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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2. 2016

<뇌는 윤리적인가(The Ethical Brain)>

마이클 S.가자니가

<뇌는 윤리적인가(The Ethical Brain)> 마이클 S.가자니가


                            강 일 송


오늘은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뇌과학의 발전으로 인간 행동의 비밀이 밝혀지고 인간 정신 능력의 인위

적 향상이 가능해질 미래에 어떤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될 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인 마이클 S.가자니가(1939~)는 세계적인 뇌과학자이자 신경과학자로서

뇌영상을 통해 마음의 기능을 연구하는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

이라는 제2세대 인지과학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로 이름이 높다고 합니다.


미국 대통령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다트머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미국 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산타바버라 캠퍼스

의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저자가 기술한 여러 토픽 중에서 오늘은 “뇌의 기억은 불완전하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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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 중 완전하게 기억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원본 그대로 저장하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라, 어떤 주어진

시점에서, 특정 맥락에 따라 때와 장소에 맞게 정보를 저장한다.


모든 기억들은 시공간의 꼬리표를 달고 있고, 이 꼬리표는 계속 분실되거나

손상된다. 그 결과는?  회상된 기억은 불완전하다.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기억하는 것, 특히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  하나의 이유는 뇌는 현대 세계에서 알아야 하는 종류의 것들을

기억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뇌는 실제적 물리적 공간 어디가 위험한지를 기억하는 것과 같은 구조적인

작업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대의 연구들은 경험의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기억은 잘하지만 세부사항에

대한 기억은 잘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핵심적인 기억”들도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수히 많은

‘잘못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우리 기억이 맞다고

자신만만해한다. -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기억조차도.


인간의 뇌는 과거에 대한 잘못된 기억을 확실하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  우리는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또한, 회상을 할 때, 첫 번째의 기억과 혼동하면 우리의 뇌는 원래의

상황과 회상할 때의 상황을 조화시키려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이 거짓 기억 시스템은 때론 편의를 제공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완벽한 기억을 가지는 것은 필수적이지

않다.  예컨대, 커다란 검은 곰을 만났을 때 우리는 곰의 상세한 부분들

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핵심만을 기억해서 곰이 나타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알면 된다.


기억된 과거라는 것이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을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뇌는

녹음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특히 법정에서 많이 드러난다.

목격자의 증언은 사법체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 여성이 강도를 당했는데, 범인의 상세한 세부사항을 경찰에 알려 한

사람을 지목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시간에 텔레비전 인텨뷰를 하고 있었

다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알고보니, 그는 강도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텔레비전 인터뷰를 하고 있었고, 그 여성은 그 화면을 보고 범인을

잘못 기억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기억의 일곱 가지 오류


(1). 사라지는 기억들 (Fading memories)

어떤 기억 오류는 정보가 부족해서 생긴다. 소멸은 가장 심각한 기억

왜곡 중 하나이다.  원래 소멸은 쓸모없는 정보를 제거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것이다.  17년 전 어느 날 아침에 뭘 먹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을까?

소멸은 우리 뇌가 너무 많은 외부 정보에 짓눌리지 않도록 ‘중요한 정보’

만 남기도록 하는 것이다.

기억은 시간에 따라 급속히 소멸되므로 어떤 일이 일어나자마자 목격자를

인터뷰하는 것이 최선이다.


(2) 정신없음 (Absentmindedness)

우리는 사람을 만난 직후 그 사람 이름을 즉시 잊는 것부터 , 조금 전에

놓아 두었던 열쇠를 찾지 못하는 경우까지 여러 종류의 정신없음을 경험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그 이유는 우리가 기억을 부호화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이다.


(3) 막힘 (Blocking)

막힘이라는 현상은 말이 혀끝에서 맴돌 뿐 나오지 않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장 좌절스러운 일상적인 기억 혼란 중 하나이다.

이것은 당신의 뇌가 정보를 부호화하긴 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를 잊어

버린 것과 같다.

연구에 의하면 어떤 유형의 단어들은 다른 유형의 단어들보다 더 잘 막힌

다는 것인데, 예컨대 고유명사는 더 막히기 쉽다고 한다.


(4) 오귀속 (Misattribution)

또 다른 유형의 기억 오류는 잘못된 기억들이 첨가되어 참된 기억이 오염

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우리는 생략오류처럼 중요한 정보를 잊는 대신

잘못된 정보를 집어넣어서 아예 발생하지 않았던 것들을 기억하게 한다.


(5) 암시성 (Suggestibility)

암시성은 사건에 대한 기억에 타인이 제공한 정보를 통합하는 경향을 가르

킨다.  암시는 친구, 가족, 연구자 그리고 심지어 언론매체로부터도 온다.

암시는 항상 해롭지는 않지만 기억의 신빙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6) 편견 (Bias)

우리 자신의 의식적, 무의식적 느낌들, 고정관념들, 그리고 편견들은 정보

를 부호화하는 방식과 우리가 생각해 내는 정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기성 편견은 우리 자신을 실제보다 더 정직하고, 성실하고, 성공적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타인보다는 우리 자신의 직관과 기억을

믿게 한다.   변화 편견은 예를 들어 우리가 다이어트를 할 때, 실제로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를 과장하는 것이다.


(7) 지속성 (Persistence)

마지막으로 언급할 기억 망상은 당신이 잊기를 원하는 사건이나 생각을

계속 기억하는 성향이다.  정서적 사건들은 종종 계속해서 발생하는

기억들이 된다. 뇌의 정서 부위와 사건을 경험할 때 일반적으로 활성화

되는 영역들이 함께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은 이 기억들을 더 생생하게

저장하고 재발생하게 하는 경향을 만든다.



◉ 기억의 한계를 인정하라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게 되면, 목격자가 사건을 정확하게 회상하

도록 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고, 더 정확하게 회상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터뷰 기법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변호사들은 기억이 거짓되고, 신빙성 없고, 유동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도 기억은 재판정에서는 유용하다.


기억은 근본적으로 오류가 있는 시스템이며, 이 점을 더 많이 알 때까지

우리가 가져야 할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입장은 기억이 정확하다는

생각으로부터 멀리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억의 기본적 의미는 유용한 정보를 저장하고 정확하게 그것을 복구하는

능력이며, 현재의 순간에서 우리에게 유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자아에 대한 개념은 계속 변하는 개념이다.


우리의 뇌는 극단적이 효율성에 적응한다. 이 때문에 뇌는 유입되는 정보

를 우리가 현재 세계에서 갖고 있는 믿음에 잘 맞게끔 왜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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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뇌과학 분야 중에서도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시각으로 본 기억을 아주 신뢰하는 편입니다.

다툼이 있을 때도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하지요.  하지만 눈으로

본 기억도 충분히 수많은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TV인터뷰하는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 우리의

뇌는 오류투성이입니다.  


결국 우리의 뇌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소멸, 정신없음, 막힘,

등등의 기제를 사용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계속 사진이나 동영상을 저장하기만 한다면 필요할 경우 사용을 못하

게 되겠지요.  그래서 생존에 가장 적합하고 적절하게 뇌를 사용하여

온 결과 중 하나가 기억의 불완전성일 것입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목격자의 증언이 이렇게

오류 투성이라면 과연 증거자료로서의 역할을 어느 선까지 인정하여야

할 지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도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우리는 우리의 뇌를 아직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체의 가장 기본원리인 생존과 자손의 번성이라

는 관점에서 본다면 큰 틀은 눈에 들어옵니다.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면서 생존율을 높이게 우리의 뇌는 적응하여

온 것으로 보이지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행위 중 상당부분을 대체하리라 예상되는

이 시점, 또한 인위적으로 인간의 뇌를 컨트롤하는 약제나 기법들까지

발전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윤리적 갈등에 처할 것임은 자명해

보입니다.

오늘 약간 무거운 주제가 되어 버렸지만 한 번 지금의 상황에 대한

리마인드가 되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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