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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

<예술수업>

- 예술로 보는 “실질세계”와 “여분세계”

by 해헌 서재

<예술수업> 오종우

-- 예술로 보는 “실질세계”와 “여분세계”


강 일 송


오늘은 예술에 대한 수업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저자는 여러 예술 작품들 속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독자에게 주고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열어주는 강의를

하는 명강사이자 명교수입니다.


저자인 오종우(1965~)교수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이 책의 기반이 된 “예술의 말과 생각”은 성균관대학교 최고의

명강으로 손꼽히고 “티칭어워드‘를 수상한 강의입니다.


그의 글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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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왜 어려울까


예술에 대한 편견 중 가장 큰 것은 “예술이 어렵다”라는 것입니다.

예술을 알려면, 또는 예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전문지식이 필요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예컨대 피카소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그의 생애와 사조,

사상을 알아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은 피상적인 지식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예술이

주는 본질적인 감동이 지식보다 더 중요합니다.

또한 어떤 정보나 지식이 있어야 예술작품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닙

니다. 지적인 개념이 예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을

통해서 지식이 생산됩니다.


★ 예술의 반대말은 무감각


사실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입니다. 생활 속에서 리듬을 느끼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어떤 사물이나 풍광을 보면서 관련된 이미지,

즉 그림을 떠올리고 주위 상황에 반응하거나 내면을 노출하려고

낙서를 하기도 합니다.

인류의 초기 예술 활동 가운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중요한 것은

동굴이나 암벽에 그린 낙서, 즉 그라피티, grafiti입니다.


세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예술을 다루는 학문인 미학을 가리키거나 심미적이라는 뜻의

단어 aesthetics에 부정의 접두사 an를 붙이면 마비, 마취,

anaesthesia 라는 뜻이 됩니다. 예술의 반대말은 추함이

아니라 ‘무감각’인 거죠. 뛰어난 예술작품은 무엇보다 우리의

감각을 되살립니다. 그래서 그런 예술작품을 접하면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


우리가 사는 세상은 두 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질세계와 여분세계.

“실질세계”는 쉽게 말해서 먹고사는 일들로 형성됩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세계인 셈이죠. 그래서 이 영역에서는

사람들이 무척 바쁩니다.


현대인들은 급속도로 생활환경이 바뀌고 바쁘게 질주하는 생활

속에서 지치면 휴식을 찾습니다. 오락이나 여행 등을 통해 여가

를 즐기며 다시 실질세계를 살아갈 힘을 충전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분세계”가 형성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는 노예제가 있었고 노예제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주인과 노예는 있습니다.

한 인간이 실질세계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여분세계는 단지 오락과 휴식의 영역으로 알고 살아간다면

그는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사람은 직접 만질 수 있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전부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나서는 도무지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실질세계 밖에서는 불안하고 초조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

부절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

고 언제나 규율처럼 제시되는 실질세계에 얽매여 삽니다.


★ 실질세계와 여분세계


그러나 사람들이 그렇게 집중하고 있는 실질세계는 사실 픽션,

즉 꾸며 만든 세계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질서는 절대자

신이 우리에게 강제로 부여한 절대규율이 아닙니다.

결함이 없는 완벽한 질서는 없다는 뜻입니다. 헤겔(1770-1831)

식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이미 그안에 본래부터

자기 고유의 한계와 결함을 안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은 자기 고유의 성질에 의해

언젠가 균열을 일으키며 붕괴됩니다. 사상도 사물도 모두 그러

하죠.

다시 말해서 실질세계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실질세계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관점은 실질세계 안에 함몰

되어 있어서는 생기지 않습니다. 그것 밖에서 바라볼 때에야

비로소 그것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는 법. 인상파의 그림은 가까

이서 보면 물감 얼룩으로 보입니다.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리를 두고 봐야 제대로 보입니다.


여분세계는 실질세계 옆에 붙거나 안에 위치해서 수동적인 휴식

과 오락만을 제공하는 세계가 아닙니다. 실질세계를 돌이켜볼 수

있는 세계, 그리고 실질세계를 만들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세계입니다.


다시 돌아가 우리가 노예처럼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질세계를 충실히 살면서도 실질세계에 함몰되지 않는 시선을

갖추는 것입니다. 현실을 살면서 현실에 갇히지 않을 때 진정으로

주인이 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여분세계는 실제로 살아가는 일을 의미 있고 넉넉하게 만들어줍

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사회는 즉각적인 실질에 얽매이지 않고

여분의 세계, 그 자유로운 정신을 소중히 여깁니다.


예술은 바로 그 여분세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예술 나부랭이가 다 무슨 소용

이냐”하는 겁니다. 그러나 예술은 여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이루며,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실질세계와 긴밀하고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 진정한 예술작품


진정한 예술작품은 현실과 직접 부딪쳐 탄생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뛰어난 예술작품들은 인류에게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줍니다. 예술을 통해서 우리는 인식하는 능력,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고 창의성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예술작품은 그 자체가 창의적이면서 동시에 예술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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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술이란 무엇이며 그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을

들어보았습니다.


흔히 예술이 밥먹여주냐 라는 말을 많이 하고 듣기도 합니다.

오늘 저자인 오교수는 예술이 밥먹여 준다, 고 말을 합니다.

오히려 밥벌어 먹고 사는 실질세계에만 매여 사는 사람을 노예라

일컫고, 여분의 세계를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자기의 주인된 삶을

영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예술을 지식의 세계에 한정짓지 말고, 일상의 삶에서 느끼

는 모든 것이 예술이라고 합니다. 예술은 일상에서 느끼는 것을

말하므로, 예술의 반대말은 "무감각, 마비" 등의 단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의학에서 마취학을 "Anesthesiology"라고 하지요.


인간의 세계를 "실질세계"와 "여분세계"로 나눈 개념은 참 신선합

니다. 실질세계가 중요할 것 같지만 여분세계로 인해 실질세계가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하고, 그 여분의 세계에 예술이 거주하고

있다고 하지요.


삶의 현실을 제대로 보려면 거리를 두고 봐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거리를 가능케 하는 여분세계!

우리가 본업 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취미생활, 전공이 아닌 공부,

예술활동 등이 여분세계에 속하겠지요.

여러분이나 저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여백을 가지게 하는 "여분세계"

를 삶에서 충분히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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