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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1. 2016

<궁극의 인문학>  전병근

★ “사피엔스”(저자;유발 하라리)에 대하여 ❶


오늘은 “시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9인의 사유와 통찰”이라는 부제가 달린 <궁극의 인문학>이란 책을 한 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서울대 사법학과를 나와서 같은 학교에서 정치학으로 학위를 받고 공군사관학교 국제 관계학 교수로 근무합니다.  현재 조선일보 <조선비즈> 지식문화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9인의 다른 분야의 석학들을 인터뷰해서 하나의 주제로 묶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요즘 가장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교수와의 인터뷰를 한 번 보겠습니다.


“사피엔스”라는 책이 방대해서, 우선 인터뷰를 먼저 보아 기본적으로 정리를 하고 다음에 이 책도 한 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과학혁명은 단지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0억 년 동안 자연선택에 의해 규정된 유기적 생명의 시대가 지난 후, 이제 과학은 지적 설계에 의해 형성된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의 말은 먼 과거와 눈앞의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전후좌우로 넘나든다. 마치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소설을 써 내려가듯 인류의 역사를 읽고 말하는 듯하다. 막힘이 없고 자신감에 차 있다. 또 한 명의 걸출한 대중적인 역사학자의 탄생을 알리는 것 같다.


그의 이름은 외신 서평에서 처음 접하였었다. 2015년 2월 영미권에서 출간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그는 호모 사피엔스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의 대서사를 지식 융합적으로 종횡무진 써 내려간 책으로 호평이 자자했다.


◉ 역사를 기술하는 접근법 또한 다른 역사가들과 다릅니다. 자연과학인 생물학과 인문학인 역사학을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해서 서술했습니다. 왜 이런 접근법을 취했나요?

역사의 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물학을 함께 감안해야 합니다. 호모사피엔스도 생물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생물학은 역사의 기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책의 범위가 방대합니다. 전하려고 한 메시지를 간단히 요약해주실 수 있나요?

인간은 힘(지배력)을 얻는 데는 극도로 우수합니다. 하지만 그 힘을 자신의 행복으로 바꾸는 데 있어서는 그만큼 우수하지 못할뿐더러 훨씬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힘에서는 우리 선조들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보다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여러모로 취약했던 사피엔스(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나요?

우리와 가장 닮은 침팬지와 비교하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다른 동물들과의 차이는 인간은 많은 수가 집단을 이뤄서도 아주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미와 꿀벌도 대규모의 수로 협력할 수 있지만 아주 경직된 방법으로 협력할 뿐입니다. 침팬지와 늑대들은 개미보다 훨씬 탄력적으로 협력하지만 아주 소수의 친밀한 관계의 개체에서만 가능합니다. 반면, 사피엔스는 무수히 많은 이방인들이 무리를 이뤄도 고도의 탄력적인 방법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사피엔스가 지구 행성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어떻게 가능했나요?

바로 우리가 가진 상상력 덕분입니다. 원래 인간에게 ‘집단 협력 본능’같은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이방인과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족, 국가, 돈, 인권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수백만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 모두가 동일한 상상의 이야기를 믿을 때에는 같은 규칙을 따를 수 있습니다.


◉ 당신은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고 썼습니다. 왜 그런가요?

수천 년 동안 호모사피엔스는 대부분의 다른 큰 동물들을 멸종에 이르게 했습니다. 4만 5천년 전 사피엔스가 호주에 상륙했을 때, 그곳에 서식하는 큰 동물의 90% 이상을 멸종시켰습니다. 1만 5000년 전 사피엔스가 아메리카에 상륙했을 때는 이 지역의 대형 생물 70% 이상이 몰살되었습니다. 결국 사피엔스는 밀을 경작하는 농경 문명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지구상의 대형 포유류 절반 가까이를 멸종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육가공업과 낙농산업계는 수십 억 마리의 길들여진 동물들을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생명체가 아닌 기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 인류 역사의 경로를 결정지은 세 가지 중요한 혁명으로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꼽았습니다.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인지혁명>은 약 7만 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이 혁명기 동안 인류는 새로운 사고와 의사소통 방식을 진화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동아프리카에 살던 하잘 것 없던 유인원에서 점차 지구상의 지배적인 동물로 변모했습니다. <농업혁명>은 약 1만 2천 년전에 시작됐습니다. 이 혁명이 일어나는 동안 인류는 많은 동식물을 길들였습니다. 그 덕분에 막대한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숱한 도시와 왕국과 제국이 출현했습니다.
<과학혁명>은 약 500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이 혁명 기간에 인류는 자연의 법칙을 풀어나가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힘을 주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창조와 파괴라는 신적인 능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 이 세가지 혁명 중에서도 과학혁명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했습니다. 왜 그런가요?

왜냐하면 과학혁명은 인류 역사를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물학 자체와 우주의 생명 경로 자체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서 생명이 출현한 이래 40억 년 동안 생명은 온전히 자연선택의 법칙에 의해서만 지배를 받았습니다. 이 기간 내내 바이러스가 됐건 공룡이 됐건 간에 자연의 법칙에 따랐습니다. 또한 생명이 어떤 식으로 형태를 취하든 간에, 유기적 영역에 한정된 채 머물러 있었습니다. 선인장이든 고래든 유기적 합성물로 돼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 과학은 자연선택의 원리를 인간의 지적 설계로 대체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으로 생명을 유기적인 영역에서 비유기적 영역으로 확장할지도 모릅니다. 유전공학이나 나노기술, 인공지능의 도움을 얻어 이제 과학자들은 사이보그를 고안해내거나 완전히 비유기적인 존재까지 설계하려고 들지 모릅니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0억 년 동안 자연선택에 의해 규정된 유기적 생명의 시대가 지나고 이제 과학은 지적 설계에 의해 형성된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 일반적인 인류 문명사회의 시작이라고 보는 농업혁명을 “인간 불행의 씨앗”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흔히 농업혁명이 인류를 위한 위대한 도약이라고들 말합니다. 농업 덕분에 인류의 집단적 힘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구를 보면 평균적인 개인의 삶은 사실상 훨씬 더 힘들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는 수렵과 채집에 적응해서 살아왔습니다. 우리 몸과 마음은 가젤을 쫓아 달리고, 사과를 따먹기 위해 나무에 오르고, 버섯을 찾아 숲속에서 냄새를 맡고 다니는 데 적응해 있었습니다. 반면, 농부의 삶은 오랜 시간 논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강에서 물을 길어다 나르고 뙤약볕에서 옥수수를 추수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런 삶의 방식은 인간의 등과 무릎, 관절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인간 정신도 마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농부들은 그 대가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못한 식사를 누렸습니다. 인간은 다양한 종류의 과일, 견과류, 감자, 버섯, 포유류, 생선, 새, 파충류, 곤충 등을 먹는 데 익숙했지만 농부는 쌀과 같은 단일 식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영양실조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고 때때로 대규모로 굶어죽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영양 부족 외에, 농부들은 질병 감염에도 훨씬 더 많이 노출돼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 질병은 소나 돼지 같은 가축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런 동물들이 가축화한 뒤부터 인간에게 감염되기 시작한 거지요. 게다가 수렵채취 시절 사람들은 수시로 이동이 가능한 소집단을 이루어 살면서 이상적인 위생조건을 누릴 수 있었던 데 반해, 농경문화가 정착된 뒤 농부와 마을 사람들은 항구적인 정착지에서 밀집해 살았습니다. 그 결과 이런 환경은 기생충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또한 고고학과 인류학의 여러 연구 자료에 의하면 수렵채취 방식의 무리가 더 평등주의적이었다고 나옵니다.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대해 주인으로 군림할 여지가 더 적었기 때문이지요. 농업은 사회적 서열화와 착취, 가부장제라는 길을 열었습니다. 예를 들어, 농경 문명 이후 중국의 한나라라는 제국은 고대 수렵채취 시절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나라의 평균적인 농촌 여성들의 삶은 아마도 그보다 2만 년 전 황하 강 유역에 살던 선조들보다 더 힘들고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고대 수렵채취자들보다 일은 더 열심히 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낮은 사람이 허다합니다.




오늘은 인문학의 거장들 9인을 선정해서 인터뷰식으로 전개를 한 책을 보았는데 그 중 요즘 아주 “핫”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와의 인터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2편으로 나누어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늘 내용에서는 취약했던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덩치도 작고 힘도 약한 인류는 “상상력”으로 인해 지배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정말 상상밖의, 예상외의 답이지요. 집단의 상상력으로 서로가 잘 모르고 관계없는 이방인까지도 대규모 협력을 함으로써 엄청난 집단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류가 가장 지구에서 치명적인 종이라고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호주 대륙이든 아메리카 대륙이든 인간이 닿은 곳에서는 순식간의 수만 년간 평화롭게 공존하던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거대 동물의 80-90%가 멸종을 하게 되고, 길들여진 수많은 동물들이 지금도 낙농, 축산, 육가공 등으로 수십억 마리 이상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3대 혁명인,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중 과학혁명이 가장 큰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40억 년간 지배해 온 자연선택의 법칙이 인간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지요. 유기적 생물에서 비유기적 생물이 인간의 지적 설계에 의해 탄생하게 됨으로써 게임의 법칙이 바뀌게 된다고 비유합니다.


이번에 이세돌 9단과 맞붙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로봇의 몸체를 가지고 움직이고 자기 스스로를 인식하는 단계까지 간다면 새로운 비유기적 생물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인간의 운명과 존엄이 풍전등화 같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농업혁명이 인류에게 막대한 힘을 가져다주었지만 영양결핍에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 기회가 증가했고, 부의 배분의 불평등, 서열화, 가부장제가 생겨 오히려 더 퇴보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대체로 농업혁명으로 인해, 안정된 곡물의 공급으로 사회가 다양화되고 굶주림의 걱정에서 벗어나서 인류의 최대의 발명으로 꼽았던 농경이 불평등의 온상이고 감염기회를 증가시켰으며 영양결핍에 척추질환 등을 유발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저자는 40대초반의 젊은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고, 굉장한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상상력으로 수많은 타인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지구를 지배한 원동력이라는 이야기는 탁월합니다.


다음 2편이 이어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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