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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Oct 24. 2016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티니

When Breath becomes Air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티니

- When Breath becomes Air    


                   강 일 송    


오늘은 서른여섯의 젊고 촉망받던 의사가 불치의 암 선고를 받고 죽음까지

이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묘사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폴 칼라티니(1977-2015)는 인도계 2세로 뉴욕에서 태어났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하여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문학과 철학, 과학과 생물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그는 이 모든 학문의 교차

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과 의학의

역사 및 철학 과정을 이수한 뒤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걷

습니다. 졸업 후에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병원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신경외과 학회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최고의 의사로 손꼽히며 여러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는 등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무렵, 그에게 암이 찾아옵니다. 수많은 암환자를 비롯한 환자

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오던 그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아마존 종합 1위를 했고 전 세계 38개국 출간이 된

2016년 최고의 화제작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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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CT 정밀 검사 결과를 휙휙 넘겼다. 진단은 명확했다.

무수한 종양이 폐를 덮고 있었다. 척추는 변형되었고 간엽 전체가 없어

졌다. 암이 넓게 전이되어 있었다. 나는 신경외과 레지던트로서 마지막

해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난 6년 동안 이런 정밀 검사 결과를

수없이 검토했다. 혹시나 환자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하지만 이번 검사 결과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녔다.

그 사진은 내 것이었다.    


같은 병원의 내과의사인 아내 루시와 나는 병원 침대에 함께 누웠다.

루시는 마치 대본이라도 읽듯 조용히 물었다. “진단이 바뀔 가능성이

있을까?” “아니” 내가 대답했다.

우리는 마치 젊은 연인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반년 전, 극심한 요통과 함께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열 네

시간이나 일해야 하는 힘겨운 날들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의과 대학

원 학생에서 신경외과 교수로 가는 여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혹독한 수련 기간도 벌써 10년이 지났고, 이제 열다섯 달만 버티면

지겨운 레지던트 생활과는 완전 이별이었다. 나는 상급자들로부터 인정

받고 있었고, 전국의 권위 있는 상도 받았으며, 여러 일류 대학으로부터

교수 자리를 제안받고 있었다.

드디어 약속의 땅이 눈앞에 보였다.    

또 몇 주 뒤 가슴에 심한 통증이 여러 차례 느껴졌다. 밤에 이불이

흠뻑 적실만큼 땀을 많이 흘리기도 했다. 체중도 다시 줄기 시작했다.

이번엔 그 속도가 더 빨랐다.


늘 그렇듯 신경외과 업무는 분주했다. 목요일 밤 나는 수술실에서 36

시간 연속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거대 동맥류 수술, 대뇌동맥 우회로

수술, 동정맥 기형 수술 등의 매우 복잡한 수술이 차례로 진행되었다.    


진단을 받은 후, 루시와 나는 함께 울었다. 루시는 날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재혼하라

고, 그녀가 혼자 남겨진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담보대출을 이자가 더 낮은 곳으로 당장 바꿔야 한다는 말도

했다. 폐암 진단이 확정되자, 내 앞에 보이는 거라곤 텅 비고, 냉혹

하고, 공허하고, 하얗게 빛나는 사막뿐이었다.    


최고의 폐암 전문의를 수소문하여 에마 헤이워드라는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기로 하였다. 입원을 하여 암 치료를 시작하면서 나는 눈에

띄게 허약해졌다. 불과 엿새 전만 해도 수술실에서 거의 36시간 가까이

서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한 주 만에 이렇게

병약해진 건가?    


에마는 나에게 말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찾아내야 해요.’

나는 신경외과의를 겸한 신경과학자로 가장 높이 날아오르려던 욕심을

버린다면,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뭘까?


아버지가 되는 것?

신경외과의가 되는 것?

후학을 가르치는 것?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외과의로서 얼마나 오만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최대한의 책임과 권한으로 환자를 돌보려 했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일시적인 책임이고 덧없는 권한이었다.    


일시적인 암 치료로 회복을 좀 하던 나는 레지던트 생활을 이어갔지만

다시 몸은 나빠졌다. 예전의 촬영 결과와 오늘 촬영한 결과를 보니

새로운 커다란 종양이 폐의 우중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화나지도

겁먹지도 않았다. 객관적인 사실일 뿐이었다.


앞으로 받게 될 치료는 더 힘들 것이고, 오래 살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문득 엘리엇의 <황무지>가 생각났다.    

“하지만 등 뒤에서 찬바람이 몰아치는 중에도 나는 듣는다.

뼈들이 덜거덕거리고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는 소리를”    


이 와중에 우리 아기가 세상에 나왔다. 이름은 엘리자베스 아카디아, 줄여

서 케이디였다. 우리는 몇 달 전에 이름을 미리 지어놓았다.

“아버님, 따님을 한번 안아보시겠어요?” 간호사가 내게 물었다.

“글쎄요 내 몸이 너무 차가워서” “그래도 안아보고 싶어요”    


아이는 투병 중인 나에게 조금씩 크면서 기쁨을 안겨주었다.

케이디로 인해 웃을 일이 많아진 것이다.    


내가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

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 엄청난 일이란다.”    


<아내 루시의 말>  

  

폴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점점 더 빨라졌고, 발음도 종종 불분명했으며

끊임없이 토악질을 했다. CT와 MRI 촬영을 해보니 폐암은 더 심해졌고

뇌에도 새로운 종양이 자라 있었다. 연수막 암종증이 생겼는데, 드물고

치명적인 암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폴은 큰 충격을 받았다.

타세바와 화학 요법이 더 이상 효과가 없어지고 3차 치료제 역시 폴에게

듣지 않게 되었다.    


폴은 마지막 토요일을 가족과 함께 아늑한 거실에서 보냈다. 그는 안락

의자에 앉아 케이디를 데리고 놀았다. 폴의 세계는 점점 더 작아졌다.

2015년 3월 9일 월요일, 폴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원 침대에서

숨을 거두었다. 8개월 전 우리 딸 케이디가 태어난 분만 병동에서 불과

2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폴은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담당의는 폴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었다. “폴, 당신이 숨을 거둔 뒤에 가족들은 힘들겠지만, 당신

이 보여준 용기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빨리 이겨내실 겁니다.”

폴의 형 수만이 “이제 편히 가, 내 동생”하고 남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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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젊디 젊은 의사가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열정적으로 살아

가던 중, 자신이 불치의 암에 걸리게 되고, 그 과정을 아름답고 담담

하게 쓴 글입니다.


문학도를 꿈꾸었던 사람답게 그의 글은 편안하고 물 흐르듯이 우리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는 신경외과에서 혹독한 수련 과정을 겪습니다. 공식적인 레지던트

의 근무시간은 주당 88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일을 끝내려면

늘 시간이 부족했고 매일 열네 시간 이상을 일했다고 합니다.

한번 수술장에 들어가면 36시간 연속 수술을 하기도 했구요.

저 또한 수련과정을 거쳤고, 인턴 때 외과나 정형외과, 성형외과 돌 

때의 고됨이 떠오릅니다.    

 

저자는 학부를 인문학을 공부하고 성숙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입니다.

의학적인 상황에서 그는 질병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먼저 볼 줄 아는 사람이었네요.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죽음이라는 세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끝까지 용기 있게 걸어간 그의 삶은 많은 사람들

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제목처럼 숨결이 바람이 될 때, 그는 가족들 곁을 떠나 새처럼 날아

갔지만 그의 향기는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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