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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22. 2016

<인류, 페로몬 세계를 잃다>

인간 존재의 의미 中, 에드워드 윌슨


<인류, 페로몬 세계를 잃다> 에드워드 윌슨

-- 인간 존재의 의미 中

                          


             강 일 송     


     

오늘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의 지성으로 불리우는 에드워드 윌슨

(1929~)교수의 책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는 개미에 관한 연구로 앨라배마 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56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통섭(consilience)이라는 말을 19세기 자연 철학자 윌리엄

휴얼에게서 가져와 되살린 학자로도 유명합니다.

     

오늘은 그의 명저 중 “인간존재의 의미”라는 책을 볼텐데, 그중 페로몬의

세계에 관한 그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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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권을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체들 가운데 우리 종이 얼마나 독특

하고 특별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영겁에 걸친 세월이 흐르면서 무수한 종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되풀이

한 뒤에야 우리의 직계 조상이 엄청난 진화의 복권에 당첨이 되었다.

상징 언어를 토대로 한 문명과 문화가 당첨금으로 지급되었고, 이 당첨금

을 밑천으로 삼아 인류는 지구의 재생 불가능한 자원을 추출할 엄청난

힘을 갖추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동료 종들을 신나게 전멸시키면서 말이다.

     

더욱 커진 뇌, 머리뼈 용적, 유연한 손가락, 후각과 미각 대신에 시각과

청각에 의존해 방향을 찾는 방식 등으로 발전해왔다.

우리는 스스로 코, 혀, 입으로 화학 물질을 검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동물종에 비해서는 바보나 다름없다.

천재인 대다수 동물, 식물, 균류, 미생물 종의 99퍼센트는 오로지 또는

거의 전적으로 화학물질(페로몬)만으로 같은 종의 구성원들과 의사소통

한다. 또 그들은 다른 화학 물질(알로몬, allomone)들을 구분함으로써

먹이, 포식자, 공생자일 가능성이 있는 종들을 식별한다.

     

동물 의사소통의 시각 신호를 먼저 보자. 우리는 새, 물고기, 나비의 춤과

색을 보면서 감탄한다. 한편 곤충, 개구리, 뱀은 선명한 색깔과 과시 행동

을 통해서 포식자에게 경고를 한다. 그 메시지는 긴박한 것이다.

“나를 먹으면 죽든지 앓든지 할 것이도, 적어도 맛이 지독할 것이다.”

또한 어떤 동물이 아름다우면서도 당신이 다가가도 개의치 않는 듯하다면

단순히 독을 지니는 차원을 넘어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느리게 움직이는 산호뱀과 태평한 독화살개구리가

대표적이다.

     

페로몬 이야기를 해보자.  페로몬은 정확히 특정한 표적을 겨냥해 방출된

다.  모든 페로몬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개념은 “작용 공간

(active space)”이다.  냄새 분자의 농도는 같은 종의 구성원들이 검출할

수 있을 만큼만 유지된다. 수천, 수백만 년에 걸쳐 냄새 분자의 크기와 구조

분비양, 받아들이는 생물의 민감도 등이 놀라운 수준까지 정교하게 다듬어

져 왔다.

     

나방 암컷이 밤하늘에서 자기 종의 수컷을 부른다고 하자. 가장 가까이 있는

수컷도 1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을 수 있다. 나방의 몸길이를 사람의 키라고

하면, 그 거리는 80킬로미터쯤 된다.  페로몬 분자는 자기 종의 수컷을 끌어

들일 만큼 강력한 동시에, 다른 종의 수컷이나 포식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극히 적도록 어떤 희귀한 구조를 지녀야 한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에게서도 어미는 여러 새끼들 가운데 자기 새끼를

냄새로 구별할 수 있다.  개미는 두 더듬이를 휘젓는 0.1초 사이에 같은

둥지의 구성원인지 여부를 식별할 수 있다.
 병정개미는 적들이 다가오면 경고 물질을 분비하여 구성원들에게 알린다.

경고 페로몬을 검출한 병정개미들은 한껏 의기가 솟구쳐서 싸움터로 쏟아

져 나가는 반면, 보모들은 유충을 더 깊숙한 곳으로 옮긴다.

     

개미는 아마 지구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페로몬 동물일 것이다.

어떤 곤충보다도 더듬이에 후각을 비롯한 감각 수용체들을 더 많이 지니고

있다. 또한 외분비샘 저장고가 상당하고 분비샘마다 서로 다른 종류의

페로몬들을 만들어 낸다. 10-20종류의 페로몬을 써서 사회생활을 통제하며

각 페로몬의 의미는 다르고, 또한 서로 함께 분비되면서 더 복잡한 신호를

만들어 낸다.

     

식물들도 페로몬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이웃 식물의 스트레스 반응을

읽어서 스스로 같은 행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심각한 적, 세균, 균류,

곤충의 공격을 받으면 침략자의 행동을 억제하는 화학 물질을 분비하는데,

그 물질 중 일부는 휘발성이다.  이웃한 식물들은 그 “냄새를 맡는다.”

그 식물들은 아직 공격을 받지 않았음에도 동일한 방어 반응을 일으킨다.

어떤 식물은 뿌리와 얽혀서 공생균류 가닥을 통해 식물에서 식물로 신호

를 전달하는 전략을 취한다.

     

세균도 페로몬과 비슷한 의사소통 방식을 쓰면서 살아간다.

개별 세균 세포들이 결합해 특별한 가치가 있는 DNA를 교환하는 식이다.

집단의 밀도가 증가할 때, 세균 종은 “정족수 감지(quorum sensing)”도

한다. 세포 주변의 액체로 분비되는 화학 물질이 촉발 작용을 함으로써

일어나는 반응이다.  정족수 감지는 협력 행동과 군체 형성으로 이어진다.

후자 과정의 가장 잘 알려진 연구는 세포막(bio film) 형성이다.

자유롭게 헤엄치던 단세포 생물들이 모여서 표면에 달라붙고, 집단 전체를

감싸고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 조직된 미시사회는 어디에든 존재

하며 우리 몸속에도 있다.  닦지 않은 욕실 표면에 붙은 더께와 잘 닦지

않은 치아에 붙은 치태가 가장 흔히 접하는 사례다.

     

우리 선조들은 직립 보행으로 손을 사용하면서 더 정교한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커다란 몸집과 직립 보행으로 다른 대부분의 동물들보다

머리가 더 높은 곳에 놓이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의 눈과 귀는 다른

거의 모든 동물들에게서 멀어졌다. 즉 페로몬이 아니라 시청각 채널을

써서 의사소통을 해야 하게 된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리를 다른 생물들보다 우위에 서게 해 준 바로 그 진화적

혁신들은 우리를 감각 장애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생물권의 거의

모든 생물들을 대체로 의식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생물권을 파괴해

왔다.  인류 역사 초기에는 별 문제가 안 되었는데, 당시의 인구는 아직

적었고 육지와 바다에서 우리에게 냄새를 풍기지 않는 생물들로부터 얼마

든지 에너지 자원을 걷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행복한 시절은 끝났다.  우리는 페로몬 언어를 쓸 수는 없지만

다른 생물들이 어떻게 하는 지를 파악을 해야 한다.

그들 뿐 아니라, 우리가 의지하는 환경의 대부분을 구하려고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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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로 하버드 교수인 에드워드 윌슨의 책 중

페로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저자는 개미학의 최고 권위자이고

생물학의 대가입니다.

     

그런 그가 오늘 인간의 감각이 닿지 않는 ‘페로몬’의 세계에 대한 통찰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대체로 보이는 것만을 인지하고

알게 됩니다.  우리가 싸울 때 “똑똑히 내 눈으로 봤다”고 하지요.

하지만 인지 과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얼마나 이 말이 허술한 토대위에

놓여 있는 말인지 알게 됩니다.

     

개미를 비롯한 수많은 곤충의 세계들을 보면 경이로운 일들이 즐비합니다.

개미는 인류보다 훨씬 먼저 곰팡이 밭을 경작합니다. 그리고 다른 개미들을

노예로 삼아 부리기도 합니다.

페로몬이 얼마나 정교하고 강력한지 1킬로미터가 더 떨어진 곳의 수컷을

암컷나방은 끌어들입니다.  식물들도 공격을 받으면 서로에게 페로몬이나

뿌리의 공생균류를 통해 연락합니다.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우리가 도대체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기나 한지 의문스럽기까지 합니다.

     

인간은 직립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를 이용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증가하고 모든 종의 우위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으로 인해

수많은 생물종이 멸종을 하게 되지요.  인류가 처음 발을 딛은 대륙의

기존의 대형 동물류는 순식간에 대부분이 멸종을 했다고 하지요.

     

이제 인간은 지구를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그 책임도 더 커졌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인간 중심의 사고와 시각으로 바라봐 왔다면

이제는 그 폭을 다른 생명 세계에게도 연장하자고 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인간을 진정 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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