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문 인류

<몸의 문제를 푸는 삶의 지도가 있을까?>

미래 인문학 트렌드 中

by 해헌 서재

<몸의 문제를 푸는 삶의 지도가 있을까?> 강신익


-- “의료 인문학에 대하여”, 미래 인문학 트렌드 中


강 일 송


오늘은 미래의 인문학 트렌드에 대한 책을 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각 인문학이 서로 융합하고 협력하고 보조를 맞추는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이에 저자는 다양한 새로운 트렌드의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중 “의료 인문학”에 대하여 논하고자 합니다.


저자인 강신익(1957~)교수는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15년간 치과 의사로

일하고 마흔이 되던 해에 영국으로 건너가 웨일스 대학교에서 의료의

철학과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귀국해서 인제대학교에 인문의학교실과

연구소를 만들었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에서 인문학적 의료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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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인문학이란.


의료인문학(Medical Humanitics) 은 의학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이다.

의학의 역사를 다룬 의사학, 의학의 철학을 다루는 의철학 등이 포함

되어 있고, 이 용어는 1976년 호주의 외과의사 “무어”가 인문학적

내용을 바탕으로 좋은 의사가 되는 길을 가르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미 1960년대에 질병으로부터 환자가 소외되면서 의료의 상업

화와 비인간화를 우려하는 인식이 확산됐다. 70년대에 이르러서는

인간적인 의학을 추구하는 광범위한 노력과 더불어 의료인문학이 형성

되었다.


◉ 병을 앓는 것은 내 몸을 알아가는 과정


현재의 의학은 대부분의 전염병을 거의 정복했고 인간의 수명을 크게

늘리는 등 성과를 보여주었지만, 몸의 문제를 메커니즘의 문제로만

다뤄 인간의 실존을 소외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의 도도한 물결 속에서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가 상품으로

취급되면서 상업적 의료와 의료 본연의 인간 서비스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의료인문학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풀어보려는 노력이 모여서 태동한 생각

의 틀이자 삶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병을 앓는 것은 내가 내 몸을 알아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하는 과정이다. 병이란 나타날 기회가 없었던 내 몸의 속성이다. 그리고

병을 앓는 것은 그 속성을 나와 일치시켜 새로운 내가 되는 과정이다.

‘앓다’와 ‘알다’가 같은 공통의 어원을 가진다고 추론하면, 병을 앓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창조적인 과정이 된다.


◉ 몸에는 살아온 삶이 담겨 있다.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조르주 캉길렘(1904-1995)은 정해진 설계 또는 규범

을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과 내적 조건에 걸맞는 새로운

규범을 만들 수 있어야 정상적인 유기체라고 했다.

아프리카의 열대기후에 적응한 유럽인의 조상이 햇빛이 귀하고 추운 북쪽에

정착하면서 피부색이 옅어진 것은 진화를 통해 몸이 새 규범을 만들어낸

사례다. 흰 피부는 햇빛을 많이 받아 부족한 비타민D를 만들기 위한 적응

이었고, 그것이 새 몸의 규범이 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검은 피부가 강렬한 햇빛을 차단해 피부를 보호하는 생리

적 규범인 것과 바뀐 것이다.


◉ 의학은 인간적인 과학이자 과학적인 인문학


19세기 이후 의학에 분석적인 과학이 결합하자 이제까지의 과학과 예술의

균형이 무너졌다. 이전의 의학이 과학과 예술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면

이제는 과학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것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발견되고 그것의 증식을 막는 소독과 위생이 일상

화되었으며 마취가 발명되고 외과수술이 안전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해 애쓴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의학=자연과학

이라는 등식에 의문을 표하며 의술의 사회적 차원과 인문적 가능성을 보여

준 대표적 인물로, 세포병리학과 사회의학의 창시자인 루돌프 피르호

(1821-1902)와 등불을 든 천사 플로런스 나이팅게일(1820-1910)을 들 수

있다.

피르호는 과학적 의학의 선구자이면서도 동시에 질병의 사회적 원인에 주목

해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펼친 사회의학의 창시자다. 그는

“의학은 사회과학이다. 정치학은 큰 범위의 의학일 뿐이다. 의사는 가난한

자들의 대리인어야 하고 사회적 문제는 의사들의 관할이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이팅게일은 온기가 넘치는 보살핌만으로도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녀는 의복과 침구의 세탁, 병실 공기의 환기, 그리고

정성 어린 간호만으로 야전병원의 사망률을 10분의 1로 줄여 세상을 놀라게

한 근대 간호학의 창시자이자 의료인문학의 선구자였다.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질병’을 치료하는 소의(小醫), 병든 ‘사람’을 치료하

는 중의(中醫), 병든 ‘사회’를 치료하는 대의(大醫)로 의사의 등급을 매겼다.


20세기 후반에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특히 낙태와 안락사 등

의료기술의 적용을 둘러싼 종교적, 윤리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생명윤리가

독립된 연구 분야로 확립되었다.

이후 줄기세포 연구와 유전자 조작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생명윤리 연구는

좀 더 근본적인 인간 조건에 대한 논의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의철학이 현대적 학문으로 태어나는 데 크게 기여한 미국의 의철학자

펠레그리노(1920~)는 말한다.

“의학은 가장 인간적인 과학이고, 가장 경험적인 예술이며, 가장 과학적인

인문학이다”

그렇다. 의학은 과학이기도 하고 동시에 예술이고 인문학이기도 하다.

의료인문학은 과학이며 예술인 의학을 사람 중심으로 종합하려는 노력에

붙여진 이름이다. 의료인문학은 질병과 같은 몸의 문제를 풀면서 가야 할

삶의 여정에 꼭 필요한 지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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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래 인문학 트렌드의 한 분야로 “의료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좀 생소한 분야이지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의 예술은 의술의 다른

말이라고 하네요. 이 시절만 하더라도 아직 의술과 예술이 분리가 되지 않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의료인문학은 질병을 가진 환자가 단순히 질병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존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로부터 소의, 중의, 대의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현대에 이르러는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 낙태, 안락사 등의 문제가 굉장한 사회윤리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의학은 과학이어야 하고, 또한 인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의 기술적인 발달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한 이에 발맞추는 의료윤리와

인간중심의 철학이 같이 발달하여야 함은 자명합니다.

저자는 좀 더 나아가서 사회를 치료하는 사회의학의 개념까지 나아갑니다.


현장에서 늘 환자를 접하는 입장에서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 많은 글이었습

니다. 저자가 치과의사이면서 후에 의료인문학을 다시 전공해서인지 저자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었습니다.


대의(大醫)까지는 언감생심이지만, 단순히 질병만을 바라보는 소의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환자를 바라볼 수 있는 ‘중의’의 단계를 늘 지향하여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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