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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지혜는 어리석은 듯하니>

by 해헌 서재

<큰 지혜는 어리석은 듯하니> 김영봉
-- "옛글이 일깨우는 반성의 힘“

강 일 송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입니다. 아주 매서운 한파가 몰아
치는 것을 보아서, 봄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법이지요.

오늘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옛 선현들의 지혜를 구하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김영봉 저자는 한문학을 전공하였고, 연세대학교 국문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한때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연세대학교 강사와 한국 고전번역원의 강사를 겸하고 있다
합니다.

한번 선현들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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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지혜는 어리석다

세상에서는 모두 어리석음을 미워할 줄은 알지만 그 어리석음이
귀하게 여길 만하다는 것은 모른다.
안자는 공자가 가장 총애하던 제자였다. 공자가 가르친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만 하여 마치 어리석은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가 배운 내용을 실천하는 것을 보면 그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자는 그가 어리석은 것 같지만 어리
석지 않다고 하였다.

우리말에 잔꾀를 모르고 우직하기만 한 사람을 ‘고진하다’고
하는데, 사실 고진하다의 뜻은 ‘옛것을 지키며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성격의 소유자’를 일컫는 것이다. 이는 고진(古眞)이라는
한자어이다.

<노자>에서 ‘큰 기교는 졸렬한 듯하다’, 즉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하였다. 이는 ‘큰 지혜는 어리석은 듯하다’와 같다.
간사한 지혜가 판치는 세상에 한번쯤 음미할 만한 말이다.

★ 관대함과 엄격함

익성공 황희(1363-1452)는 도량이 넓고 커서 대신의 체통이 있었
는데, 정승의 자리에 있은 것이 30년이었고 아흔 살을 누렸다.
나랏일을 의논하고 결정하는 데는 관대함으로 부드럽게 처리했고
평소에도 마음이 담박하였다.
비록 집안의 아이들이나 어린 종들이 울어대고 떠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며, 간혹 수염을 당기고 뺨을 쳐도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그가 늘 관대한 것은 아니었다. ‘백두산 호랑이’라는 김종서
장군에게는 한 가지라도 잘못이 있으면 심하게 책망하고 서릿발처럼
엄격하였다. 보다 못한 맹사성이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정도
였다. 황희 정승의 대답은 이랬다.

“우리가 은퇴하면 이 나라를 지탱할 사람은 김종서인데, 지나치게
강하고 기가 날카로우니 지금 신중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아야 하네.”

나중에 황희 정승은 사직하면서 후임으로 김종서를 천거하였다.
관대함은 훌륭한 미덕이지만 때로는 엄격함이 필요할 때도 있음을
잘 보여준다.

★ 마음의 결대로 키우기

화초는 식물이어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배양하는 이치나 갈무리
하는 합당한 방법을 알지 못하여서, 습한 곳을 좋아하는데 건조하게
한다든가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데 따뜻하게 해주어 천성을 잃게
한다면 틀림없이 시들어 말라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다시 무성하게 쭉쭉 자라서 그 참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는가.
식물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에게 그 마음을 애타게 하고 그 몸을
괴롭게 하여 하늘의 이치를 어기고 본성을 해치게 해서야 되겠는가.

강희안은 조선 전기의 명신으로 화목(花木)을 기르고 감상하는 법을
기록한 원예지 <양화소록>을 썼는데, 그는 여기서 단순히 화초에만
그치지 않고 사람에 있어서도 올바른 배양, 즉 올바른 환경과 교육
이 주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의 일선 학교에서는 오직 대학 진학만을 지상 목표로 삼아 수
많은 학생들을 시험 선수로 육성한다. 저마다 개성과 재능이 다른
데, 틀에 박힌 시험제도로 얽어매여 점수로 환산한 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 개인의 진로를 결정지어 버린다. 이처럼 획일적으로
경쟁에 내몰리는 환경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펴보지도 못하고 시들어 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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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몇 개의 선현들 글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글은 이 책의 제목인 " 큰 지혜는 어리석은 듯하니"였습니다.
이 세상에는 꾀가 많은 사람도 많고 요령이 넘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일견 어리석은 듯하게 보이는 사람한테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모자라는 듯이 보이고 둔해 보이고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이지요.
요령을 부리기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지혜로운 것이라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합니다.

두 번째 글은 황희정승을 통한 인격의 고매함을 살펴보았습니다.
지극히 높은 재상임에도 그는 어린 종들이 무례하게 행하여도
전혀 꾸짖거나 노여워하지 않는 관대함이 있음과 동시에, 호랑이
같은 장수인 김종서에게는 추상같은 엄격함을 보입니다.
진정 강한 사람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부드럽지요.
그는 나라를 위해 김종서를 엄하게 대하지만 자신의 후임으로 그를
추천하는 아량이 넓고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렇게 오랜 기간 재상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세 번째 글은 후대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화초, 특히 동양난을 가꾸어 보면 참 까다롭습니다.
물을 너무 자주 주어도, 너무 안 주어도 시들어버립니다.
강희안의 말처럼 화초도 이러할진대, 사람은 오죽 하겠습니까.
자녀를 키울 때, 너무 칭찬만 하고 예뻐만 해도 안 되고, 너무 엄하
고 나무라기만 해도 안 됩니다.
또한 그 개성이 아무리 부모가 낳은 자식이라도 부모의 생각대로
자라 주지만은 않습니다. 또한 형제끼리도 어떻게 한 배에서 난
형제일까 싶을 정도로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경우도 많지요.
지금처럼 획일적인 교육 환경보다 그 고유의 재능과 개성을 각각
살려서 꽃피울 수 있는 교육이 되었으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이 들고 그렇게 해야 우리 나라의 미래가 있지 않나도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힘찬 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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