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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an 08. 2021

<내 손 안의 교양미술>

“책을 펼치면 나만의 도슨트가 내 곁으로 온다”

.<내 손 안의 교양미술>
“책을 펼치면 나만의 도슨트가 내 곁으로 온다”

                                                해 헌(海軒)

오늘은 화가이자 문학가인 저자가 예술과 회화에 대한 통찰을 문학적 감수성으로 잘
풀어내고 있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펑쯔카이로 유명 화가이자 문학가, 미술, 음악 교육자로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나
저장성립 제1사범학교를 다니다가 일본 도쿄로 건너가 그림과 바이올린, 일본어, 영어,
러시아어를 배웠다고 합니다. 이후 상하이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림과 수필을
썼는데, 저서로는 <쯔카이의 만화 전집>, <생명 지키기 화집>, <위안위안탕 수필>
등이 있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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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은 어떤 쓸모가 있나요?

“그림은 어떤 쓸모가 있나요?” 전시회에서 누군가 저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그림에 실용적인 가치는 없어요.”라고 대답할 거에요.
순수 미술에서 그림의 본질은 ‘아름다움’입니다. 아름다움은 실용적인 지식이
아니라 감상을 통해 느끼는 감정이죠. 화가는 자신이 발견한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할 뿐이지 지식을 가르치려고 그리는 게 아닙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도 감정에 따라 아름다움을 감상하면 그만이에요.
진정한 그림이란 표현하고 감상하는 것이지 현실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인간에게 감정이 없다면 이 세상은 냉혹하고 삭막한 생존경쟁의 전쟁터에 불과
하듯이, 이 세상에 미술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적막하고 무미건조해질 거에요.
미술은 감정의 산물이자 삶의 위안이 된답니다. 미술이 주는 위안을 통해 우리의
감정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요.
그러므로 ‘진정한 그림은 실용적인 가치가 없지만, 이런 그림들이야말로 효용 가치가
크다’라는 역설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 그림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나요?

누구나 마음속에 렌즈가 하나씩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보면 더 이상 ‘변형’의 힘에
기대지 않고도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어요. 렌즈를 통해 삼라만상을 바라보면
모든 사물이 실용성과는 무관해지고 오로지 고유한 사물로서 존재감을 갖는 생명체로
변한답니다. 사물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거죠.
집은 단순히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고, 자동차는 교통수단이 아니에요.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것이 아니고, 과일은 사람들의 먹거리가 아니에요.
이 ‘렌즈’는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고 누구나 마음속에 만들어낼 수 있어요.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일들에 치여 이 렌즈를 사용하지 않아요.
하지만 시골 들판을 산책하거나 깊은 밤 달빛 아래에 서 있을 때면 마음껏
이 렌즈를 사용합니다. 전시회장에서도 이 렌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데 있어 쉽게 저지르는 오류는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무엇을 그렸느냐에 집착하는 것, 두 번째는 그림에 표현된 의미에
집착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거창한 비평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진정한 그림 감상과는 거리가 먼 태도입니다.

★ 회화의 두 가지 특징

(1) 첫 번째 특징 – 화면의 미
자연에서 아름다운 사물을 골라 변형하면 특별한 정취의 화면을 구성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수직으로 서 있는 난초는 무수히 많은 난초 중에서 그림으로 담기에
적합한 모양을 골라 쓸모없는 부분은 버리고 아름답지 않은 부분을 수정한 다음
가장 뛰어난 터치로 화면을 구성한 것입니다.
이는 난초의 순수성, 미화 또는 회화성이라 말할 수 있어요. 사진이 그림만 못한
이유는 수정, 즉 ‘정리’ 과정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림은 사람의 손목 근육의 느낌으로 자연물의 강함과 부드러움, 무게, 굵기 등
다양한 특성을 가늠하여 표현합니다. 한 폭의 그림에는 작가의 마음과 손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표현되어 있죠. 이렇게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감상자의 마음도
필법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데, 이것이 바로 예술적 공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회화의 두 번째 특징 – 순간의 미

그림의 또 다른 특징은 순간의 미예요. 즉 순간적인 현상을 과거, 미래의 변화
없이 독립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달이 떠 있는 풍경을
그릴 때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눈이 내린 풍경을 그릴 때는 맑고 깨끗한
상태 고유의 모습을 그리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순간의 미가 있어요.
영화와 회화가 다른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종합예술인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언어 대신 수많은 연속적인 그림으로 만든 소설에 비유할 수
있어요. 회화의 순간의 미와는 전혀 다르죠.
따라서 아무리 영화가 발달해도 절대로 회화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 인상파 회화 감상법

인상파가 등장하면서 회화는 기술적이고 전문적으로 변했습니다. 매일 캔버스
위에서 색채를 가지고 노는 기술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조금이나마
이러한 회화의 장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이것이 바로 인상파 화가들을
‘빛의 시인’이라 부르는 이유예요.

시인이 언어를 사용하여 시를 짓는 것처럼 인상파는 ‘빛’으로 시를 지었습니다.
일반적인 언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지만, 빛의 언어는 아무나 이해할 수 없어요.
이들이 만든 ‘빛의 시’를 읽으려면 먼저 ‘빛의 언어’, ‘색의 글자’를 알고 있어야 하죠.
그런데 이를 이해하려면 상당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빛의 시’를 만든 인상파 회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악을 듣거나 서예를
감상하는 태도를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다양한 높낮이, 장단, 강약의 음으로
구성된 음악과, 다양한 굵기, 길이, 크기, 농담의 선으로 구성된 서예 작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같은 원리로 각양각색의 빛과 색의 덩어리나 선, 점으로
이루어진 인상파 회화가 아름답게 느껴질 거예요.
음악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곡의 제목을 묻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악곡은 작품 번호로 표시되어 있어요.

서예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글자의 파손된 부분이나 누락된 부분을 문제
삼지 않아요. 그래서 깨지고 잘린 돌비석도 탁본으로 보존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진정으로 회화를 이해하는 사람도 어떤 사물을 묘사한 것인지 묻지
않아요. 그래서 건초더미와 물을 소재로 한 여러 장의 그림이 연작될 수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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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화가이자 문학가인 저자가 쓴 미술에 대한 입문서이자 기본적인 안내서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미술을 포함한 예술은 우리 인간들에게 아주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하여왔고,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쳐 왔지만 때로는 실용적이거나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라고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오늘 저자는 미술의 쓸모, 감상하는 법, 미술의 특징, 인상파 그림을 감상하는 법 등을
친절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그림의 쓸모,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데, 만일 자신에게 누군가가
미술의 쓸모에 대해 물어온다면 실용적 가치가 없다고 대답을 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술의 본질인 아름다움은 일반적인 삶에서 마주하는 실용적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주지 못하는 감성적인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이는 “무용(無用)의 용(用”
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술을 비롯한 예술작품을 통한 감동은 좋은 감정을 이끌어내고 이러한 감정은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척도로 계산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림을 감상하는 법이었는데,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마음의 렌즈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 사람들은 너무나 다른 판단과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다름이 인간의 다양성을 있게 하여 우리 사회가 풍성해지는 결과를 가져
오겠지요. 저자는 또한 그림 감상의 오류 세 가지가 있는데, 무엇을 그렸느냐에 집착하는
것, 그림의 의미에 집착하는 것, 거창한 비평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은 그림을 비롯한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이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마음의 현을 건드려서 나는 감정의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겠지요.

저자는 또한 회화의 특징으로 화면의 미와 순간의 미를 이야기합니다.
화가의 손목 근육의 느낌으로 강함과 부드러움, 무게, 굵기 등을 표현함은 이를 통해
감상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하지요. 또 영화와는 달리 순간의 현상을 포착하여 이를
표현함으로써 순간의 찰나를 나타내는 미가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상파 그림을 설명하고 있는데, 인상파 그림이 나오기 전에는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그림을 그리는 현상이 뚜렷했지만 사진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프레임이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세밀하게 그린 그림도 사진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었지요.
이에 화가들은 다르게 변화하기 시작하여, 빛에 의해 보이는 심상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시인이 시어를 다루듯 화가들은 빛을 다루기 시작한 것이지요.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은 곡의 제목을 묻지 않고, 서예를 진정 이해하는 사람은 파손된
부분을 문제 삼지 않으며, 회화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어떤 사물을 표현한 것인지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모든 예술 작품은 하나의 매개물로서 각 감상자 개인에게 마치 화두(話頭)를 던져
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똑같은 작품을 보고 수천, 수만의 생각과 느낌과 감동이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수천, 수만의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 각자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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