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자
<먼짓길 인생에 장자를 만나다>, 왕이자
강 일 송
오늘은 장자(莊子)에 대한 책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인 왕이자(王溢嘉)는 대만이 자랑하는 대표적 인문학 저술가라
합니다. 대만 국립 타이페이대학 의대를 졸업 후 글을 쓰는 삶을
시작하였고 인문학, 심리학, 문화평론, 과학 논술 등에서 영역을
넘나들면서 활동을 하고 있는 학자입니다.
한번 그의 글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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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거닐다 (消遙遊)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선 우리의 인생은 저마다 한 편의 드라마입
니다. 무대위에 올라 다양한 역할을 하다가 아래로 내려와 한 명의
관객이 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면서
관객입니다.
장자는 소요유를 말하는데, “소(消)”는 “없애다, 청산하다”입니다.
즉, 세상의 속박, 관념 등에서 벗어나라는 것이지요.
경계가 없이 아득하고 넓다는 “요(遙)”는 넓은 시야, 넓은 가슴으로
세계를 보고 체험하라는 말이구요,
“유(游)”는 자유롭게 유유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즉, 여행자처럼 스스로 만족하며 먼짓길 인생을 걷는 것이지요.
여행자의 눈으로 본 세상의 만사 만물은 신기와 재미가 가득한 것일
테니, 그가 걷는 먼짓길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 사람의 사귐이란 ;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소통
인간이 가진 중요한 정체성 중의 하나가 사회성입니다. 장자는 누구
보다 관계와 소통을 중시한 철학자였습니다.
화이부동이란 서로 소통하고 화목하게 지내되 다름을 추구하고 무리를
짓지 아니한다는 뜻입니다.
화이부동의 첫 번째 원칙은
“목적을 갖지 않은 것”입니다.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만남과 사귐이 장자의 소통원칙입니다.
우리가 어떤 의도를 갖는 순간, 그때부터 계산하게 됩니다.
군자의 사귐은 담백한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콤한 술과
같다 합니다.
화이부동의 두 번째 원칙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 이라 합니다.
행실이 어질면서도
자신의 어진 행실을 드러내려는 마음을 능히
버릴 수 있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사랑받지 않겠는가!
화이부동의 세 번째 원칙은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너다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불완전한 존재들입니다.
“다름”이 있어서 소통이 필요하고, “불완전”하므로 만남이
필요한 것입니다.
@ 수많은 바람이 저마다 불어오니
; 감정은 당신의 마음이 내는 소리
“사람이 초목이 아닐진대, 누군들 감정이 없겠는가?”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주변의 사람, 사물, 사건들과 마주하면서 끊임없이 교류하고
반응합니다.
감정은 다양할 뿐 아니라 다변(多變)합니다. 감정이 생기고 사라지는
일은 우리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요.
현대 심리학과 생리학에서는 사람의 정서적 반응은
“자극원” 과 “주관적 느낌”, “생리적 반응” 세 요소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바람이 저마다 불어오니
그 소리들도 제각각 다르다
이는 각각의 바람구멍이 빚어낸 것인데
그 소리들을 일으키는 자는 또 누구인가?
자극원, 즉, 불어오는 바람 그 자체는 어떤 감정적 색채도 띠고 있지
않습니다. 감정이란 자극을 받은 당사자의 내면에서 생산되는 것입니다.
심신 상태에 따라서 저마다 다른 정서 반응을 일으킵니다.
장자는 “무정(無情)”을 말합니다.
이는 정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마음에 길 하나 터
주는 것이라 합니다.
감정은 억지로 다그치고 억누른다고 해결이 안됩니다.
감정이 스스로 제 갈 길을 가도록 다독이는 일이라 합니다.
감정이 있는 그대로 흘러가게 둠으로써, 우리 내면의 참된 본성
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고 우리 영혼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
@ 마음의 뜻 기르기
“부귀는 떠도는 구름 같은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참뜻을 깨닫고
실행하는 이는 극히 드뭅니다.
마음의 뜻을 기른 사람은 몸을 잊고
몸을 기른 사람은 이익을 잊으며
도를 이룬 사람은 마음의 움직임을 잊는다.
물질의 풍요가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편리와 쾌락입니다.
삶의 이유가 바르고 곧으면 짧은 인생에서 아끼고 보살펴야 할
것들이 명확해집니다.
원래부터 부귀과 명리는 사라지고 말 허망한 구름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헛된 것들이 당신 삶을 간섭하지 않게 마음의 뜻을
기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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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글들을 보노라면, 참 쉬워 보이면서도 어렵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2300년도 더 전에, 상대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광대무변한
앎의 세계에서 지식의 유한성을 이야기하였었지요.
각자의 인생이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지 않고 품을 수 있는
삶의 여유와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듯이 타인의 불완전함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관대함”이 장자의 사상의
바닥에 흐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월든(Walden)"의 데이빗 소로우는 1800년대
에 조그마한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면서
혼자서 지내는 것이 너무 외롭지 않나요? 라는 질문에
“ 그럴리가요?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주에 있는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합니다. 그 작고 작은 점에 이 세상 사람들 전부가 모여 살고
있는 걸요.“
라고 대답했다 합니다.
2000년을 넘어서 장자와 소로우는 연결이 되고 통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인생길, 모든 것이 상대적인 이 여행길에서
여행자처럼 호기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면서,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잃지 않고, 먼짓길 여정을 멋지게 보냈으면 하고
생각해보는 하루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