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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Oct 15. 2016

<인재경영의 허울>

말콤 글래드웰

<인재경영의 허울> 말콤 글래드웰
- “What The Dog Saw” 중

                           강 일 송

오늘은 지난 번, “실패의 두 얼굴, 위축과 당황”에 이어서 말콤 글래드웰의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합니다.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블링크”, “티핑 포인트”등, 굴지의 베스트
셀러를 가지고 있는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시각은 오늘도 날카롭기만 합니다.

인사가 만사다, 라는 말이 있지요. 유비가 최고의 인재인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합니다. 이처럼 인재를 얻는 것은 성공을 위한 최상의 원칙
이라고 할만 하지만, 오늘 저자는 그 허를 뚫습니다.
인재 천국이었던 엔론이 무너진 과정을 통해 과연 인재만 가지고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있는지 되새기게 해줍니다.

한 번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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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재 천국, 엔론은 왜 무너졌는가

닷컴 열풍이 최고조에 달한 1990년대 말, 미국 최고의 경영컨설팅회사인 맥킨지
가 소위 인재 전쟁(War for Talent)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국의 기업 간부들에게 설문지를 보냈고, 이를 분석한 맥킨지는 실적이 좋은
기업과 부진한 기업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맥킨지는 최고의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은 인재 확보에 주력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고의 기업은 우수한 인재에게는 차별적인 대우와 빠른 승진을 보장했다.
인재 중심의 사고방식은 기업계의 새로운 정설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명문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에게는 높은 프리미엄이 주어졌고 유명 기업인에
대한 보상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 고객사는 맥킨지의 메시지를 열렬히 신봉했다. 최고 경영자가 맥킨지 파트너
출신인 그 회사의 이름은 엔론이다.
하지만 엔론 스캔들이 터지면서 맥킨지와 엔론의 두 최고 경영자의 명성은 바닥
으로 떨어졌고 엔론을 담당한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업계에서 쫓겨났다.

엔론은 극단적으로 인재경영을 추구한 기업이다. 그런데 지금 엔론은 파산했다.
거기에는 복잡한 사유가 있을 것이다. 혹시 엔론은 인재경영에도 불구하고 망한
것이 아니라 인재경영 때문에 망한 것은 아닐까?
똑똑한 사람들의 가치가 과대평가된 것은 아닐까?

◉ 재능의 덫

맥킨지가 제시하는 인재경영은 ‘차별화와 지지(differentiation and affirma-
tion)’이라는 절차를 통해 구현된다.
성과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최고 점수를 받은 사람은 한 단계 아래 등급에 속한
사람보다 보너스를 75퍼센트나 더 받았다. 최하 점수를 받은 사람은 보너스
를 전혀 받지 못했고 일부는 해고되었다.

그렇다면 인재를 채용하고 보상할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까? 불행히도 맥킨지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 가지 방법은 가장 머리 좋은 사람을 우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능지수
와 직업적 성공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다.
플로리다 주립대학 심리학자 리처드 와그너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능지수는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처럼 일반적인 요소를 반영하지 못
합니다.

◉ 사람이 조직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엔론을 통해 드러난 맥킨지식 인재경영 실패는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되었다.
그 가정은 개별적인 구성원의 지능이 조직의 지능을 만든다는 것이다.
엔론은 시스템이 아니라 인재를 믿었다. 분명 우리의 삶은 천재들의 활약
으로 풍성해졌다. 하지만 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돌아간다. 기업은 단지 창조
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고 경쟁하고 협력한다.
그래서 대개는 인재가 아니라 시스템이 스타로 인정받는 기업이 크게
성공한다.
재능의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사람이 조직을 똑똑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개 그 반대이다.

◉ 인재가 아니라 시스템이 스타로 인정받는 기업

미국의 성공적인 기업들을 보면 조직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경영대학원 출신을 거의 뽑지 않고 급여를
많이 주지 않으며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인상한다. 그래도 미국 항공사들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경쟁사보다 훨씬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1976년 샘 월튼이 은퇴를 번복하고 자신이 지명했던
론 메이어를 쫓아내면서 중대한 전환기를 맞았다. 40대를 갓 넘긴 메이어는
월마트의 포용적인 기업문화에 어긋나는 맥킨지식 ‘차별화와지지’를 무리하게
추구하다가 떠나게 되었고, 월마트는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P&G도 인재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실 하버드나 스탠퍼드의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인재가 세제나 파는 P&G로 올 리가 없다. 엔론 같은 회사에서 3배의
연봉을 받고 흥미로운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P&G는 신중하게 조직된
경영체제와 치열한 마케팅을 통해 인기상품을 연달아 만들어내며 100년 가까이
소비상품 시장을 지배해왔다.

◉ 엔론의 가장 큰 문제

엔론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진이 자긍심을 보인 채용정책이었다. 맥킨지식 용어로
‘공개채용시장’을 채택하였는데, 모든 구성원이 상급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원하는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다. 다른 부서의 인력을 공개적으로 빼와도 아무 문제
가 없다.
하지만 한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되자, 남은 사업부 책임자들은 공석을
메우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그들은 조직의 안정성이 유연성 못지않게 중요하며,
스타 대접을 받는 인재들의 무리한 자기 실현이 오히려 회사 전체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경영 컨설턴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어야 했다. 그러나 엔론의 컨설
팅업체는 맥킨지였고, 맥킨지는 엔론만큼이나 인재경영의 허울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직의 틀을 벗어나 사고할 수 있는 인재를 찾으라고 강조한 그들은 모두가 조직의
틀 밖에서 사고하면 조직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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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말콤 글래드웰의 글을 한 번 더 보았습니다.

유비가 삼고초려를 한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
중 대표적이지요. 인재 한 명이 회사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직원을 훌륭한 MBA를
졸업한 인재로 채웠을 때 회사는 저절로 잘 될 것인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스포츠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올스타를 모아 놓았다고 해서 그 팀이 꼭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역량만이 중요한 필드에서는 그렇겠지만, 팀웍이 중요
한 큰 조직에서는 각 개인의 역량도 뛰어나야 하지만 그것들 사이를 조율하고
조절하는 시스템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인재 경영에만 모든 에너지를 바친, 엔론과 맥킨지는 개인의 재능의 덫에 걸려
무너지고 맙니다. 단지 명문 MBA 출신의 인재들만 영입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개인의 역량이 좀 부족하더라도 올바른 시스템을 갖춘 기업들이 훨씬
실적이 좋고 롱런합니다.

우리가 과거의 회사 운영방식으로 여기는 연공서열 방식을 채택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더 뛰어난 실적을 올립니다. 엔론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인재를 채용한
P&G는 더욱 탄탄한 경영을 합니다.

그렇다고 인재를 구해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인재를 영입을 하되
그 인재를 잘 활용하고, 또 조금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의 역량도 이끌어 내면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더욱 중요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경영은 기술이 아니라 "아트(art)"라고 했겠지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각 회사별 각 조직별로 가장 적합한 정책을
취하고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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