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라면 / 선생님 자녀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소아 내분비 의사가 성장 호르몬 상담 후 가장 많이 듣는 질문
대전에 사는 한 아이가 세종에 있는 저에게까지 찾아왔습니다.
다부진 체격에 구릿빛 피부,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친구입니다.
지금 초등학교 고학년이고, 축구 선수가 꿈이며,
중학교 때는 이른바 "축구 명문" 중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인 친구였습니다.
아버지 키가 작은 편이라서, 아들도 키가 작을까 봐 걱정된다며 내원하셨습니다.
현재 키 기준, 같은 나이 또래 남자아이들 중에서 100명 중 앞에서 40번째 정도 되는 키.
평균보다는 작지만 정상 범위입니다.
뼈나이와 호르몬 수치로 예측한 성인 키는 175cm, 평균보다 약간 큰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성장호르몬 치료 없이 일단 좀 지켜봐도 되지 않겠냐고 하자,
그 아이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저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메시와 호날두. 메시는 실제 성장호르몬 결핍증 (GHD)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메시는 170cm, 호날두는 187cm이다."선생님, 메시도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서 원래 더 작을 뻔했는데 170cm 된 거라면서요. 메시도 훌륭한 선수지만, 만약에 메시가 같은 능력치에서 호날두만큼 체격이 좋고 키가 컸다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만약에 주사 안 맞아서 키가 작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어른되서 다리뼈 절단해서 하는 키 크는 수술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 주사 맞아보고 싶어요."
성장 상담을 진행하면서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드리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바로
선생님이라면 / 선생님 자녀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입니다.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 정말 안전한지
2. 정말 효과가 있을지
3. 비용과 노력을 생각했을 때, 해볼 만한지.
결국 질환이 아닌 미용 목적의 성장호르몬 치료의 경우, 위 3가지 질문에 모두 납득하셔야 치료를 시작하시게 됩니다.
정말 안전한지 - 성장호르몬 치료는 40년 이상 전 세계에서 사용되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입니다. 물론 치료 도중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아진다거나, 갑상선 수치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들이 발생합니다만, 대부분 치료를 중단하면 정상으로 돌아오며,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하게 됩니다.
소아 내분비를 세부 전문한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진료를 본다면 안심하셔도 됩니다.
정말 효과가 있을지 - 성장호르몬 치료는 40년 이상 전 세계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미 그 효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데이터와 논문으로 입증된 평균적인 효과에 대한 수치가 있습니다.
장영란씨 남편 분, 부디 구글 스칼라에서 논문 한번이라도 검색해보고 오세요...최근 장영란 씨 유튜브에서 남편인 한의사 분이 나오셔서 "100명 중 3등 이하로 작은 경우가 아니라면 성장호르몬 치료는 효과가 전혀 없다."라고 발언하셨더군요.
구글스칼라에서 논문검색만 해봐도
3등 이하로 병적으로 작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성장호르몬의 성장효과가 분명히 있고,
용량별로, 각 나라별로 효과가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한 논문이 수십 편, 전 세계 각지에 나와있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말씀을 하시는지 의문입니다.
생활습관 (자는 것, 운동하는 것,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은, 저도 100% 공감합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주사제에 대해서 한의대 다니실 때, 한의원 근무하실 때 임상으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하고선,
본인이 알고 계신 한의학적 지식만으로
의학적인 내용인 주사제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말씀하시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이렇게 잘못된 정보들을 퍼트리는 사람 때문에, 환자들은 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무조건 10cm 이상 더 크게 만들어드린다!"
"무조건 180cm 넘게 해 준다!"
라는 식의 과장된 이야기도 믿어서는 안 되고,
"성장호르몬 아무 효과도 없다!"
"성장호르몬 원래 클 키를 당겨서 크게 하고 나중에 안 큰다더라!"
라는 근거 없는 성장호르몬에 대한 모함도 없어야 하겠습니다.
성장호르몬의 치료효과는,
적정 용량으로 치료 시 1년에 2cm 정도 더 크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치료 효과가 평균적으로 대략 2~3년 정도 유지되게 되므로,
보통 예측키보다 5~6cm 정도 더 클 수 있다고 설명드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비용과 노력을 생각했을 때, 해볼 만한지.
이에 대한 대답은 의사마다 매우 다르겠지만,
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설명드립니다.
1. 운동선수를 꿈꾸고 있거나, 신체적인 스펙이 매우 중요한 활동을 하는 경우
성장호르몬은 단순히 키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방 분해와 근육 합성을 촉진하고, 몸의 대사를 촉진시킵니다.
소아 청소년시기에 제대로 진료를 본 다음, 필요한 경우라면 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2. 뼈나이와 호르몬 수치로 예측한 성인 키 남자 170cm 미만, 여자 157cm 미만.
2017년 성장도표는 질병관리청에서 조사하여 실제 진료 시 모든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자료입니다.
이 통계 자료에서 성인 100명을 놓고 보았을 때, 작은 순서대로 앞에서 20번째인 키가 남자의 경우 170cm,
여자의 경우 157cm입니다.
실제 이것이 2017년 자료임을 고려하면, 현재 남자 170cm, 여자 157cm는 앞에서 20번째보다 더 적은 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경우 치료를 권하게 됩니다.
(10년 주기 조사이기 때문에, 2027년 질병관리청 성장도표가 나올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통계가 어떻게 나올지 매우 궁금합니다.)
3. 뼈나이와 호르몬 수치로 예측한 성인 키가 부모님 키를 이용한 유전 예측키보다 5cm 이상 작을 때
부모님 키를 이용한 유전 예측키는 다음과 같습니다.
남아 = 아빠 키 + 엄마 키 + 13 / 2
여아 = 아빠 키 + 엄마 키 - 13 / 2
뼈나이와 호르몬 수치로 예측한 성인 키가, 위에 계산된 키보다 5cm 이상 작다면, 성장호르몬 보충을 통해 그 갭 차이만큼 더 클 기회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아이 본인의 의지가 강할 때
마지막 4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주삿바늘은 매우 얇기 때문에, 아프지는 않지만, 매일 주사를 챙겨서 맞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한 주사를 맞으면서 동시에 운동도, 건강한 식습관도 유지해주어야 합니다.
아이 본인이 목표하는 키가 있고, 그 의지가 강하다면, 후회가 남지 않도록 치료해보는 것을 권장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