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Messy”
<인간은 어떻게 뭉치고 대립하는가> 팀 하포드
-- “메시, Messy”<2>편
강 일 송
오늘은 지난번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의 <메시> 책을
연이어 보려고 합니다.
키스 재럿의 "쾰른 콘서트"를 통해 인간이 잘 짜여진 준비 상태
에서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몰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가지고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무사퍼 셰리프(1906-1988)라는 터키계 미국 심리학자의 실험을
살펴볼 것인데, 집단의 갈등과 협력에 관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
하게 보여줍니다.
일명 “로버스케이브 주립공원 실험”이라는 유명한 실험의
내용을 오늘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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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스케이브 주립공원 실험
1954년 6월 19일, 버스 한 대가 11명의 소년들을 태우고 오클라호마
시내에서 출발해 로버스케이브 주립공원의 보이스카우트 야영장에 도착
했다. 이곳은 나무가 빽빽하게 우겨졌으며 가장 가까운 마을과도 무려
6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물론
공통점은 많았다. 모두 백인이었고, 열한 살 소년이었으며, 중산층 프로
테스탄트 가정에서 자랐다.
어른 캠핑감독관이 있지만 캠프 진행에 관한 모든 결정은 아이들에게
맡겼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면서 전혀 간섭하기 않았다.
아이들은 스스로 잠자리를 정했으며, 저녁을 먹고, 모닥불 주변에 모여
앞으로 3주 동안 무슨 일을 할지 계획을 짰다.
수영, 보트 타기, 야구, 보물찾기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며 들떠 있었다.
아이들은 숲을 탐험하여 수영하기에 적당한 곳을 찾아냈고 둑길을 내고
다이빙보드를 만들기 위해 돌을 옮기고 일했다.
배가 고프자 아이들은 야영지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햄버거를 만들어
먹었다. 수영을 잘 못하거나 다이빙을 못하는 친구를 위해 도와주고 협력
했다.
이 캠핑은 무자퍼 셰리프가 이끄는 사회심리학 실험으로 조작심리실험의
걸작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
한 다음 날, 그들과 똑같은 또래 아이들 한 무리가 맞은편 야영지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두 그룹은 각자 이름을 짓고 깃발도 만들었다. 첫 날 도착한 그룹은
“방울뱀”이라고 이름 지었고, 다음 날 도착한 그룹은 “독수리”라고 이름
지었다. 두 팀은 야구, 줄다리기, 텐트치기, 장기자랑 같은 게임을 하
였고, 승리한 팀에게는 트로피와 메달, 소년들이 갖고 싶어 하는 스위스
군용 나이프를 주어질 것이었다.
곧바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야구장에 먼저 도착한 방울뱀 팀은 자신들
의 홈구장이라고 주장하면서,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을 세웠다.
그런 다음 손대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의 말들을 거칠게 내뱉
었다. 독수리 팀은 인기 드라마 주제가를 개사해 상대방을 자극하는
노래를 불렀고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는 방울뱀 팀이 승리했다. 한 아이가 외쳤다.
“독수리 좋아하시네. 비둘기 주제에.”
울분에 찬 독수리 팀의 한 아이가 방울뱀 팀의 글러브를 훔쳐 강에 던져
버렸다.
두 팀의 전투는 더욱 격렬해졌다. 스포츠맨쉽은 희미해졌고, 야유와 인신
공격이 그 자리를 채웠다.
실험자들은 인위적으로 두 그룹 사이에 갈등을 조장할 계획이었으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싸우기 시작
했다.
서로 밤에 상대의 숙소에 침입해 침대를 뒤집고 방충망을 찢고 만화
책을 훔쳐갔으면 다음날 보복으로 청바지를 훔쳐 욕을 써서 깃대에
청바지를 걸어놓았다.
이미 두 그룹은 너무도 서로를 증오하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사악하고 폭력적인 심성을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명랑하고 착한 심성을 타고나는 것일까?
무자퍼 셰리프는 이 질문에 둘 다 옳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이며 서로 도움을 주는 착한 심성을 타고
났다. 하지만 경쟁집단과 대면하는 순간, 편협하고 폭력적이며 잔인하게
돌변한다.
어른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종족에 대한 충성이 얼마나 쉽게 솟아
나는지 보면 놀랍다.
사실 독수리와 방울뱀은 화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그룹이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도시에 살고 있으며, 같은 인종, 같은 계층,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모두 야구와 햄버거와 모험을 좋아하는 열한
살짜리 소년이었다.
★ 방울뱀과 독수리 팀의 극적인 화합
두 팀 사이의 전쟁을 촉발하는 일은 너무나 쉬웠지만 이들 사이에
화합을 이끌어내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예컨대 두 팀이 함께 밥을
먹거나 게임을 하는 자리를 마련해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전혀 가까워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셰리프는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먼저 야영지의 수도 공급
시설을 고장내어 물 공급이 힘들다고 알려주었다.
야영지의 물이 마르면서 점차 아이들의 목도 말라갔다. 아이들은
물탱크로 모여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두 팀은 장비를 나누어 쓰면서 차례대로 작업했고, 드디어 수도꼭
지가 고쳐지자 말없이 상대가 먼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양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밤이 되자 다퉜으며, 가끔 우정의 제스쳐도 피어나고
있었다. 두 팀이 힘을 합쳐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때 이미 관계는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에도 실험자들은 두 팀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크고 작은 문제
를 계속 만들어 냈다.
셰리프의 실험이 주는 메시지는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눈앞에
놓였을 때 사람들은 서로간의 차이점은 쉽게 무시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 속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경계심을 풀어
주기 위해 술을 권하거나 같은 게임을 시키는 것보다는 함께 해결
해야하는 과제를 던져 주는 것이 좋다. 협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은 팀 결속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일주일 동안은
전쟁을 치렀으며, 일주일 동안은 서로 화해하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자처해 버스 한 대에 모두 함께 타고 가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속한 팀에 개의치 않고 뒤섞여 앉았다.
독수리와 방울뱀의 구별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잊지 못할
여름방학 모험담을 공유하는 아이들을 태운 버스 한 대가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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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번에 연이어 "메시, Messy"의 책 내용을 보았습니다.
"로버스케이브 주립공원의 실험"을 보았는데, 심리학에 있어 가장
유명한 연구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탐구이고, 같은 지역, 같은 나이, 같은 인종,
같은 종교를 가진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어떻게 경쟁하고 화합하는
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사실 성인들도 청소년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강력
한 무기와 다양한 공격도구를 가진 성인들의 경쟁과 투쟁이 인류에
있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해 왔지요.
생명체를 이해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생존과 번식"이고 인간도 이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동안의 수많은 연구결과
입니다.
가정과 사회를 벗어나 주립공원의 자연으로 들어간 그들은 인류의
조상들이 자연에서 경쟁하고 생존하였던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냅니다. 우리의 DNA에 이러한 생존 본능이 아직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의 확장된 자아가 "자기 집단"입니다. 자기 편이라고 정해진
동료들과 금방 일심단결하여 상대방 경쟁자들과 치열한 투쟁을 벌입
니다. 그리고 그들은 화해시키려는 노력에 어지간해서는 마음을
풀지 않습니다.
그들을 화해시킨 것은 회식이나 함께 하는 게임이 아니라, 이번에도
생존과 연관된 공통의 문제를 주어서 함께 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국가나 집단이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전환하기 위해 바깥으로 투사
하는 경우도 이것과 유사하겠지요.
짧은 실험이었지만, 인간이 어떻게 뭉치고 대립하는 가에 대한
아주 훌륭한 연구였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새로운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