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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Feb 03. 2021

<베네치아 미술 – 또 하나의 르네상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6” 中

<베네치아 미술 – 또 하나의 르네상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6” 中

                                      해헌(海軒)

오늘도 미술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을 해놓은 입문서와 같은 책을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양정무교수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미술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이자 한국
예술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그는 ‘인문학의 꽃’으로 불리는 미술사를 우리 사회에 알리는 데 관심
이 많다고 합니다. 다양한 대중강연을 하고 있고, 저술활동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은 플랑드르 미술에 대하여 보았고, 오늘은 이어서 베네치아 미술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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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과 서방을 잇는 화려한 국제도시 베네치아

앞서 살펴본 북유럽의 상업도시들이 앞다투어 모범으로 삼은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베네치아입니다.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이탈리아는 원래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었죠.
그중 베네치아는 일찍부터 지중해 무역에서 거의 독보적이었습니다. 세계 곳곳
으로부터 진귀한 상품들과 상인들이 모여드는 국제 상업도시였어요.
이때 베네치아는 ‘인간의 모든 상행위가 집중된 곳’, ‘부가 분수처럼 넘쳐흐르는 곳’,
‘넘쳐나는 상품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 상업 세계의 진정한 본점

베네치아는 브뤼헤를 비롯한 플랑드르의 다른 도시들보다 먼저 '상업 세계의
대학교' 역할을 했습니다.

** 상업자본주의의 시기별 중심 도시
11세기 ---> 베네치아
12세기 ---> 브뤼헤
13세기 ---> 안트베르펜
14세기 ---> 암스테르담

베네치아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지중해 중개무역을 통해 상업을 발전시켜온
곳입니다.  장사를 배우기에 아주 좋은 곳일뿐더러, 당시 사업을 하려면
누구든 베네치아를 잘 알아야 했죠.
독일의 거상 야코프 푸거도 베네치아에 와서 상업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푸거는 14살이었던 1473년에 고향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 이후 13년간
베네치아에서 활동하면서 무역이나 금융과 관련된 여러 기술을 배우는데
그중에는 복식부기도 있었습니다.

복식부기는 근대 회계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네치아에서는
일찍부터 상업 기술이 발달해 복식부기가 많이 사용되고 있었고, 복식부기를
일명 '베네치아 방식'이라고도 했습니다.   
'근대 회계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수학자 루카 파촐리도 베네치아 사람입니다.
1494년에 복식부기를 완전한 형태로 정리한 책을 펴내면서, 이미 사용되고
있던 복식부기를 체계화하고 널리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요.

★ 베네치아 미술

르네상스가 오기 전까지 베네치아는 비잔티움 제국의 영향을 받은 전통을 고수해오고
있었습니다.
피렌체는 1310년의 조토의 작품, 온니산티 마돈나를 보면 형태를 실체감 있게 표현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고, 반면 베네치아는 비잔티움의 영향으로 길쭉하고 현실감 없는
실체와 세밀한 장식을 하는 화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1375년 카타리노의 성모
대관식 작품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초기의 베네치아 시절에는 비잔티움과 아시아가 유럽보다 문화 수준이 훨씬 발전해
있었고 베네치아는 스스로 우월한 문화를 지닌 비잔티움 제국의 일원이라고 생각해
미술 양식까지 받아들였습니다.

15세기에는 안토니오 다 메시나는 나폴리 궁정에 와있던 네덜란드 화가들에게서 당시
첨단 기술이었던 유화 기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1475년경 베네치아에 와서 유화를
베네치아 화가들에게 전수를 하였습니다.

이후 16세기를 전후해 베네치아 회화는 눈부실 정도로 발전을 하는데, 피렌체가
원근법을 통해 회화의 혁신을 이루어내었다면 베네치아는 다른 측면에서 회화의
혁신을 완성하는데, 바로 ‘색채’입니다.
흔히 16세기를 베네치아 미술의 ‘황금시대’라고 부릅니다. 이는 베네치아의 번성된
무역 때문이기도 한데, 부유하고 막강한 경제력으로 진귀한 안료가 베네치아로
모여들었습니다. 각양각색의 안료는 다른 지역 화가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안료와 함께 16세기 베네치아 회화가 황금시대를 맞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캔버스화입니다. 베네치아에서 유화가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후반
부터인데요, 이때는 캔버스에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16세기에 이르자 유화를
캔버스에 그리기 시작했는데, 강렬한 색채 표현이 가능해졌고 생생한 붓 터치 등
표현이 다양해졌습니다.

베네치아 회화의 색채 표현의 정수를 보여준 그림이 있는데, 산 자카리아 제대화
입니다. 성모의 옷을 시원시원한 파란색으로 표현했는데요, 이 색은 영어로
‘울트라마린’이라고 하고, 이탈리아어로는 ‘울트라마레’라고 해요. 물감 자체가
바다 건너서 왔다는 의미죠. 당시 베네치아 사람들은 중동에서 수입한 원석인
라피스 라줄리로 이 물감을 만들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러시아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화학적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이땐
아프가니스탄에서만 났습니다. 일종의 보석인 이 돌은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에도 나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채굴된 라피스 라줄리는 낙타에 실려 카이로나
다마스쿠스에 도착한 다음 바닷길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왔습니다. 지중해 무역의
비중을 보면 이 중 절반은 베네치아로 갔고 이후 나머지가 전 유럽으로 팔려
나갔을 겁니다. 따라서 귀한 파란색이 얼마나 많이 칠해졌느냐가 그림의 가치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1505년 베네치아 체류 중이던 현재 독일인 신성로마제국 출신 알브레히트 뒤러는
베네치아 최고의 화가이던 조반니 벨리니의 후원을 받아 알프스 이북 지역과
이탈리아 미술의 차이를 탐구하고 두 지역의 미술을 조화롭게 결합합니다.
뒤러는 이후 ‘독일 미술의 아버지’, ‘북유럽의 레오나르도’라 불리며 존경을
받게 됩니다.

이후 베네치아 회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인물이 등장하는데 티치아노입니다.
그는 베네치아 미술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였고 화면을 역동적으로 구성하고
색채를 다채롭고 정교하게 표현하였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게 됩니다.
대표작품은 1519-1526년에 그려진 페사로 제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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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술이야기 중 베네치아 상업과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앞서서 플랑드르의 발전과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듯이, 결국 예술은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함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유럽의 경제 중심지였던 베네치아와 플랑드르에서 화려한 미술이 피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훈족의 침입으로 바다로 도망을 간 베네치아 선조들은 변변한 땅을 갖지 못하고
상업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세계 최고의 상업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이후 베네치아의 상권은 플랑드르 지방으로 옮겨가게 되지요.

당시는 비잔틴 세계가 더 선진국이었는지라, 베네치아는 로마쪽 보다는 비잔틴
과의 관계가 더 가까왔습니다.   미술도 처음에는 비잔틴 양식이 우세하였고
엄청난 부를 가지고 비싸고 귀한 안료를 구해서 미술도 색채 위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플랑드르에서 먼저 개발된 최첨단 기술인 유화를 들이게 되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베네치아의 미술은 한층 더 발전합니다.

예부터 파란색 안료가 가장 비싸고 귀하여 '울트라 마린'이라 불리는 라피스
라줄리도 다른 나라들보다는 부자였던 베네치아가 더 많이 확보하여 그림 속 성모
마리아에게도 파란색이 쓰이게 되고 파란색이 그림에서 얼마나 많이 쓰여졌는
지가 그림의 가치를 결정했다고 하니 흥미롭습니다.

베네치아는 참으로 매력이 넘치는 도시이고 현재에도 과거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안타깝게도 지금도 조금씩 바다로 가라앉고 있다고 하지요. 십자군 전쟁의 기지가
되기도 하고, 로마와 비잔티움 세계 사이에서 독특한 위상을 가졌으며 아드리아해
근처가 거의 식민지였던 베네치아.
금융과 미술을 통해서 본 베네치아는 또다른 매력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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