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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20. 2016

<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

송정림

<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   송정림


                      강 일 송


오늘은 에세이집 한 권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자인 송정림작가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소설과 라디오 드라마를

집필하고 하였고, 이후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방송작가로 전념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는 아픈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주위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순간도 많을 것입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게

찾아온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법에 대해서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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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댁이 꽃보다 훨씬 곱수


내 생일 무렵이 되면 세상에는 온갖 꽃 등불이 켜집니다.  개나리, 벚꽃, 진달래,

목련....    봄꽃이 만발한 계절에 생일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아름다울수록 오히려 쓸쓸해지곤 했습니다.

세상 만물은 화려한데 나 자신은 보잘 것 없는 미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해에도 생일은 다가왔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주변 사람들은 곁을 떠나고......   인생이 바닥을 치고도 다시 지하층이란

것이 있어 까마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에 빠져 있었지요.


그날 방송국에 갔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온 힘을 기울여 작업하던 드라마가

제작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그 희망마저

스러져 버렸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데 그날따라 꽃들은 왜 그리 곱던지....


그때 아파트 동 앞에 백발의 할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허리가 굽고 지팡이를 짚고

계신 할머니는 여든이 훌쩍 넘어 보였습니다.  할머니가 멀리서 걸어오는 저를

계속 쳐다보시더니 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시우?”

십년 넘게 살았지만 동네에서 한 번도 뵌적이 없는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댁이 꽃보다 훨씬 곱수.”


할머니의 그 말이 어두운 마음에 등불을 탁 켜주었습니다.

꽃들의 자태에 눌려 내 모습이 초라해보였고, 심사마저 튀틀린 자신이 혐오

스럽고 미웠는데, 꽃보다 더 곱다니...

마음에 환하게 켜진 등불이 가동되면서 거짓말처럼 힘이 솟았습니다.


나중에 그 할머니를 찾았더니, 경비아저씨도 처음 보는 분이라 하였습니다.

그 후로는 그 할머니를 뵐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혹시 천사가 아니었을까.

우울한 마음에 위로를 전해 주려고 신이 잠시 내려 보낸 천사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그렇게 매 순간 천사를 만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갈 때 뒤에서 나와 보폭을 맞추며 동행의 기쁨을 전하는

천사를, 지하도를 건너갈 때 동전 바구니를 앞에 놓고 도움의 기쁨을 전하는

천사를, 클랙슨을 울리는 마음 급한 나에게 먼저 가라고 양보하는 천사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천사를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사랑 채무자


어머니는 첫사랑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꿈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새벽잠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하나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눈물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심장도 굉장히 강한 줄 알았습니다.

정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양주는 마실 줄 모르고 소주만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친구는 고민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연봉이 아주 높은 줄 알았습니다.

바쁜 스케줄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알았습니다.

그들은 나를 위해 인내하고, 얇은 지갑을 열고

소중한 것을 내주었고

나를 위해 슬픔을 감추고 애써 웃어 주었다는 것을

참 뒤늦게 알았습니다.


우리를 위해 기꺼이 자세를 낮추는 사람들

우리를 위해 기꺼이 주인공의 자리를 양보하고

조명이 되어 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랑 부자인 동시에 사랑 채무자입니다.



◉ 그 사람이 있는 한


아무리 바빠도 마음이 아픈 나를 위해 시간을 비워 두고 조용히 내 얘기를

들어줄 그런 사람....


어깨를 맞대고 오래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줄 그런 사람...

안개꽃을 한 아름 안고 그보다 더 큰 웃음으로 선뜻 예고도 없이 들어서는

그런 사람....


내 슬픔을 위해 나보다 더 슬피 울어 주고 내 기쁨을 위해 나보다 더 크게 웃어

주는 , 내 건강을 위해 내가 쥔 술잔을 빼앗아 마셔주고, 내 미소를 보기 위해

서툰 춤이라도 출 수 있는, 내가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


인생의 참 기쁨을 아는 사람, 인생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사람이 사람을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큰 용기를 가진 그런 사람....


무작정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은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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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짧은 에세이 몇 편을 보았습니다.


저자는 참으로 따뜻한 사람 같습니다.  글은 곧 그 사람이라 글만 보아도 그 사람

마음의 온도를 알 수가 있지요.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인해서만 치유 받는 것 같습니다.

작은 친절, 작은 미소 하나가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합니다.


세상의 바닥까지 추락해서 힘겨워 할 때, 꽃보다 곱다는 할머니의 말 한마디가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하듯이,  의외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짧은 말

한마디가 그 어떤 위로보다 크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 세상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많으며, 그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밝아지듯이, 우리 각자가 그 좋은 사람, 천사가 되자고 합니다.


똑똑한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 예리한 사람보다는 모른 척 해줄 수 있는 사람,

바빠 보이는 사람에게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기본 토양이 아닐까 생갹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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