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Jul 29. 2020

<단순계와 복잡계의 세계>

“역사의 역습”中

<단순계와 복잡계의 세계>
“역사의 역습”中

                                        해 헌 (海 軒)

오늘은 한국의 버트런트 러셀이라고 불리는 저자가 자신만의 역사 철학을
가지고 인류의 문명사를 분석한 책을 한번 더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김용운(1927~) 교수는 도쿄에서 출생하였고 와세다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으로 가서 어번대에서 석사,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 교수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1969년 귀국하여 한양대학교 수학과
교수로서 동 대학 대학원장을 역임하였고, 저서로는 <풍수화>, <한국어는 신라어,
일본어는 백제어>, <천황은 백제어로 말한다>, <수학서설>, <한국 수학사>, <일본의
몰락> 등 백여 권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난 번에는 “카오스와 생명”, “집단 무의식”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였고
오늘은 “단순계와 복잡계”에 대한 주제로 살펴보겠습니다.

==============================================================

★ 단순계의 문제

인간의 비극성은 단순계적 사고로 인해 더욱 가중되어 왔다. 대상을 단순계로만
본 과학자, 경제학자들의 한계와 마이크로의 세계를 무시한 천문학자의 오만이
최근까지 과학만능의 환상을 심어왔다. 과학의 실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간단한 함수로 나타낸 갈릴레이의 낙하법칙도 ‘공기저항을 무시한’ 이상적(비현실적)
상태에서만 성립된다. 뉴턴의 중력 이론, 역학이론도 지구와 사과, 지구와 태양
이라는 식으로 운동체가 단 2개일 때만 성립할 뿐이다. 운동체가 3개 이상이 되면
그 궤도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져서 운동식조차 꾸밀 수 없다.

근대 의학은 어떤 난치병도 병인을 분석해가면서 단순한 병원체로 귀착시킬 수
있으며(요소 환원주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여러 질병은
이런 입장에서 치료됐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이 치료법이 불투명한
병들도 있다. 예를 들어, 신경성 두통, 위장병, 소화장애, 직업병 등과 같은 것이다.
이런 병들은 발달한 현대 의학으로도 원인을 확실히 규명할 수 없다.
비단 과학이나 의학, 경제뿐이 아니라 사회, 언어 등 여러 분야도 단순계의
사고로는 실상을 파악할 수 없다.

★ 서구, 유대인의 결정론적 사고관

프랑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나톨 프랑스(1844-1924)는 우연이란 있을 수
없고, 신이 만들어놓은 질서에 따라 움직인다는 결정론적 입장을 가졌다.
20세기 대표적 과학자인 아인슈타인(1879-1955)도 신 앞에서 우연이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유대인이 속한 셈족처럼 사막이나 준 사막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신이 늘 정확히
길을 인도해 준다고 믿어왔다. 사막에서 길을 잘못 드는 일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들의 신은 항상 명확한 길을 제시해야 하고 신이 창조한 세계에는
모호성이 없어야 한다.

기독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서구 지성인에게 복잡계의 등장은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이성의 절대성’이라는 서구 이성주의 전통에 묶여 있던 대천재들이 당혹해한
것은 종교가 근대과학의 등장을 막지 못한 것처럼 결국에는 그들도 복잡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탓이다.

복잡계의 확률은 현상이 발생할 가능한 범위를 예측하는 것이다.
중국의 도연명(365-427)이 그린 이상향인 도원경(桃源境)도 ‘길을 잘못 들어
오히려 유토피아(천국)로 갈 수 있었다.’라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세상은 불확정성이기에 매력이 있고 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확정성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당면한 상황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문명을
구축해갈 때 인간의 존엄성이 돋보이는 것이다.

★ 복잡계인 세상

세상은 복잡계이다. 그러므로 지성으로 맞설 수 없다. 로고스 즉, 지성을
최상으로 여긴 그리스인은 복잡계의 현실과 지성의 한계 사이의 공백에 운명을
개입시켰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비참한 것도 잔인한 것도 아닌, 일단
정해진 것은 바꿀 수 없다는 절대적 운명 앞에 단순계의 지성이 좌절하는
줄거리다.

단순계와 복잡계는 지성(知性)과 지혜(智惠)로 구분되어질 수 있다.
동양의 지혜는 세상이 복잡계임을 알고 운명 또한 절대적이 아니며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옹지마의 이야기처럼 화복(禍福)은 새끼줄처럼
꼬여 있어 오늘의 화가 내일의 복의 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동양의 지혜는 행복과 불행에 일일이 동요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비극이 나타날 여지가 없다.

기원전 5세기에 플라톤이 “기하학을 모르는 자, 이 문에 들어오지 말라.”는
현판을 그의 아카데미 정문에 내걸고는 그리스의 지적 세계의 입장권이
기하학임을 선언한 것처럼, 21세기에 복잡계 세계의 입장권은 카오스 이론이다.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하자 세계는 민주화와 국제화가 될 것이고
자유경쟁이 심화되어 신자유주의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측이 되었다.
그러나 세계는 하나의 원인이나 법칙에 따라 전개되지 않는다. 세계는
단순계의 사고에 익숙한 인간을 비웃듯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갔다.
신자유주의의 경제는 리먼 쇼크로 좌절되었고,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갔다.
국제화와 정보화는 오히려 민족의 정체성과 종교의식을 자각시켰다.
이슬람의 과격파 테러가 격화되었고, 영국의 EU 이탈도 현실이 되었다.

또한 각 민족의 집단 무의식과 원형의 생명력을 증폭시켰다.
단순계의 사고로는 파악할 수 없는 여러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심화된
복잡계의 세계를 전개한 것이다.

★ 현대과학의 한계를 제시하는 3가지 원리

과학계는 20세기 최대의 과학업적으로 상대성 원리와, 불확정성 원리,
불완전성 정리를 꼽는다. 이들 학설들은 뉴턴 이론의 한계에서 나온 것으로
세계는 단순하지 않으며 결정되어 있는 것도 없고 곳곳에 모순과 복잡계가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 이론들로 인해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것, 완전한 것은 없으며
단순계의 원리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골의 존재를 예언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 이성의 한계, 슈퍼 인간의 등장, 새로운 과학적 방법의 등장에
대한 예감이기도 하다.

====================================================

오늘은 김용운 교수의 책 내용 중 3번째로 세상을 “단순계, 복잡계”의
기준으로 살펴보고 왔습니다.

저자는 이 세상이 카오스로부터 시작이 되었고 수많은 노력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카오스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인간은 결정론, 인과론적 사고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끌어 왔고
그 바탕에는 서구문명과 유대인적 사고방식이 있었습니다.

셈족은 사막지대에서 살았고 그들은 신이 늘 자신들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끌어 준다고 생각하였지요.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서구인들도 마찬가지로
이성의 절대성을 믿었고, 뉴턴의 물리학처럼 정확해야 하고 근대의학에서도
분석을 하면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이러한 결정론적, 단순계가 아니라는 것이 점차 밝혀지게
되고, 현대 과학의 한계를 말하는, 상대성 원리, 불확정성 원리, 불완전성
원리 등이 등장하여 더 한층 혼란스러움에 빠지게 됩니다.
오히려 이러한 단순계를 벗어난 복잡계에 대한 이해와 철학 도구를 제시한
것은 동양사상이었습니다. 기원후 4세기에 중국의 도연명은 ‘길을 잘못
들어 오히려 유토피아로 갈 수 있었다’라는 주제를 던집니다.
이미 고정된 결정된 미래가 아니라, 복잡계의 확률이 지배하는 미래를
이야기하기에 오히려 매력이 있고 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복잡계인 세상을 단순계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20세기가 들어서면서 ‘양자이론’과 ‘동양의 노장사상’
혹은 ‘불교사상과 현대물리학’의 연관성에 대하여 많은 과학자들이
주목하게 됩니다.

다음에는 다른 주제로 다시 한번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단 무의식의 반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