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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9. 2016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시애틀 추장

<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시애틀 추장


                           강 일 송


오늘은 미국 시애틀시의 이름의 원류이기도 하고 아메리카 인디언 중

수쿠아미쉬 족의 추장이었던 시애틀(1786-1866)의 명연설에 대한 책을

한 권 보려고 합니다.


지금의 워싱턴 주 일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추장으로서 미국 대통령

에게 보내는 감동적인 연설문을 남겼는데, 이것은 시대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서 혜안과 지혜를 보여 주고 있으며 오늘날 지구를 살리는 환경운동

의 교과서가 되었다고 합니다.


1854년 1월 10일, 워싱턴 준주 시애틀 시에서 주지사 아이작 스티븐슨

앞에서 행한 시애틀추장의 연설인데, 이 때는 미국 정부가 파견한 대표

들과 조약 체결을 협상 중이던 때였다고 합니다.


이미 이 시기, 많은 원주민들이 이주해 온 미국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부족의 문화와 종교는 억압당하였습니다. 부족의 땅 대부분은 백인들에게

빼앗겼구요.


이 연설에서 시애틀 추장은 백인정착자들과 평화롭게 지내고, 그들의

새로운 문화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표명하였으며, 대신 백인들도

자신의 부족과 자신들의 일부인 자연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한 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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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기를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시 애 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것이 신성하다.  반짝거리는 솔잎, 바닷가의

모래톱, 짙은 숲속의 안개, 빈 들판, 청아한 벌레 울음소리,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거룩하다.


백인은 죽으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잊은 채 별무리 사이를 헤맨다.

우리는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땅을 잊는 법이 없다.  이 땅이 홍인(紅人)

들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땅의 일부이고, 이 땅은 우리의 일부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고, 사슴, 말, 위대한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한 가족이다.


그래서 워싱턴에 있는 백인들의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을 때, 그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네 백인 형제들이 계절이 다시 돌아옴을 믿듯이, 워싱턴의 대추장은

나 시애틀의 말을 믿어도 좋다.

워싱턴의 대추장은 우정과 선의의 말도 전해 왔다. 친절한 일이다.


우리 땅을 사겠다는 당신의 제안을 깊이 고려해 보겠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땅은 우리에게 신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숲속이나 춤추듯

흘러가는 시냇물에서 기쁨을 얻는다. 개울 속을 흐르는 물은 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피다.

만일 우리가 이 땅을 판다면, 당신은 이 땅이 우리에게 신성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 자손에게도 이 땅이 신성하다는 것을 영원히

가르쳐야 한다.


떠오르는 아침 해에 산자락을 감고 있던 안개가 달아나듯, 진군해 오는

백인들 앞에서 우리 홍인들은 언제나 뒤로 물러서왔다.

우리에게 조상들의 유골은 신성하다. 조상의 무덤은 거룩한 곳이고,

우리에게는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백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백인에게는 어떤 장소의 땅도 그 옆의 땅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그들은 한밤중에 나타나서는 필요한 땅을 빼앗아

가는 떠돌이이기 때문이다. 땅은 그들의 형제가 아니라 적이다.

싸움에서 이기고 나면 그들은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간다.

그리하여 굶주린 이리떼처럼 풍요로운 대지를 걸신 들린 듯 먹어 치우고는

황무지만 남겨 놓는다.


백인들은 생존을 위해 자기의 꼬리를 잘라먹는 뱀과 같다. 꼬리는 점점

짧아질 것이다.  우리의 방식은 당신들과는 다르다.

백인들의 도시에서 우리 홍인들은 살 수가 없다.  그 곳에는 조용한 곳이

없으며 초목의 새순이 자라며 펼쳐지는 봄의 소리며 바스락거리는

곤충들의 날개짓 소리를 들을 곳이 없다.


나는 홍인이다. 그래서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연못 위를 질러 달려가는 바람과 한낮의 소낙비에 씻긴 바람 고유의

내음이 좋다.  공기는 우리 홍인들에게 무척 소중하다. 짐승과 나무, 인간

과 모든 만물이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숨쉬기 때문이다.

백인들은 자신들이 숨쉬는 공기가 오염되어도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땅을 판다면, 당신은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물론 나무와 짐승들에게도 공기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바람은 인간

에게 첫 숨결을 주고, 마지막 숨을 받아낸다.

그리고 이 바람을 잘 간수해 달라. 백인들조차 들꽃 향내 넘치는 감미로

운 바람을 맡을 수 있는 곳으로.


우리 땅을 사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분명히 해 두고 싶은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백인들이 이 땅의 동물을 형제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동물은 형제이고, 우리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살생을 한다.  동물이 없는 세상이란 인간에게 도대체

무엇인가?  모든 동물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도 극도의 외로움 속에 죽고

말 것이다.  동물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에게도 똑같이 일어난다.

모두 같은 공기를 마시며 숨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을 당신네 아이들에게도 가르치기

바란다. 땅은 우리의 어머니다. 땅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땅의 아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닥칠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땅에 닥치는 일은 무엇이든 땅의 아들과 딸에도

일어난다. 인간이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그물 속의

한 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그물에 저지르는 행위는 곧 자신에게

저지르는 것이다.


밤과 낮은 함께 할 수 없다. 우리는 당신의 제안을 고려할 것이다.

백인들이 사려고 하는 것을 우리 부족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너무나 생소한 까닭이다.

어떻게 하늘을 사고 팔 수 있으며, 대지의 온기, 영양의 신속함을 사고 팔

수 있다는 말인가? 홍인이 종이 한 장에 서명해 백인에게 주었다고 당신

들 마음대로 해도 좋은 당신네 땅이 되는 것인가?

공기의 신선함과 물의 반짝임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부족이란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것일 뿐, 특별할 것도 없다. 사람은 바다의

파도처럼 왔다가 간다. 백인들 역시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다른 모든 종족

보다 먼저 사라질지 모른다. 자신들의 잠자리를 계속 더럽힌다면 스스로

저지른 오염더미 위에서 어느 날 질식하고 말 것이다.


백인들의 신은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백인들로 짐승과 홍인을 지배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같은 운명이 홍인에게는 신비롭기만 하다.

백인들의 꿈은 우리에게는 감추어져 있다. 그러나 꿈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우리가 당신에게 우리 땅을 판다면, 그 땅은 한 때 이 곳에 살면서

행복했던 용감한 젊은이들, 가슴 따뜻한 어머니들, 총명한 여인들,

그리고 어린 아이들로 가득할 것이다.

당신들은 죽어서 별무리 사이를 헤매지만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백인들만 있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우리 부족을 공정하고 친절히 대해 주기 바란다.

죽은 사람이라고해서 완전히 무력한 것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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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애틀 시의 이름의 주인공인 수쿠아미쉬 족의 추장 시애틀의

연설문을 한 번 살펴 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는 탁월한 군사 지도자이었고 전략가로서 두각을 나타

내었다고 합니다. 북쪽에 사는 호전적인 부족들의 공격을 막아내었고

큰 존경을 받아 1808년 22세의 나이에 수쿠아미쉬 족, 두와미시 족의

추장이 되었다 합니다.


하지만 백인들이 점차 무단 점령해 오고, 그들의 유입에 저항해 봤자

헛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의 부족을 위해 최상의 조건을 협상하는

데 힘쓰는 한편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했습니다.


이 연설문을 가만히 읽고 있자면, 추장으로서 자기 부족의 생존과

전통의 계승에 대해 많은 고민과 고심을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 자신들의 생존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최선의 조건

을 얻어 내기도 하거니와, 자연과 대지에 대한 경외심을 백인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연의 일부로 자연과 융화되어 살아온 인디언족이 자연을 지배하고

종속하려는 백인들에게 정복됨은 지구의 환경적 입장에서 본다면

비극입니다.  바람과 꽃과 동물을 형제로 여기는 그들이 땅을 사고

파는 백인들의 사고방식은 너무나 생소했지요.


자신이 숨쉬고 잠자리를 하고 있는 대지에 수많은 상처를 주고 오염을

시키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애틀 추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참 많습니다.

모든 것을 돈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현대에, 어떻게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라는 화두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자연을 지키고

아끼는 일에 인류가 더 매진해야 하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생각해

봅니다.


시적인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문득  “초목의  새순이 자라며 펼쳐지는

봄의 소리며 청아한 벌레소리“가 들어 보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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