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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2. 2016

<칼> 비 윌슨(Bee Wilson)

포크를 생각하다. 중

<칼> 비 윌슨(Bee Wilson)

-- 포크를 생각하다. 중


                     강 일 송


오늘은 “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요리에 있어서 없어

서는 안 될 “칼”. 지난번엔 “불”에 대한 역사를 알아보았지요.


음식의 역사는 재료와 입맛 못지않게 기술과 도구에 의해 좌우되었다고

합니다. 칼은 주방에서 음식 재료를 썰고 자르고 다지는 데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식탁에서 음식을 잘라 먹는 데도 사용되었고, 이러한 일이 궁극적

으로 인간의 신체를 바꾸어 치아구조가 바뀐 내용까지 전개됩니다.


저자는 요리 도구를 통해서도 진지하게 인류의 문화의 흐름을 흥미롭게

이야기합니다.

자! “칼” 이야기를 한 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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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는 펜, 화가에게는 붓, 요리사에게는 칼”

--F.T.쳉 <중국 식도락가의 사색, 1954


부엌은 폭력적인 장소이다. 사람들은 데고, 찰상을 입고, 동상에 걸리고,

무엇보다 벤다.

요리용 칼은 언제나 무기와 한발 거리였다. 요리용 칼은 자르고 망가뜨리고

훼손하려고 설계된 물건이다. 칼은 연약한 인간의 치아가 못하는 일을 해낸다.

최초의 석기는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260만 년 전 것이다.

날카롭게 다듬은 돌들과 벤 자국이 있는 뼈들이 발굴되어, 석기로 살점을

뼈에서 도려냈음을 암시했다.


나의 경험상 요리사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도구를 물으면 십중팔구는 칼이라고

대답한다. 칼 없는 요리사는 가위 없는 이발사와 같다. 칼질이 불보다 더

중요하다. 요리사마다 좋아하는 칼은 다른데, 대부분은 고전적인 23-25 센티미터

부엌칼을 쓴다. 그 크기는 대개의 작업을 다 해낼 수 있는 적절한 크기이다.


칼이 날카롭다는 말은 무엇일까? 그것은 각도의 문제이다. 베벨(bevel)이라고

불리는 경사면이 양쪽에서 뾰족한 V를 이루면서 만나면 그 날은 날카롭다.

날카로운 칼의 단면을 잘라보면, 서양의 전형적인 부엌칼은 경사면 각도가 약

20도이다. 이상적인 우주에서는 경사도가 0도인 칼이 가능할 것이다. 무한히

날카로운 칼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서양의 부엌칼은 약 20도로 갈지만 일본의 부엌칼은 15도까지 더 얇게 갈 수

있다. 일본식 부엌칼을 선호하는 요리사가 많은 하나의 이유다.


최초의 금속 칼은 청동기시대(BC 약 3000-7000년)에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너무 재질이 부드러워 날을 세우기 어려웠고, 이후 철기시대야말로 최초의

진정한 칼의 시대였다. 하지만 철은 쉽게 녹이 슬어 음식맛을 버렸다.

위대한 돌파구는 강철이었다. 강철은 요즘도 거의 모든 날카로운 칼에 쓰인다.

유일한 예외는 최신 세라믹 칼이다.

강철은 철에 탄소를 소량 섞은 것이다. 적은 양이지만 그것이 차이를 만든다.

탄소 함량이 너무 높으면 날이 뚝 부러진다.

20세기에 도입된 스테인리스스틸은 식탁의 행복을 크게 키워준 발명품이었다.

이것은 크로뮴 함량이 높은 합금이다. 크로뮴이 공기에 노출되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산화크로뮴 막이 형성된다. 부식에 강하고 레몬즙 등에 의해

바뀌지 않았다.


중세와 르네상스 유럽에서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자기 칼을 가지고 다녔고,

식사할 때 그것을 꺼내 썼다. 전용 식사용 칼을 허리띠에 매달고 다녔던

것이다. 남자의 허리띠에 매인 칼은 적을 방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음식을 자르는 데도 유용하게 쓰였다.

하지만 17세기부터 칼에 대한 유럽인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최초의 변화는 식탁에 포크와 나란히 칼을 차려 두는 것이었다. 이제 차고

다니는 문화는 사라졌다.

두 번째 변화는 식사용 칼이 무뎌진 것이었다.

서양식 식사예절의 이면에는 옆 사람이 칼로 나를 찌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 깔려있다. 그래서 무딘 식탁용 나이프를 따로 만들었다.


식탁에서 음식을 썬다는 기본적인 기술이 우리의 생리구조를 , 무엇보다

치아를 바꾸었다.

현대의 치아교정학은 주로 탄성 밴드, 철선, 교정기를 써서 완벽한 “피개교합

(被蓋咬合)“을 만드는 일에 헌신한다. 피개교합이란 위 앞니가 마치 상자

뚜껑처럼 아래 앞니보다 살짝 앞으로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피개교합의 반대말은 침팬지 같은 영장류에서 흔히 나타나는 “절단교합(切端

咬合)“으로, 위 앞니가 마치 단두대 칼날처럼 아래 앞니와 딱 맞물리는 상태이다.


치과의사가 흔히 알려주지 않는 사실은, 피개교합이 인간에게서 상당히 최근에

나타난 것이며 아마도 나이프 사용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서양사람들 기준으로 피개교합이 생긴 것은 지난 200-250년뿐이었다.

그전에는 인간도 대개 절단교합이었다. 나이프와 포크로 잘게 음식을 잘라

먹기 시작한 후 18세기 말에 들어서야 ‘지위가 높은 사람들’부터 피개교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은 어떨까? 부엌칼로 다 자르고 작게해서 먹고, 젓가락으로 먹기만 하는

중국식 식사는 유럽에서 나이프와 포크가 표준방식이 된 시기로부터 약

1,000년 전인 송나라 시절(960-1279)이었다. 유행은 귀족 사이에서 시작되어

차차 인구 전체로 퍼졌다.

중국인의 치열을 분석해보니 정말로 피개교합이 유럽보다 800-1,000년 더 일찍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농부는 예외였다. 농부들은 20세기 들어서도

한참 후까지 절단교합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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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저자는 부엌은 폭력적인 장소라 일갈합니다. 늘 화상을 입을 수 있는 “불”이

있고, 벨 수 있는 “칼”이 상주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요리사에 있어서 칼은 최고의 도구였습니다. 처음의 칼은 석기로 만든 칼이

었고 이것은 동물의 뼈에서 고기를 발라내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칼을 허리에 차고 다녔다고 합니다. 호신용으로 쓰이기도 했고

식사 때 고기를 잘라 먹는데 사용이 되었습니다.


청동기로 만든 칼은 너무 물러서 날이 잘 서지 않았고, 철로 만든 칼은

단단해서 좋았지만 쉽게 녹이 슬어서 음식 맛을 버렸습니다. 강철로 만든

칼은 탄소량이 많으면 잘 부러졌습니다.

20세기 들어 스테인레스스틸이 발명되자 식탁의 행복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식사매너가 바뀌게 됩니다.

서양 식사예절의 이면에는 옆 사람의 칼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식사 매너뿐 아니라, 칼로 잘라 먹는 습관은 인체의 구조도 바꾸게 됩니다.

이전의 잘라서 먹던 방법에서 잘게 잘라진 것을 먹다보니 치아 구조가 바뀌

는데, 중국이 유럽보다 거의 1000년 가까이 앞서게 됩니다.

“절단 교합”에서 “피개 교합”으로 바뀐 것이지요.


이처럼 “칼”은 인류에 있어서 “예절”과 “구강구조”까지 바꾸게 만듭니다.

전쟁을 할 때도 “총”이 개발되기 전에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우리가 뭔가가 있는 사람을 “한 칼 있다”라고 하지요.


지난 번, 부엌의 도구 중 “불”과 오늘 “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불”과 “칼”이라는 창을 통해서 인류의 문화를 들여다 본 것입니다.

어떤 창을 통해서 들여다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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