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예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Mar 27. 2021

<재즈로 시작하는 음악여행>

<재즈로 시작하는 음악여행>
“재즈의 탄생”

                                    해 헌(海軒)

오늘은 재즈를 비롯한 팝, 클래식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여 음악을 여행하듯이
설명하고 음미하게 해주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임상훈 작가는 어릴 때부터 팝을 듣고 자랐으며 서강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20세기 미국문화를 전공하며, 특히 대중문화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상징> 등을 번역하였고, 오늘 이 책에서 독자들을
음악의 세계로 잘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그중 재즈에 관한 내용을 보시겠습니다.

===============================================================

★ 재즈의 탄생

재즈는 클래식에 비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형태는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게다가 재즈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음악이어서, 미국이 전 세계를
문화적으로 지배하게 되면서 전 세계로 널리 퍼져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재즈가 각 나라의 문화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재즈의 형식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라틴 재즈’는 ‘유러피언 재즈’와는 완전히 다른 음악처럼 들립니다.

재즈가 만들어진 것은 1900년 즈음 미국 남부 흑인들 사이에서였습니다. 이
재즈의 탄생에 대해서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그 탄생이 복잡했던
만큼, 다양한 형태가 파생되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재즈는 미국 흑인들의 음악이라는 점입니다.
재즈가 발생하기 전에도 흑인들은 노래를 즐겨 불렀습니다. 들판에서 힘든
노동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노래를 했고, 주말에는 교회에 가서, 지금의 삶은
힘들지만, 다음 세상에는 더 좋은 곳, 더 좋은 환경에 태어날 수 있도록 비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동하며 부르던 노래는 ‘블루스’가 되었고, 교회에서 부르던 노래는 ‘가스펠’이
됩니다. 그런데 노동요 특징 중 하나로 ‘콜 앤 리스폰스, call and response’
라는 형식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선창을 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힙합에서 “세이 요”하면 청중들이 모두 따라 “요” 하는 게 콜 앤
리스폰스 형식입니다. 이 블루스, 가스펠, 콜 앤 리스폰스 모두 재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됩니다.

재즈의 고향은 미국 남부의 뉴올리언스라는 곳입니다. 올리언스를 불어로
읽으면 ‘오를레앙’입니다. ‘오를레앙의 처녀’ 잔다르크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원래 이곳은 프랑스 식민지였습니다. 뉴욕의 원래 이름은
‘뉴 암스테르담’이었습니다. 즉, 네덜란드 사람들의 식민지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뉴욕으로 바뀌었다는 말은 영국인들이 네덜란드 사람들로부터 이 땅을
사서 이름을 바꾸었다는 의미입니다. 뉴욕에서 요크(york)는 영국의 공작
이었습니다.

자, 그런데 왜 뉴올리언스가 중요할까요? 일단 프랑스 사람들은 일찍부터
‘관용’을 중시해서, ‘차별’을 경멸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
있던 흑인들 중에서는 백인과 피가 섞인 흑인들도 많았는데, 이들을 ‘크레올’
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노예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이들은 자신들이 아프리카에서 가져 온
리듬과 학교에서 배운 유럽의 멜로디와 화음을 뒤섞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뉴올리언스는 항구였습니다. 유럽, 남미, 카리브해 등등의 장소에서 온 사람
들이 뒤섞여 함께 어울리고,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다가 또 즉석에서
배운 노래를 서로 바꾸어 부르며 술 마시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재즈는
처음부터 잡종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많은 음악들은 이처럼 항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발전합니다.

이 뉴올리언스를 대효하는 재즈 아티스트가 바로 재즈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루이 암스트롱입니다. ‘엔터테이너’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사람은 누구나 즐겁게 만드는 특출한 능력을 가지고, 흑인들의
음악이었던 재즈를 미국 전역에 퍼뜨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즉흥 연주, Improvisation

흔히들 클래식은 ‘작곡가의 음악’이라고 하고, 재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고
합니다. 클래식에서는 작곡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곡을 만들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면, 재즈에서는 연주자가
어떻게 곡을 해석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클래식에서는 클래식 문외한이라도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와 같은 작곡가의 이름은 알고 있지요. 하지만 알프레드
브렌델이나 클라라 하스킬과 같은 베토벤, 모차르트의 곡을 훌륭하게 연주하는
사람의 이름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재즈의 경우는 반대로, 루이 암스트롱이나 빌리 할리데이의 이름은
들어 보았어도 이들의 곡의 누가 작곡한 것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당대 최고의 재즈 작곡가 콜 포터가 등장
하는데, 이 사람도 주변에 등장하는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거트루드 스타인
등에 비하면 대단히 초라한 모습으로 비칩니다.

재즈가 연주자의 음악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클래식 초보자들이 듣기에는
누가 연주하든 누가 지휘하든 크게 차이 없게 들리는 클래식 음악과는 달리,
재즈는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악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연주자의 개성이 극대화되는 음악이라는 말이죠.
그리고 재즈의 특징 중 하나가 악보에 써진 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들이 그때그때에 따라 즉흥연주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흥연주는 주어진 주제를 기반으로 즉석에서 멜로디를 만들어 연주하는
것입니다. 드럼이나 베이스와 같은 리듬을 담당하는 섹션이 템포와 코드를
연주하면, 멜로디를 담당하는 트럼펫이나 섹소폰 같은 리드 악기들이 번갈아
가며 솔로로 즉흥연주를 합니다.

재즈 싱어들도 즉흥연주를 하는데, 싱어들의 즉흥연주는 ‘스캣,scat’이라고
부릅니다. 스캣의 시작은 루이 암스트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은 트럼펫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하다가, 중간 중간에 흥이 나면
‘뚜바뚜바’하며 추임새를 넣곤 하였습니다.
물론 이런 즉흥연주를 클래식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루빈스타인과 같은
피아니스트는 어린 시절 공연 중 앙코르를 받아 악보가 없는 상태에서 즉흥
연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즉흥연주하면 떠오르는 것은 재즈이고, 즉흥연주는 재즈의 핵심입니다.

즉흥연주가 재즈의 핵심이 된 것은 재미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초기의 재즈
연주자들은 대부분 흑인들이었고, 가난했습니다. 재즈가 미국으로 퍼져 나가는
것도 가난한 재즈 연주자들이 돈을 좀 더 주는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미국을
돌아다녔기 때문입니다. 이 흑인 연주자들은 대부분은 악보도 보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들은 어떤 음악을 들을 때,
귀로 듣고 대충 따라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재즈에서 악보보다는
연주자들의 즉흥연주가 더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영어에 아직도 play by ear 라는 표현으로 남아있습니다.
‘귀로 연주하다’ 정도로 번역될 것 같은 이 표현의 의미는 당연히
‘즉석에서 대처하다’입니다.

==============================================================

오늘은 음악에 관한 책을 한번 보았고, 그중 재즈에 관한 내용을 함께 살펴보았
습니다.   
재즈는 그 유래가 미국이었고, 특히 흑인들에게서 비롯된 음악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가 프랑스령이었다가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혼혈인 크레올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건을 걸었다고 하니, 재즈의 탄생에는 프랑스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남북전쟁 이후에 뉴올리언스에 군인들이 버리고 간 군악대 악기들이 동네
곳곳에 있었는데 이를 통해 쉽게 악기를 접하고 재즈가 탄생한 배경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네요.

또한 저자가 항구를 중심으로 모든 음악이 생성되고 발전했다고 하는데 이는
일리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뉴올리언스도 유럽, 남미 등 전 세계에서 몰려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섞이고, 또한 이들의 음악이 퓨전이 되면서 새로운 음악
탄생의 배양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대세를 이룬 지금과는 달리 과거 고대부터 근대까지는 모든 교역과
교류가 바닷길을 통해서 주로 이루어졌고 문명과 문화의 전파도 항구를 통해
이루어졌지요.

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즉흥연주라고 합니다.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지 못한
흑인 연주자들이 귀를 통해 음악을 듣고 또 이를 표현하다보니 즉흥연주가 더
발전했다고 합니다. "play by ear"라는 영어 표현은 이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클래식은 작곡가의 음악이고 재즈는 연주자의 음악이라는
평가는 두 음악의 근본 성향을 여실하게 드러내 줍니다.

우리나라 음악에도 재즈와 비슷하게 즉흥연주가 중시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시나위'라고 합니다.  무속음악에서 유래한 민속 기악 합주곡으로 기본적인
틀은 있지만 고정된 선율이 없고 유동적이며 즉흥적인 선율을 가진다고 합니다.
악기가 서로 엇갈리게 연주하여 불협화음이 자주 나타나고, 이런 부분들이
재즈와 아주 유사하다고 합니다.
결국 즉흥음악은 재즈든 시나위든 정형화된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그 순간의
생명력 넘치는 감흥을 잘 나타낼 수 있고 부조화의 조화로움이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네치아 미술 – 또 하나의 르네상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