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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27. 2020

<현대에 많은 영감을 주는 중세미술 이야기>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中

<현대에 많은 영감을 주는 중세미술 이야기>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中

                                            해헌(海軒)

오늘은 미술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을 해놓은 입문서를
한번 더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양정무교수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미술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이자 한국
예술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그는 ‘인문학의 꽃’으로 불리는 미술사를 우리 사회에 알리는 데 관심
이 많다고 합니다. 다양한 대중강연을 하고 있고, 저술활동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은 중세의 유럽 봉건제도와 기독교, 유럽의 순례길과
중세미술인 로마네스크 미술에 대하여 보았고, 오늘은 중세미술과
중세 삶의 큰 근간이 되는 성당,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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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인과 성당

유럽의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에 가보면 주변에 많은 묘비 때문에 놀라게
됩니다. 이런 풍경을 접하고 나면 유럽인들에게 교회란 단순히 기도만 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죠. 이들은 자기가 태어난 고향의 교회에서
세례를 받으며 삶을 시작하고 죽은 후에는 그 뜰에 묻힙니다. 다시 말해
유럽 사람들에게 교회는 종교 건축을 넘어 자기 삶의 많은 부분이 담긴
중요한 곳이죠. 이런 전통은 지금은 다소 약해졌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영국의 존 컨스터블과 프랑스의 모네

19세기 영국의 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6)은 가장 영국적인 화가이자
영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사람으로 다른 화가들이 유명한 명승고적이나
이국적인 풍경을 그릴 때, 그는 고집스럽게도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자신의
고향의 풍경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그려나갑니다.
그가 그린 풍경화에는 솔즈베리 대성당 같은 영국 특유의 고딕 건축이 자주
등장합니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도 이런 성향을 보이고
있는데, 루앙 대성당을 시리즈로 그려냅니다. 모네는 ‘빛은 색채’라는 이야기를
남겼을 만큼 사물에 비치는 빛과 그 빛에 따른 사물의 변화에 주목한 화가
였습니다. 루앙 대성당을 그릴 때 역시 날씨나 시간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잡아냈죠.
그러면 모네는 왜 이 성당만 연속해서 그림을 그렸을까요? 아마도 이 고딕 성당이
지닌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반했을 수도 있고, 루앙 대성당이 프랑스의 고유한
전통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그렸을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이 고딕의 원조라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 판타지 영화의 배경이 된 중세

한편 중세는 19세기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많은 예술적 영감을 줍니다. 오늘날
사랑받는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도 중세를 쉽게 만날 수 있죠.
예를 들어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시리즈가 지금 이 순간 어딘가 존재한다고 착각할 만큼 생동감
있게 마법 세계를 보여줬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해리 포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영국에 가면 지금도 가운을 입고 기숙사
에서 공부하는 중세풍의 기숙 학교가 존재합니다. 옥스퍼드 대학에 가면
해리 포터의 마법 학교에 나오는 식당을 실제로 볼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도 시간적 배경만 미래로 옮겼을 뿐 중세적 세계관을
고스란히 갖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가 신비로운 힘을 가진 기사와
성직자가 악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니까요.


★ 영감을 주는 고딕성당

중세에는 하늘 높이 솟은 고딕 성당이 신과 통하는 신성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오늘날의 고딕 성당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발상의
전환을 맞이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 박사는 연구 도중 풀리지 않는 문제에 부딪혔는데 우연찮게
13세기 지어진 한 성당에 찾아가서 답을 발견했고, 그는 높은 천장 덕분에
꽉 막혔던 자신의 생각이 갑자기 트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훗날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지을 때 건축가에게 연구소의
천장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 덕분인지 소크 연구소의 연구원
들은 여러 차례 노벨상을 타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 인간의 끝없는 욕망

지금까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중세 성당을 살펴보았습니다. 저마다
아름답고 위대한 모습을 뽐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세 교회는 인간이 신을 예찬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
입니다. 하지만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첨탑과 솟아오르는 기둥을 보면
왠지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나요?
바벨탑 이야기는 신의 권위에 도전한 인간의 교만함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되는지 보여줍니다.

중세 고딕 성당은 신에 대한 예찬뿐만 아니라 인간들 사이의 경쟁의식도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이웃한 도시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교회를 지으려다가 이렇게 한없이 높은 첨탑을 만들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보면 인간의 허영이 이런 높디높은 고딕 성당을 만드는 데 큰 몫을
한 겁니다. 저는 현대의 초고층 빌딩을 볼 때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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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럽 미술 중에서도 중세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았습니다.
중세는 역사적으로 볼때 기독교, 교회, 종교의 시대라 할 수 있고, 과학이나
학문, 예술의 입장에서 암흑기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중세에도 예술의 꽃은 여전히 피고 있었지요.

먼저 저자는 중세의 예술을 성당에서 찾고 있습니다.  유럽의 사람들은 성당이나
교회가 따로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자신의 생활 반경의 일부이고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곳이고 죽어서 안식하는 곳이지요.
영국의 컨스터블과 프랑스의 모네는 이런 성당을 자주 그리게 됩니다.
컨스터블의 그림은 자신의 고향에서 익숙한 풍경을 자주 그리고 있는 그대로
그리는 화풍이라면, 모네는 인상파 화가답게 빛에 의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성당의 모습을 잘 담았습니다.

21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영화까지 제작한 해리포터 시리즈나 과거 히트작
스타워즈 시리즈도 그 배경은 중세라고 합니다.  미래 시대를 나아간 스타워즈
이지만 그 구도는 중세의 패러다임이 들어가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중세는 수많은 창작물들의 소재가 되어 주고, 상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여행 다니기가 힘들지만, 유럽 여행 중 오래된 도시에는 꼭 첨탑이 아득
하게 높은 중세의 성당들을 보게 됩니다.   파리에서 만난 노트르담대성당,
밀라노에서 만난 대성당은 깊은 인상을 가지게 해주지요.
가까이는 명동대성당도 고딕양식을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시 소크 연구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천장의 높이에 따라
창의력이 다르게 발현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크가 13세기 지어진 높은
천장을 가진 수도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후 자신의 연구소 천장 높이를
3.3미터로 했는데 12명의 노벨수상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내는
일반 아파트 층고는 대체로 2.4미터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높은 첨탑의 고딕 성당에서 숭고함, 위대함 등도 느끼지만
마치 인간을 멸망으로 이끈 바벨탑의 그림자가 그 곳에서 느껴진다고 합니다.
즉, 교회의 본질을 떠나 이웃 도시와의 높이 경쟁, 파워 경쟁 또한 고딕성당의
건축 배경에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가지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인류의 허영심,
나약함, 어리석음이 함께 하기에 우리 삶의 태도에 대한 반성도 하도록
만들어 주는 중세의 미술이었습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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