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면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식으로 말해도 돼요? 그리고 왜 엄지를 찾는지 물었잖아요? 남의 집에 찾아왔으면 용건을 말해야죠? 이 흉흉한 세상에!!”
두꺼비 아줌마는 당돌한 이 아이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불쾌함을 거둘 수 없어 해코지를 하기로 합니다.
“이봐!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어디 조그만 게 따박따박 말대꾸야?”
두꺼비 아줌마는 살짝 열린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두껍고 센 팔로 꽉 붙잡은 뒤 끌고 나왔습니다. 아이는 온몸이 아파왔지만 이대로 당할 순 없었어요. 두꺼비 아줌마의 팔을 콱 물었답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향기롭고 보드라운 꽃 침대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어요. 따뜻한 엄마의 품도 사랑스러운 손길도 이젠 만날 수 없게 될 것 같은 두려움에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두꺼비 아줌마가 몸부림치는 아이를 더욱 세게 안자 그만 모든 두려움과 행복했던 기억이 흐릿해지며 정신을 잃고 말았답니다.
소녀는 풀밭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서늘한 기운에 정신을 차리고 나니 컴컴한 수풀 속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일어났니?”
“여긴 어디예요? 날 어디로 데려온 거예요?”
“이제야 봐 줄만 하구나, 옷 꼬락서니 하며 말투 하며 배워먹지 못한 것이 어디 감히!”
물에 비친 자신을 본 소녀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이게 다 뭐예요!”
“자, 어때? 이제야 좀 엄지공주 같구나? 내가 생각한 엄지공주와는 너무 딴판이라서 말이지?”
꽉 끼는 코르셋에 거추장스러운 분홍 드레스 그리고 높디높은 하이힐까지 이제까지 이런 옷차람은 처음이었어요.
“무슨 소리예요! 숨도 못 쉬겠고, 걷지도 못하겠어! 날 당장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이 두꺼비야!”
소녀는 바로 엄지공주였어요. 여러분이 상상하던 엄지공주의 모습은 아닐지 모르지만 소녀는 엄지공주가 맞답니다.
엄지는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에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내가 너무 방심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흥, 조그만 게 뭘 어쩌겠다는 거니? 우리 귀한 아들의 신붓감으로는 한참 모자라지만 내가 이 정도 꾸며놨으니 감사하는 게 어때? 평생 그런 거지꼴로 살 생각이었어? 어때? 우린 아주 부자란다. 네가 살던 그 집과는 달라. 원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단다.”
두꺼비 아줌마는 번쩍이는 장신구를 엄지에게 보여주었어요.
“이 보세요. 두꺼비 아주머니! 조금 더 예의를 갖춰주시겠어요? 저에겐 돈도 신랑감도 이런 꽉 끼는 드레스와 구두도 필요 없어요. 제게 가장 소중한 건 자유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세상에 돈보다 귀한 것은 우리 아들뿐이야!”
“정신 차리세요! 난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요. 당신은 지금 큰 범죄를 저질렀다고요!”
두꺼비 아줌마는 가소롭다는 듯이 엄지를 내려다보며
“과연? 그럴까?”
엄지는 이 말이 안 통하는 아줌마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어요. 엄마가 언젠가 말씀하신 무서운 세상을 이렇게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엄지는 어떻게든 두꺼비 소굴을 탈출하기로 결심합니다.
엄지의 엄마는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매일 기도를 했어요.
“저에게 용기 있는 아이를 보내주세요.”
엄지는 이제까지는 자신이 어떤 아이인지 몰랐어요. 생각할 필요도 없었지요.
엄지는 과연 두꺼비 소굴을 탈출 해 엄마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엄지공주
삐뚤어진 자식사랑에 남의 귀한 자식을 납치한
수리남 두꺼비와 엄지 척! 엄지공주의 대결!
수리남 두꺼비의 출산 과정을 보면 자식에 대한 집착이 생길 법도 합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식에 대한 집착과 잘못된 사랑은 비극의 시작이죠.
참고> 수리남 두꺼비 -
암컷은 물 표면에서 거꾸로 누워있는 수컷의 배에 알을 낳고, 이 알들은 다시 암컷의 등으로 옮겨 붙는다. 이때 등 위로 수컷이 정자를 뿌려 수정이 일어나고 이 과정이 15~18번 정도 반복되면 총 100개 정도의 알이 수정된다. 이후 암컷의 등 위에 알을 보호할 꿀벌 집 모양의 피부가 자라난다. 알은 약 3~5달 뒤에 올챙이 시절을 거치지 않은 2cm 정도의 작은 새끼 개구리들로 자란다. 알을 보호하고 있던, 암컷 등에 있는 피부가 떨어져 나가면 새끼 개구리들은 독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