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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23. 2016

<곡강이수(曲江二首)>

순간에서 영원을 보다 中


오늘은 옛 시를 보려고 합니다.

이백과 함께 중국 한시의 쌍벽을 이루는 두보의 “곡강이수”입니다.
고두현 시인이 옛 시를 모은 책인 <순간에서 영원을 보다>에서
나온 두보의 시를 제 나름의 감상으로 아침을 시작해 봅니다.


곡 강 이 수 (曲 江 二 首)

                          두 보 (杜 甫, 712~770)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

바람에 만 점 잎이 흩날리니 시름겹도다

막 지려는 꽃이 눈에 스치는 것 잠시 바라보고

몸 상한다 하여 술 마시는 일 마다하지 않으리

강가 작은 집에 물총새 둥지 틀고

동산 옆 높다란 기린 석상 누워있네

천천히 물리를 헤아리며 마음껏 즐겨야지

무엇하러 헛된 명예에 이 몸을 얽어매리요


--- 오늘은 이백과 함께 중국 최고의 시성(詩聖) 으로
일컬어지는 두보의 시입니다.
호방하고 일필휘지의 느낌으로 시를 쓰는 이백과 달리
두보는 근엄하고 진중한 필치로 꼼꼼한 스타일의 시를 써서
서로 대비가 됩니다.
곡강은 수도 장안에 있는 유명하고 아름다운 호수라고 합니다.
이 곳에서 47세때 자그마한 벼슬을 하면서, 정치적 불안, 시대적
어지러움이 클 시기에 쓴 시인데,

특히, 첫 구절인 "일편화비감각춘 一片花飛減却春"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든다는 표현은 정말 감탄케 합니다.
4월에 벚꽃이 절정이다가 지기 시작할 때 바람 한번 불면
마치 비 오듯 흩날리는 꽃잎을 보게 되는데, 아쉬운 마음이 늘
가득하지요. 시인의 마음도 이러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세상의 헛된 부귀영화, 명예에 매이지 않고, 자연을 벗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다가옵니다.
허명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의 삶을 놓치지 않고 즐기면서 누리라는
1300년전의 시인의 가르침을 오늘 한 번 더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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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강 이 수 (曲 江 二 首) 2

                         두 보 (杜 甫, 712~770)


조회 끝나고 돌아와서는 봄옷 저당 잡히고

날마다 강가에서 흠뻑 취해 돌아가네

외상 술값은 가는 데마다 깔렸느니

인생 칠십이 예로부터 드물다 했지

나비들은 뚫을 듯이 꽃에 파묻히고

잠자리는 물을 찍으며 천천히 날아가네

아름다운 풍광도 인생처럼 흘러가는 것

이 좋은 경치를 어찌 아니 즐길 건가


두보는 지금의 인생살이로 봐서는 대책 없는 사람입니다.
허구한 날, 대낮부터 옷까지 저당 잡히면서 술에 취해서 지내고
술값 외상이 안 깔린 데가 없으니 말이지요.
이미 세상의 부조리함, 덧없음을 뼈저리게 경험한 그는 자연과
더불어 살기로 작정한 듯 보입니다.

칠십 인생이 드물다 라는 말에서 ‘고희(古稀)’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요.
이 시에서 ‘고희’란 말이 생긴 겁니다. 지금은 칠십은 장년에 가까운 데
말입니다.

나비들은 뚫을 듯이 꽃에 파묻히고, 이백과 두보는 술에 파묻힙니다.
이백의 시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에서도 시인은 달빛을 맞고
꽃밭에서 술항아리를 안고 달과 그림자와 내가 술을 마십니다.
옛 시인들의 여흥과 풍류에는 술이 함께 잘 합니다.

그들은 인생이 찰나처럼 짧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았나봅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풍광을, 자연을 그냥 일에만 묻혀서 지나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비가 꽃을 찾아다니고, 잠자리가 물을 찍으며 호수 위를 날아다니는
풍경이 일에 매몰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두보의 말처럼 찰나와 같이 지나는 세월 속에, 구름처럼 곧 사라질
명예와 권력, 돈 등에 천착하지 말고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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