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우 식당> 장진우
강 일 송
오늘은 아주 특이하고 개성이 넘치며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사업가이자
셰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미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고, 요즘 뜨고 있는 경리단길이 “장진우길”
이라 불릴 정도로 그의 명성은 높습니다.
장진우(1986~)는 공간 디자이너, 식당 주인, 장진우회사 대표, 스피커 수집가,
사진작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워지지만 “라이프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합니다.
친구들을 초대해 매일 맛있는 밥 한끼를 지어주고 나눠 먹었던 개인 서재가
입소문을 타고 “장진우식당”이 되었고, 간판이 없고 테이블이 하나인 작은
식당이 열린 지 5년 후, 개성과 취향이 반짝이는 20개의 가게와 100명 가량
의 직원이 있는 장진우회사가 생겼습니다.
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의 말들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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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블이 하나인 이유
원테이블은 특별히 뭘 고집한 게 아니었다.
진짜 그냥 집에서 밥을 먹는 것처럼 하고 싶었다. 집에 테이블이 여러 개인
사람은 별로 없잖아. 그런 의미였다. 가족같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 일.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는 하나하나가 의식된다. 몸에서 나오는 열, 포크를
달그락거리는 팔 움직임, 웃을 때 터지는 숨까지. 좋아하는 사람은 더 사랑
스러워지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엔 왠지 모를 친근감이 생긴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오기 전까지 일면식이 없었어도 술도 나눠먹고 말도 한마디
걸게 되고 그렇게 된다. 정말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것만으로.
난 그게 좋은 것이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우리는 결국,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이 세상을 사는 거니까”
◉ 식당에는 여전히 간판이 없다.
“장진우식당”의 “첫”은 4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이태원의 주민일기”라는 책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했다. 당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던 나를 포함해 이태원에서 사는 젊은 예술가들이 사는 법을 담은
책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윈도우 페인팅 아티스트 나난,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이름을
날리던 홍민철, 버려진 물건을 쓸모 있게 가공한다 해서 “박가공”인 박길종,
핫한 사진가 사이이다, 수트 디자이너 곽호빈, 이태원에서 판소리 가르치던
여자 황애리 등등, 이 동네엔 재미난 사람도 일도 많았다.
이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그날 저녁 다 같이 내 서재에서 처음으로 식사를
했다. 이것이 “장진우식당”의 첫날이었다.
이날 호평이었던 ‘주민잔치’를 시작으로, 식당은 내가 배고픈 친구들에게
요리해주고 나눠 먹는 공간으로 아예 자리 잡았다. 나중에 소문을 듣고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찾아오기까지 했다.
문제는 계속 공짜로 식사를 제공해주기는 곤란해졌다는 것. 그래서 아예
돈을 받기로 한 것이 장사로서 식당의 시작이다.
◉ 주식회사 장진우와 함께 할 인재를 모집합니다.
지원자격 / 성별, 나이, 학력, 경력 제한없음
급여 및 근무조건 / 면접 후 상의
저는 직원을 뽑을 때 가장 불안하고 겁먹은 사람 위주로 뽑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나갈 때도 많습니다. 어제 식구들이
왜 자꾸 그런 애들만 뽑냐, 제대로 된 애 좀 뽑아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희들도 그랬다고 하니 웃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너희들도 싫은 아이 내가 뽑지 않으면 평생 아무 곳에서도
뽑히지 않을 거라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저의 식당에서 아주 반짝이며 일하는 식구들은 모두가 세상이 원하는 그런
스펙을 가진 친구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바보고 멍청이고 울보고 싸가지고
촌놈에다 찌질이들이 많습니다. 왜냐면 사장이 꼭 그렇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누구보다 훌륭한 스탭들입니다.
무식하게 열정 하나로 저와 함께 할 청춘을 모집합니다.
꼭 일하실 분만 면접 보길 원합니다.
◉ 스시의 대가에게 사사를 받다
일본 오키나와에는 숨은 스시 고수가 있다.
그의 가게를 알고 찾아오는 한국인은 단 두 명. 나와 이건희 삼성 회장이라고
한다.
고수의 스시집은 가격이 좀 센데다가 하루에 열 명 이상 받지 않다보니
모든 손님이 VIP가 된다. 명인과 일대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내가 들은 그분의 요리철학은 보통의 상식과는 많이 달랐다.
“스시를 하는 가게는 열 명 이하만 받아라”
손님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열 명의 손님으로 어떻게 돈을
벌까 걱정하지 마라. 백 명의 손님에게 들이는 정성으로 열 명의 손님에게
쏟는다면 반드시 맛과 서비스에 걸맞게 가치평가를 해주는 열 명의 “좋은”
손님만 남게 될 거라는 지론이었다.
그분은 이런 얘기도 해주셨다.
“요리사에겐 세 가지 기본이 있다. 바로 뜨거운 마음과 튼튼한 체력,
그리고 맑은 정신이다.“
◉ 내가 행복해야 문화가 된다.
나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미친 놈>이다. 미친 놈이지, 미친 놈, 미치지 않고
서야 이 모든 것을 할 수가 없다. 정상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또라이
같다. 일부러 정상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니 멋있게
살아야하는데, 그 멋있게 살기가 비정상이 돼버린다.
남들과 다르다는 건, 모든 게 힘들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수많은 오해와 편견과 질타 속에서 살아간다. 실제로 내가 그들에게 하나도
피해를 준 건 없지만 그들은 그냥 싫은 이야기를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문화가 다 뭐냐, 경제야 경제! 잘 먹고 잘 사는 게 중요하지“
그래, 돈으로 잘 먹을 수는 있다. 근데 결코 잘 살 수는 없다. 우리나라만큼
돈 많은 사람이 불행하게 사는 나라가 없지 않나. 문화가 없으면 그렇다.
여행갈 줄도 모르고,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 줄도 모르고, 베풀었을 때
의 그 희열과 감동이 그 좋은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사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걸 모르는 채 살아간다.
경험이 없다. 소유만 있고. 그러니까 자기 이야기를 못한다. 내 이야기를 있어야
할 삶의 자리에 남 얘기만 가득 찼기 때문에 행복하기 어렵다.
빈 꽃씨다. 아무리 물을 잘 줘도 꽃이 필 리가 만무하다. 물질적으로 OECD고
선진국이고 풍요로워도, 내가 꽉 차 있지 않은데 충만함이 느껴질 것인가.
나는 내가 가장 행복한 방식으로 보고 듣고 먹고 옷을 입고 여행 하고 지금
순간 제일 좋아하는 걸 다 해보고자 했다. 가장 돈이 없을 때조차.
나는 지금도 새로운 일을 벌이고 공무원에게든 일반인에게든 강연을 하고 식당
을 연다.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서다.
그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무슨 교훈을 느낄 건 없다. 다만 거기에 자극되어
자기 이야기가 물꼬를 틀 뿐이다. “저는요...” 사람들은 드디어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같이 발전을 하고 꿈을 꾸고 같이 행복을 위해서
살게 된다.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에겐 꿈이나 발전이란 말이 마냥 추상적으로
들릴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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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성이 넘치고 열정적이며 당당히 자기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젊은
인재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수주 전에 하얏트 호텔을 지나 경리단길을 운전해서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거리라고 하고, 장진우식당이 있어서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지방에서 중학교때 상경하여 젊은 나이에 다양한 경력을 쌓고, 성공한 사업가
, 유명 사진작가, 창업 도우미, 유명 셰프 등,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룬
그는 역시나 생각이 아주 남달랐습니다.
현대의 사업은 "better"를 추구하기 보다는 "different"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는 본능적으로 여기에 충실하였더군요. 장진우 식당은 이전의 어떤 식당
과도 컨셉이 다릅니다. 하나의 테이블에 예약된 소수의 인원이 모이는데
매번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매번 다른 메뉴를 먹습니다.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친구가 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자기 회사 직원 채용 기준을 보면 엉뚱하다 못해 세상과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스펙이 없고, 자신감, 경력도 없는 찌질이들을 고용합니다.
내가 그들을 안 뽑으면, 그들은 평생 어디에서도 뽑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단한 자신감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그는 당당히 행복해지라고 말합니다. 타인의눈치 보지 말고,
너무 경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베품의 기쁨을 느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젊은 나이에 이미 그는 압니다. 좋은 집, 많은 돈을 가진 기쁨보다
함께 나누고 베풀고 함께 가는 것이 더 큰 인생의 보람과 뿌듯함을 준다는
것을.
갑자기 장진우식당에 한번 가고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