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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y 13. 2020

<뉴턴의 아틀리에>

“의미부여의 뇌, 낯선 언어와 인식확장”

<뉴턴의 아틀리에>
“의미부여의 뇌, 낯선 언어와 인식확장”

                                          해 헌 (海 軒)

오늘은 과학과 예술 사이를 이어주는, 예술을 사랑하는 과학자와 과학을 이해하고 있는
예술가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책을 한 번 더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김상욱(1970~)교수는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으로 학사,석사,박사를 한 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 도쿄대학교와 인스부르크대학교 방문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예술을 사랑하고 미술관을 즐겨 찾는 ‘다정한 물리학자’로 불리고
방송 <알쓸신잡>, <금요일 금요일밤에> 등에 출연하여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과학자
입니다.

두 번째 저자인 유지원은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독일 국제학술교류처
예술 장학생으로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했습니다.
국제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에서 큐레이터를,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저서로는 <글자풍경>이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인간의 뇌가 이야기 만들기, 의미부여를 잘하는데, 이 내용과
언어에 관한 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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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뇌는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인간은 이야기를 만드는 종(種)이다. 의미를 만드는 종이라고 해도 좋다.
배우가 훌륭하고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라도 스토리가 시원치 않으면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 손으로 대충 쓱쓱 그린 웹툰도 스토리가 탄탄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은 왜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일까? 인간은 이야기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가 세상 자체를 이야기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각은 보이는 대로 보지 않는다. 시각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미
분석을 시작한다. 풍경을 점들의 집합으로 뇌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의 선,
색깔, 움직임의 정보를 분리하여 따로 처리한다.
일차적으로 시각과 관련한 뇌의 피질에서는 특정한 방향을 갖는 선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윤곽을 만들어 간다. 시각은 인지된 선들의 조합으로 대상의 위치 정보와 색깔 등을
통합시키는데, 이렇게 하여 하나의 화면을 구축해 간다.

우리는 모양보다 색깔을 먼저 지각하며, 누구인지 판단하기 전에 표정부터 처리한다.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화난 사람이면 피하는 것이 좋으니까.
우리가 보는 하나의 화면이라는 인식은 사실 창작된 이야기와 같다.
조각조각 흩어지고 쉴 새 없이 분석을 거치고 있는 정보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을 우리는 “의식”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가 세상을 이야기로 인식하다보니,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특성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언어를 창조하고, 언어는 추상적인 의미마저 만들어내고
결국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종(種)이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삶과 예술의 의미에 대한 의문의 답은 우리 뇌 속에 있을 것이다.

★ 낯선 언어는 인식을 확장시킨다

낯선 언어는 서로 다른 것들 간의 뜻밖의 연결을 만들어 낸다. 이 연결을 자유자재로
적절히 구사하는 능력이 곧 “창의력”이다.
“빛”, 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 빛나 보일 때 영어의 “브릴리언트,brilliant”라는
단어를 꺼내어 쓰고 싶다. 밝게 진동하는 이 소리들을 발음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잘 세공된 다이아몬드가 화사한 빛을 받아 아름다운 파장을 뿜어내는 것 같다.

한국어 “빛”은 그 글자의 모양이 빛 같다. ‘음성 상징’이라는 것이 있다.
소리에도 이미지가 있다는 뜻이다.
의미와 심상과 소리가 그 글자의 모양에 필연으로 일치하는 기막힌 만남이 한국어
“빛”에서 행운처럼 일어나, “빛”은 그대로 빛을 발산한다.

한국어 바깥, 영어 바깥, 심지어 언어 바깥으로 나서는 모험은 값지다.
독일어에 한국어가 부딪히는 경계는 내게 싱그러운 바람이 부는 골짜기 같았다.
나는 목적지에 가지 않고 그곳에서 노는 것이 좋았다.
그곳은 극복해야 할 장애의 문턱이 아니라, 그 매혹적인 모호함을 음미하고 유희하는
지녁, 우리 인식 너머의 진실에 화들짝 접촉하는 장소였다. 무엇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는 인식의 도약은 이때 일어난다.

익숙하고 낡고 닳은 인식의 편협한 감옥에 보얗게 쌓인 먼지 위로 한 줄기 바람이
불어들 때, 그러니까 정신이 결연하게 낯선 언어와 낯선 상황을 호흡할 때,
간혹 관념의 반짝이는 본연적 빛을 보는 행운이 찾아온다.
이렇게 정신에 통풍과 환기가 될 때, 우리의 마음은 보다 자유롭고 관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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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물리학자 김상욱교수와 예술가 유지원교수의 책을 지난 번과는 조금 다른
주제를 가지고 보았습니다.

먼저 우리 인간의 속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뇌(Brain)에 대한 내용을 보았는데
인간은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맛보는 것 등등 모든 감각을 감각 기관에 의해
인지하고 이를 뇌에서 정보를 받아 재구성하여 의미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어
이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현대에 와서도 그토록 "스토리 텔링"이 중요하다고 하고, 모든 개인이나
기업도 그만의 독특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나 봅니다.

뇌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 사회, 정부, 종교, 이데올로기, 철학 등
인간의 삶을 아우르는 것들이 이러한 "스토리"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스토리를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고 여기에 동의를 할 때 비로소 국가나
사회, 조직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이루어 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아마도 가장 쉽고, 흥미를 주면서 사람들 구성원들에게
인식시키고 각인하기 좋아서였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저자의 이야기 중 특이한 내용이 있는데, "인간의 뇌는 모양보다는 색깔을
먼저 보고, 누구인지 보다는 표정을 먼저 본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화난 사람을 피해야 이롭고, 색을 통해서 독이 든 음식을
구별하였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낯선 언어는 인식을 확장시킨다."라는 말이었는데, 사실 언어학자
들은 사람의 언어의 한계가 생각(사고)의 한계를 정확히 반영하고, 그 사람의
어휘력만큼 세상이 존재한다고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낯선" 언어는 "새로운" 개념의 등장이고 이를 이해하여야만 새로운
세상의 패러다임을 인지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음성 상징"처럼 소리에도 이미지가 있어서 말과 이미지, 발음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말은 기분좋게 만드는 힘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는 그 단어를 입에 올리
면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지요.
유교수는 독일에 유학을 가서 독일어를 배울 때 , 독일어와 한국어가 부딪히는
경계에서 싱그러운 바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특별한 경우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독일어처럼 어렵고 낯선 언어를 접하면 그 반대의 절망감이 들 것
같은데 말이지요.

어쨌든 유교수의 말은  서강대 철학과 교수였던 최진석 교수의 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유교수는 익숙하고 낯익은 것을 벗어나 새롭고 낯선 것을 접할 때 비로소 인간의
정신에 통풍과 환기가 되고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진석교수도 인간이 진정한 인간다우려면 편안한 쪽을 선택하기 보다는 경계에
서서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프로스트의 두 갈래의 길을 만났을 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입니다.

오늘도 현실의 어려움, 두려움, 곤란함에 매몰되지 말고 다시 한번 하늘을 쳐다
보고 힘을 내어 굳게 앞으로 한발 내딛는 용기를 내어보는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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