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의 폭력성
<말들의 풍경>, 고종석
(표준어의 폭력성)
강 일 송
오늘은 오랜 기자생활과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인 고종석의
“말들의 풍경”(2007,개마고원) 중 한 부분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988년 문교부가 고시한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이었고,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는
“대체로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규정하였다 합니다.
한 나라에서 표준어는 대체로 그 나라의 수도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나, 한국의 서울 중심주의는 프랑스의 악명 높은
파리 중심주의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서울로 이주한 지방사람들이 서울말을 익히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우나, 한 사회에서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처럼, 언어차별이
존재하는 한, 비주류 언어(방언)사용자는 주류 언어(방언)을 익혀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습니다.
표준어가 다른 방언보다 위세가 있는 것은, 예를 들어 서울말이 지방언어
보다 더 아름답거나 명료해서는 아닐 것이고, 결국 언어 바깥사정, 구체적
으로 이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힘 때문이라 합니다.
서울말 역시 한국어의 방언의 일종이고, 서울말과 다른 방언 사이의 위계를
정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한국어 가운데 영남 방언이 비교적 패기있게 서울말에 맞서고 있는 사정도
역시 그러한데, 영남 방언의 내재적 특질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더 큰
이유는 영남 방언을 쓰는 사람들의 사회적 힘에서 찾는 것이 옳다합니다.
사회의 권력층, 역대 서울시장의 다수가 영남 방언 사용자였고,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영남 방언을 듣는 것은 예사라 하지요.
미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유효한데, 미국의 영어는 영국 영어의 방언일 뿐
이지만, 매사추세츠 보스턴 출신의 미국인이, 특히 “교양있는 미국인”이
영국으로 이주했다고 해서 런던말투에 동화할 것은 아니라 합니다.
자신이 MIT나 하버드 출신의 미국인이라는 것을 영국 토박이 앞에서 드러내
는 것이 조금도 불리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영국 영어 내부에서도, RP(received pro-nunciation) 라고 불리는 영국 표준
발음을 내는 사람들은 런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주로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인데
이들은 런던 시내보다는 이름난 사립학교들이 흩어져 있는 런던 교외에서 더
쉽게 발견이 된다합니다.
이에 비해 런던 일부 구역의 토박이들이 쓰는 이른바 “코크니 영어(Cockney English)”
는 ‘천한’사투리로 간주되는데, 이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주로 하층계급에 속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표준 한국어가 “교양있는” 서울사람들의 언어이듯, 표준 영어도 “교양있는” 런던
사람의 언어인 것입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인데, 파리 16구의 오퇴유, 파시, 뇌유쉬르센 지역은 한국의
강남과 같이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인데, 이곳의 첫 자를 따서 “나프(NAP)”
라고 하고 나프에서 이루는 일종의 방언은 말을 과장하거나 비틀거나 에둘러
말하여 사용함으로 다른 지역 “보통” 프랑스인과 구분짓는다 합니다.
“교양”이라는 옷을 입고 표준어가 휘두르는 획일화의 폭력이 엄연히 어디에든 존재
를 하고, 표준어가 한 언어에서 행사하는 ‘패권주의’는 그 언어의 표현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제약해 결국 앙상하고 밋밋한 “국어”만을 남길 것이라 저자는 말합니다.
영어가 지구적 수준에서 행하는 제국주의를, 표준어는 한 언어내부에서 실천을
하고 있는데, 다시 말하면 표준어주의는 ‘국민국가 내부의 제국주의’라 합니다.
다른 많은 사회에서처럼 한국사회에서도 시간은 방언들 편이 아니라서 점차
“교양있는 서울사람들의 말”에 완전히 굴복해서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는 날이
다가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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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살펴본 내용은 언어가 나타낼 수 있는 “권위성” “차별성” “구별성”
등이었습니다.
표준어가 행하는 여타 방언들에 대한 획일적인 위세는, 우리 한국사회에서도
절실히 느껴오던 바입니다.
“지방 방언” 사용자는 “서울 방언” 사용자앞에서 주눅이 들고, 평상시 대화를
쉽게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저자가 들고 있는 예를 보면, 영국, 프랑스, 미국 등도 마찬가지여서 전 지구
적인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이고, 권력이나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보통의 집단과 구별지으려고 하는 욕구에서, 사는 지역이나, 지위, 자동차 등
보이는 물건 뿐 아니라 언어의 사용이 굉장한 역할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이
흥미로울 뿐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한 언어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각 지방 방언들이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깨달아 지방 방언들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노력이 학계 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필요하리라 여깁니다.
저 또한 지방 방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으로서 이번 내용은
상당히 공감이 많이 되는 내용이었고,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들 월요일 하루 힘차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