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單>, 이지훈
강 일 송
오늘은 “단(單)” 이란 책을 한번 소개해 보겠습니다.
저자는 수년전 나왔던 “혼,창,통”의 저자인데,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의 “위클리비즈”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기자입니다.
단(單)은 말 그대로, 단순함, 비움, 덜함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든 것이 과잉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정보도 과잉이고 영양도 과잉이고 모든 분야의 공급도 과잉입니다.
TV, 신문, 잡지 뿐 아니라,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과잉의 뉴스가
쉴새없이 쏟아집니다.
“스마트한 생각들”의 저자 롤프 도벨리는 TV, 신문뉴스를 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는 말하기를
“뉴스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설탕이 몸에 미치는 영향과 같습니다.
자극적이지만 건강을 해치는“
그가 말하는 나쁜 뉴스는 짤막하게 보도되는 “속보성 뉴스”를 말합니다.
어디서 불이나고, 비행기가 추락하고, 누가 참수를 당하고 등등
슈퍼마켓에서 수십종의 치약이나 치즈 앞에서 사람들은 멍하게 되는 현상
을 겪는데 이를 “반복맹, repetition blindness" 이라 합니다.
비슷한 시각 이미지가 쏟아져 들어올 때 뇌는 그것들을 하나의 커다랗고
희미한 형체로 인식해 버린다 합니다.
1949년 3750종의 품목을 취급했던 슈퍼마켓은 이제 4만 5000가지 품목을
자랑합니다.
노자는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지만, 도(道)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것이다“
“더 많이, 더 많이” 의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빈 잔의 마음 “단(單)”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높은 단계에 이를수록 “단순함”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고 합니다.
좋은 기사는 군더더기가 없고, 훌륭한 스포츠 선수의 동작은 역시 군더더기가
없다고 합니다. 최소의 근육을 써서 최소의 움직임으로 가장 간결한 동작을
하기 때문이지요. 수영의 요체도 “불필요한 힘의 제거”에 있다고 합니다.
생택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것이 없을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라고 말했습니다.
저자는 단순함에 이르는 3가지 “단의 공식”을 이야기하는데
첫째, <버려라>
--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버리는 것, “더 많이”를 버리고 핵심에
집중하는 것
둘째, <세워라>
-- 왜 일해야 하는지 사명을 세우고,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세우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길을 세워야 한다.
셋째, <지켜라>
-- 단순함을 구축했으면 오래도록 지켜야한다. 단순함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에
달려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이야기 했고, 미국의 데이빗 소로우는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라고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그와 함께 오랫동안 일했던 광고전문가 켄 시걸이
인터뷰에서 “잡스가 거둔 최대의 업적은 맥이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아니다. 그는 일찍이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무언가를 성취했는데, 그건
바로 단순함이다. 잡스에게 단순함은 종교였고 그리고 무기였다“
저자의 말 중, 현대의 문제에 대한 언급 중 인상깊은 부분이 있었는데,
현대의 문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에 있다는겁니다.
유효수요, 즉 구매력있는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이 시스템인데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중국 모두 수출을 외치고, 자기나라에는 유효수요가
없으니 해외에서 찾으려 하는데 문제는 어디에도 유효수요가 없다는 겁니다.
세상엔 이미 상품이 넘쳐나는데도 공장을 돌리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품을 계속 만들어야하는 것이지요.
즉, “소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스템”과 “늘어나지 않는 유효수요”가 빚어내는
모순의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198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세계 노동시장에 17억명의 신규 노동력이 공급이
되었는데, 그 대부분이 개도국의 “농장”에서 “공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공급되었다합니다.
이런 신흥국들은 사회안전망이나 연금제도가 미비하니, 선진국 노동자보다
소득의 많은 비율을 저축을 하고, 늘어난 노동력에 비해 유효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도 결국은 단순함으로 돌아가 “더 많이” 대신
“더 적게”를 외쳐야 한다는 결론으로 다다릅니다.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완성했을 때 교황이 물었다합니다.
“어떻게 그런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
미켈란젤로가 대답합니다.
“간단합니다. 다비드와 관련없는 것들은 다 버렸습니다.
나는 대리석안의 다비드를 봤고, 그 다비드가 자유로워질때까지 깎아냈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소비하지만
행복함이나 삶의 만족도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더 많이 가지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오늘 나한테, 덜 가지고, 더 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