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문 인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Sep 10. 2016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한국문화인류학회

                            강 일 송

오늘은 조금 색다른 주제로 문화인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어로는 “Cultural Anthropology"입니다.

사전적 정의로는 “인간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통해 전세계에 
거주하고 있는 여러 민족의 생활양식인 문화와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의 생활 구조 등을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비교 연구하는 학문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문화를 통해서 인류의 삶을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네요.
오늘 책은 한국문화인류학회에서 문화인류학 입문서 개념으로 발간한
책입니다.
여러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만 골라서 옮겨보겠습니다.

-------------------------------------------------

인간은 특정 문화에 태어나 성장하는 가운데, 즉 문화화(enculuration)
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유형의 정보에는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또 다른
유형의 정보는 차단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배운대로 본다’
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눈을 뜨면 물체가 보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보는 법이 배움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같은 물체를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느끼는 방법을
배우며 자라지만, 종종 자신이 자기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망각한다.
마치 물고기가 자기가 살고 있는 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듯이.

새빨갛고 매운 김치는 17세기에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역사가
300년도 되지 않지만, 오늘날 한국인들은 김치를 가장 대표적인 “한국인의
민족음식“으로 여기고 있다.  고추는 임진왜란 때 한국에 들어온 것이지만
우리는 아주 아득한 옛날부터 새빨갛고 매운 김치를 먹은 것으로 생각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 김치를 담그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배추의 품종이
국내에 들어온 지는 100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치를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민족”의 가장
전통적인 음식으로서의 지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제는 “문화현상으로서의 김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흔히 김치는 한국인의 “삶의 활력” 이며, 한국인이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한국인의 전형적인 식사는 주식(밥)과
부식(반찬)으로 구성되는데, “반찬은 없고 밥과 김치뿐” 이라는 표현처럼
김치는 흔히 부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김치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것이기에 다른 반찬 없이 김치와 밥만으로
이루어진 식사는 가난한 사람의 식사가 된다.

김치는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선진국사람들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끔찍하고 야만스러운 음식으로 간주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고 다양한 외국인과 여러 형태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한국인들은 점차 서양의 음식들 역시 상당수가 ‘고약한’냄새를 풍기며,
외국인들 중에도 김치의 맛을 알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한국인들도 김치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자기 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신감이 상승하는 것과
더불어 김치는 한민족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영국의 상류층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으면 신체
만 강건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질도 용맹해진다고 믿었다.
서구의 전통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 스테이크는 자연에 대한
정복을, 반면에 채식주의자는 자연과의 조화, 평화, 여성스러움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한국인들에게 새빨간 김치는 힘과 남성성을 상징
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마음껏 섭취할 수 없었던 시절의 한국인들에게
김치와 고추장은 단순한 물리적 힘의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어떤
독특한 힘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최근에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과 불안이 증대하는 가운데 김치는
환경친화적이며 정치적으로 옳은 건강식품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치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유산균 발효식품으로서 주로
채소를 이용하기에 에너지를 덜 소모하고 생명을 살상하지 않으며
공격성이나 남성 우위의 편견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김치는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민족적 자부심과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는 상징적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김치가 언제부터 새빨갛고 맵게 되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고 살아왔다.

바로 그 때문에 문화는 흔히 ‘하나의 인간 집단이 공유하는 가치나 신념’
또는 ‘삶의 디자인’이라 정의되지만, 가장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는
오히려 사회 구성원들 간에 ‘공유된 무관심’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문화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그 문화의 기본적인 가치나 여러
특질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는 것, 즉
의문을 품지도 않고 질문도 하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문화중심주의”란 단지 자신의 문화에 우월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다른 문화 사람에게 강요하는 태도만 가리
키는 것이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자신의 문화에 대한 성찰이나
비판 없이 이를 당연시하는 태도나 자신의 문화의 여러 특질들의
존재에 대해 무관심을 공유하는 것도 포함된다.

다른 문화를 알게 되고 그 사람들의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
즉 <문화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의 태도를 갖는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문화중심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다른 문화와 대면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문화적 가치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자신의 삶의 방식이 유일하고도 필연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다른 문화와의 대면은 성장과정에서
무뎌지거나 억압되었던 자신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감수성을 
회복시켜 준다.
즉, 자기 문화를 보다 잘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문화인류학은 ‘인간의 거울(Mirror for man)'이라 불리기도
한다.  문화인류학자들이 구태여 다른 문화권으로 현지조사를 
떠나는 것은 자신의 문화를 더 잘 알기 위해서, 즉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

오늘은 문화인류학에 대한 책을 한 권 보았습니다.

인간은 한 사회에서 태어나 그 사회의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모든 사람들이 같은 물체를 보고도 동일하게 인식하지 않는다는
주제가 인상깊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뿐이라는 
말이 참으로 맞지요.

이전에 “만들어진 전통”이란 책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김치를 만드는 재료인 고추가 임진왜란 무렵 들어오고, 배추가 들어온 지
100년밖에 안 되었지만,  우리 인식 속에는 이미 수천 년 동안 이어온 듯한
“만들어진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가 자랑하는 각양각색의 킬트천이 오래전부터 스코틀랜드인이
입던 옷이 아니라 18,19세기에 만들어졌고
영국 여왕의 마차행렬도 마치 1000년의 되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행사라고 하네요.

어떻게 19세기에 이런 만들어진 전통이 늘어났는지는, 이 시기가 산업혁명
이후 사회가 급변하면서 불안정해지자, 안정을 필요로 한 정치가들이
오래된 과거 전통인 것처럼 조작하고 통제해 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의 김치에 대한 내용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지만, 김치가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기에, 김치의 좋은 점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나트륨 함량이 높아 고혈압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을거라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비판은 어딜 보아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 “자문화중심주의”에 빠져서 자신의 문화에 대한
과한 평가와 다른 문화에서 이주해온 (특히 동남아) 사람들을 무시
하지는 않는지 우리 사회 전체가 반성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지금 시대에는 “문화상대주의”의 태도를 가져서 유아독존, 
선민의식 등의 자기중심 의식을 버리고 인종과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나 아닌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유연한 사고로 품고 갈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서 굳건히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 장소, 환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