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힘 들여다 보기
<책은 도끼다> 박웅현
-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강 일 송
오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광고 기획가인 박웅현 저자의 책을 보려고 합니다.
이전에 먼저 “다시 책은 도끼다”를 서평을 올린 적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그
1편을 보려고 합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생각이 에너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는다.’ 등 감각 있는 카피를 무수히 내놓은 특별한 감수성의 기획자
이자 작가입니다.
오늘은 그의 책 내용 중, <칼의 노래>로 유명한 김훈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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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김훈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김훈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자전거 여행>을 통해 감동을 나누려고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김훈은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였죠. 그때부터 필명을
날리며 유명했습니다. 이후 마흔일곱에 등단해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
문학상을 타면서 대중들에게 더 친근한 이름이 되었지요.
<자전거 여행>은 1999년부터 이 년간 전국 산천을 “풍륜”이란 이름을 지은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여행 에세이입니다.
“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도 군집으로서의 현란한 힘을 이루지 않는다.”
안개꽃이나 많은 꽃들이 군집으로서의 아름다움을 과시합니다. 그런데
동백꽃은 전부 다 개별자들로 존재하죠.
“동백은 한 송이의 개별자로 제각기 피어나고, 제각기 떨어진다.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한꺼번에 툭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이 한 장 한 장 떨어져요 김훈은 매화를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 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정말 매화나 벚꽃 떨어질 때 보면 꽃눈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다 떨어지면
어쩌나 싶어서 가슴이 아플 정도지요. 김훈은 매화의 죽음을 풍장으로 표헌
합니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이 구절을 읽고 어떻게 산수유를 기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책을 왜 읽느냐, 읽고 나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볼 수 있는게
많아지고, 인생이 풍요로워집니다.
“삶 속에서는 언제나 밤과 사랑이 원한과 치욕보다 먼저다.”
“그만 하면 견딜 만한 가난이다.”
“밀물의 서해는 우주의 관능으로 가득하다.”
“서해는 조국의 여성성이다.”
“공깃돌만 한 콩털게와 바늘 끝만 한 작은 새우들도 가슴에 갑옷을 입고
있다. 그 애처로운 갑옷은 아무런 적의나 방어의지도 없이, 다만 본능의
머나먼 흔적으로 보인다.”
“소금의 짠맛은 바다의 것이고, 향기는 햇볕의 것이다.”
“낙원은 일상 속에 있든지 아니면 없다.”
“봄에 땅이 부푸는 사태는 음악에 가깝다.”
“국 한 모금이 몸과 마음속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주었다.
기쁨과 눈물이 없이는 넘길 수 없는 국물이었다. ”
상상해보세요. 우리가 추운 곳에 있다가 들어가서 따뜻한 국 한 모금
먹고 나면 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상태가 바로 바뀌는데 그걸 묘사한
것입니다. 기적 같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의 순간을 주목한 거죠.
당나라 시인 두보가
“꽃잎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니 슬픔 어이 견디리.”
라고 시를 썼답니다. 그런데 이 시를 보고 김훈이 평하기를
“대체로 이러한 글은 사람의 솜씨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산화하는
꽃과 시간을 견디지 못해하는 ‘슬픔’으로 보아 사람의 소행임은 틀림없다.”
두보의 시도 좋지만 그 시에 대한 김훈의 평도 참 재미가 있습니다.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앗!’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김훈의 <화장>이라는 소설에 나온 구절입니다.
‘소각완료’라는 글자는 추호의 모호성이 없었다.
화장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슴이 무너지는데, 소각완료. 갑자기 죽음이
드러나버린 것입니다. 그 안에는 모호성이 없는 거죠. 감정적으로
봤을 때는 해석되지 않는 단어지만 기계적인 단어로 끝났다는 것을 명
확하게 알려주죠. <칼의 노래>에도 죽음에 대한 구절이 나옵니다.
“보편적 죽음이 개별적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하지는 못한다.”
왜군들은 군인으로 오지만 죽을 때는 개인으로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군들이 올 때는 군인이라는 집단명사로 옵니다. 나라를 위해서 국가의
명예를 위해서 오는데 죽을 때는 일본 군인으로 죽는 게 아니라
가족과 헤어져 외롭고 고통스러운 슬픈 개인으로 죽습니다. 죽음은 전부
개별적이라는 이야기죠. 보편적 죽음이 개별적 죽음을 설명할 수 없어요.
그리고 위로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성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서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맞아요. <화장>에 아무리 사랑을 하여도 아픔은 전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픔도 개별적이에요. 냉정하지만 사실이죠.
철저히 인간은 개별적인 객체입니다.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그 가지런한 사실을 통해 감동을 전하는 김훈의 문장이 저는 참 마음에
듭니다. 여러분은 어땠습니까? 김훈이 발견해낸 것들을 여러분도 발견
하고 싶은 욕심이 들지 않으십니까? 모쪼록 김훈을 통해서 삶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어 새로운 것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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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나라 광고업계의 최대 블루칩이자 인문학적 감성이 뛰어난 저자가
선택한 김훈작가의 말을 들어보았습니다.
김훈의 소설들을 보면 소설이 아니라 거대한 서사시 같은 느낌이 늘 듭니다.
어떤 비평가는 기자 출신의 저자가 가진 한계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
도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좋다고 했지요. 사실만을 가지런히
챙기는 문장은 엄격히 말하면 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글은 일필휘지로 나오는 글이 아니라 엄청난 장고과 수정을 거친
고뇌의 글들입니다. <칼의 노래> 첫 문장인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를
“꽃이 피었다”로 할건지 “꽃은 피었다”로 한건지를 놓고 몇 날 며칠을 보냈다고
고백합니다.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 진술이고 “꽃은 피었다”는 주관적 정서를
넣은 문장이라고 말이지요.
동백과 매화의 차이를 설명한 부분은 참 대조적입니다. 동백은 한 잎씩 지지
않고 꽃 전체가 효수당하듯이 뚝 떨어집니다. 이를 그는 “백제가 무너지듯이”
라고 표현합니다. 저도 동백에 대한 시를 여럿 보았지만 백제가 무너지듯이
라고 말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반면에 매화가 지는 것은 꽃잎 하나하나가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고 표현합니다. 소멸하는 시간에 비유를 합니다.
수박에 대한 내용도 신선합니다. 수박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고 그는 천지개벽
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고 하지요.
그의 관찰은 예리하고 거기서 문장을 잦아 올리는 솜씨는 능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 두보의 “곡강이수”의 한 문장인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 바람에 만 점 잎이 흩날리니
시름겹도다”를 본 김훈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런 글은 사람의 솜씨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산화하는 꽃과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슬픔으로 보아 사람의 소행임은 틀림없다. 라고요.
두보의 시를 쓰는 솜씨는 이미 사람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말이고, 하지만
인간적인 아쉬움과 슬픔을 보아 그는 사람이다. 라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말 중 “보편적 죽음이 개별적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받지는
못한다” 라는 말은 참으로 가슴을 울립니다.
이 세상 모든 전쟁에는 모두 다 이 설명이 적용이 됩니다.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전장에 명예롭게 다들 나아가지만, 죽음은 가족과
떨어져 외로이 고통과 두려움 속에 죽어간 개인의 영역으로 마무리됩니다.
모든 죽음은 개별적이라는 말은 참으로 진실입니다.
오늘 김훈의 글들을 박웅현 저자가 소개를 하였고, 또 제가 덧붙여 소감을
곁들여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칼의 노래”는 너무나 인상깊게 보았던
책이었고 덩달아 그의 책들을 줄줄이 사기도 하였었습니다.
마지막 저자의 말처럼 저나 여러분이나 모쪼록 삶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어
빨리 달릴 때 보이지 않던 소소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삶에서 발견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