 모두 흩어지기 전에 호텔에서 만난 곱디고운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을 기록하겠다고 결심한다.
사진: Pecado
글: Pecado
장소: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 밸리 스위트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