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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ul 28. 2020

<로마제국을 지탱한 국가 철학의 힘>

“철학, 역사를 만나다”中

<로마제국을 지탱한 국가 철학의 힘>
“철학, 역사를 만나다”中

                                         해 헌 (海 軒)

오늘은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편하고 흥미롭게
철학을 이야기해주는 책을 한 번 보려고 합니다.

안광복(1970~)저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철학교사로 고교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책을 저술했습니다.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수업>,
<도서관 옆 철학카페>, <철학자의 설득법> 등 다양한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예전에 이 책에서 헤겔의 철학과 나폴레옹과의 이야기를 소개하였고, 3년이 지나
새로운 개정 증보판이 나왔기에 다시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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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 국가를 만들다 – 스토아 사상

명문 집안에는 무시할 수 없는 나름의 가풍(家風)이 있다. 올곧은 어른이 계시고
윤리가 바로 서 있는 집안은 어떤 풍파에도 위엄과 기품을 잃지 않는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역사상 강대했던 제국들은 대개 뚜렷한 도덕적 기준과 목표를
지니고 있었다.
중국 대륙에 중화(中華)문명의 뿌리를 내린 한(漢) 제국에는 유교라는 굳건한 국가
철학이 있었고, 무려 500년을 버틴 조선 왕조에는 성리학이라는 윤리 질서가 있었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튼튼하고 견실했던 로마 제국은 무려 15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금의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 전체를 통치했다.
하지만 로마도 처음에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이탈리아의 조그마한 도시 국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약골 로마가 세계사에 길이 남을 대제국으로 클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로마의 강인한 국가 정신에 있지 않을까 한다.
스토아(Stoa) 철학은 바로 로마가 가장 강성했던 시기에 ‘국가 철학’이다시피
했던 사상이다.

★ 미국과 로마는 쌍둥이?

로마 제국은 여러 면에서 지금의 미국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첫째, 두 나라는 모두 여러 인종과 문화가 섞여 있는 다민족 국가다.
둘째, 강력한 군사력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미국이 제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일류 국가로 발돋움했듯, 로마 또한 끊임없는 전쟁으로 ‘성장 동력’을 얻었다.
셋째, 이 둘은 최고의 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열등감이 심한 편이다.
미국인들은 ‘맥도날드’로 상징되는 자기네 나라의 문화를 유럽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저질’로 여기곤 한다.

이 점은 로마도 마찬가지여서 아무리 힘이 세다 해도 고귀한 정신 앞에서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지, 그리스를 정복하고서도 문화적으로는 그리스에 대한
열등감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그뿐 아니라 현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영국식
표준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교양인으로 여겨지듯, 로마 인들도 상류
사회에서는 그리스어를 써야 대접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들 두 나라의 ‘국가 철학’도 원래 자신들의 것이 아니었다.
미국 혼(魂)의 뿌리가 유럽에서 시작된 청교도 정신(puritanism)이듯이,
로마의 정신인 스토아 철학도 원래는 그리스 철학이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부와 힘의 상징이다시피 한 두 강대국의 국가 철학이 모두 소외된 자들을
위한 사상이었다는 점이다.

★ 아파테이아, 스토아 철학의 꿈

청교도 정신이 영국이 주류 교회에 반기를 들었던 아웃사이더의 철학이었듯,
스토아 철학도 몰락한 그리스의 암울한 분위기를 달래던 극히 개인적인 철학에
지나지 않았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요즘으로 치자면 우울증 환자를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스토아 철학에 따르면, 이 세상 일은 ‘숙명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세상만사는 이미 ‘우주의 섭리(Logos)’에 따라 정해져
있어서 어쩔 수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흘러가는 세상사에 맞서 마음을 다잡는 것뿐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 보자. 너무 슬퍼하는 이에게 스토아
철학자들은 조용히 충고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네 뜻과는 상관없이
대자연의 법칙에 따라 이미 정해졌던 일이다. 그러니 슬퍼하지 마라. 네가
진정 이러한 신의 섭리, 곧 대자연의 순리를 깨우쳐 안다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담대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아파테이아(apatheia,부동심)
의 경지다.

언뜻 보기에는 이런 유의 철학은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위안이
될지언정, 승자의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스토아 철학이 어떻게 대제국의
철학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스토아 사상이 묘하게 ‘군인 정신’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로마 군단은 개인의 용맹보다는 짜임새 있는 군진(軍陣)과 규율로 승부를
내던 군대였다. 여러분이 로마의 병사인데 눈앞에 엄청나게 덩치가 큰
게르만 야만족들이 무더기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당장 등 돌려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은 말한다.
“냉철하라. 이미 삶과 죽음은 신의 섭리로 정해져 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헛된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너의 앞에 놓인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 뿐이다.” 정말 군인에게 어울리는 철학 아닌가?

★ 인간은 누구나 똑같다

더구나 스토아 철학은 로마 같은 다민족 국가에 딱 맞는 법의식을 제공하는
사상이기도 했다. (로마법은 현대 법의 원천으로 여겨진다.)
고대 전쟁에서 패배자에 대한 승자의 약탈과 학살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로마는 너무나 특이하게도 승자의 권리를 유보할 줄 알았다. 점령한
뒤에도 적들의 종교와 풍습을 그대로 인정했고, 로마에 복종하는 한 지도자들의
권위도 인정해 주었다. 거기다 약간의 세금만 감수한다면 안전은 제국의 군대가
알아서 챙겨 주니, 정복당한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로마라는 ‘우산’ 아래로
자연히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로마인들은 왜 그토록 적에게 관대했을까?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신의 섭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스토아 철학에 따르면
인간이 만든 법이란 사실 ‘가짜 법률’에 지나지 않는다. 대자연 속에는 머리가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진짜 법이 있다.
이른바 ‘자연법’이 그것이다. 누가 살인을 한다면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일인
양 흥분하여 비난할 것이다. 자연법이란 이처럼 누구의 마음속에나 있는
자연의 섭리, 인간의 본성에 근거한 법을 의미한다.

자연법을 깨달을 수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법에 복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가나은 누구나 평등하다. 피부가 햐얗건 까맣건, 라틴어를 쓰건 게르만어를
쓰건 간에, 자연법을 파악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지고 있는 한 인간은 어느
누구든 존중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아 철학자 중에는 에픽테토스 같은 노예 출신에서 황제인
아우렐리우스까지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고루 섞여 있다.
고대 사회 기준으로는 좀처럼 있기 힘든 일이었다.

이로써 로마가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대제국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설명되었다. 로마를 지탱한 원인은 군사력도 부도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이들이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무를 명예로 아는 지극히
스토아 철학적인 정신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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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기 드문 철학자이자 교사인 안광복 저자의 책을 오랜만에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 본 내용은 로마가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남았던 이유와 그 뿌리가 스토아
학파의 철학을 국가 이념, 철학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고
현재의 막강한 대국인 미국과 로마가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주장을 보았습니다.
로마와 미국의 공통점을 본다면 다민족 국가이고 문화적 열등감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국가 철학도 미국은 청교도 정신이었고, 로마는 스토아 철학
이었지요. 이 둘의 공통점은 주류가 아닌 소외된 자들의 사상이라는 것이었지요.

저자는 로마가 스토아 철학 때문에 이 세상을 숙명으로 여기고 자신의 일에 충실
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하고, 또한 자연법을 중하게 여겨 피부색, 출신에 상관
없이 평등한 사상을 가졌기에 번영을 할 수 있었다고 하지요.

사실, 강대국들을 보면 대체로 타민족의 사상, 종교, 체제 등에 관용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몽골족이 세계를 정복할 때, 반항하면 무자비하게
짓밟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 숙이고 들어오면 그들을 인정해주고 그들의 종교를
허용하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컸었지요.
그래서 최전성기 때 몽골제국의 수도에는 각 종교의 사원, 교회 등이 함께
공존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로마도 많은 이민족들과 종교들을 접하고 이들을 허용하고 관대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오랜 기간 존속할 수 있었지요. 현재 미국은 과거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미국은 전 세계에서 핍박받고 주류가 되지 못한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찾아 들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문화가 더 융합되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였으며 전 세계를 리드하는 강대국이 되었지요.

여기서 우리나라도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 바로 “관용성, 너그러움, 수용력”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와 다름을 못 견뎌하고 공격하고 배척하는 문화를
가진다면 곧 이 나라는 후진국으로 전락을 하고 말 것입니다.
피부색이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먹는 음식이 달라도 그들에게서는 배울 게
반드시 있고,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태도와 그러한 문화적 기류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이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하루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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