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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Apr 06. 2017

<냉정한 이타주의자>

“Doing Good Better"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

-- “Doing Good Better"


                            강 일 송


오늘은 선의의 독지가들이 기부를 하는 행위에 대한 세심한 조언이

담겨 있는 책을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기부를 할 때 물건을 사는 것과는 달리 무작정 확인

절차 없이 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저자는

“경솔한 이타주의”라 칭하고 이것을 파고드는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저자인 윌리엄 맥어스킬(1987~)은 젊은 철학자로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부교수이고, 유수의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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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펌프와 기생충구제사업


아프리카에서는 풍력발전으로 급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수 킬로미터를 걸어온 아낙들이 하염없이 기다리

는 경우가 많다.

어느 농업박람회에 전시된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펌프가 선보이자

언론은 관심을 집중시켰고 이 아이디어는 30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세계은행시장개척상’을 수상했다.

이는 “플레이펌프”였고, 놀이터에서 애들이 빙글빙글 돌리는 회전

놀이기구와 펌프를 합쳐서 놀면서 물을 길을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

디어 제품이었다.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모금운동을 한 끝에 1800대를 아프리카

곳곳에 설치했는데, 설치를 하고 시행을 해보자 비관적인 결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금세 지치고 기구에서 떨어져 팔다리가

골절되거나 구토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것을 돌리는 것은

여자들의 몫이었고, 성인여성들에게는 전혀 즐겁지도 않거니와

품위 없고 모욕적인 ‘일거리’일 따름이었다.

기존의 수동펌프보다 훨씬 적은 양을 퍼 올릴 수 있을뿐더러 고장이

나도 수동펌프와 달리 주민들이 고칠 수가 없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한편에서는 케냐의 학교교육을 개선시킬 방법을 찾는 중이었다.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던 한 사람이 기생충 구제사업을 제안하였는데,

기생충 감염은 싼 가격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지만 전 세계적

으로는 10억 명 이상이 감염된 병이었다.

이 사업을 진행한 후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학교 출석률을 높이는 데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난 방법이었다.

케냐 학교에서는 잦은 결석이 해묵은 골칫거리였는데, 기생충 구제로

결석률이 25%나 줄어든 것이었다.


★ 경솔한 이타주의와 효율적 이타주의


플레이펌프는 실제로 현실에 적용하기 전 제대로 된 조사가 없고 준비가

없었다. 이는 대표적인 “경솔한 이타주의”의 예라 하겠다.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자선단체 기부는 대개 적절한 피드백 경로

가 없다. 부실기업에 투자하면 사업 실패에 따른 비용 손실이라도 눈에

띄게 마련인데, 부실 자선단체에 투자하면 실패 여부를 알 길이 없다.


이처럼 적절한 피드백이 없는 상태에서 당신의 이타적인 행위가 실제로

남한테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기생충구제가 플레이펌프보다 효과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실효성에 방점을 둔 덕에 수백만

명의 삶을 눈에 띄게 개선시키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기생충 구제사업은 “효율적 이타주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

까?’를 자문하고 증거와 신중한 추론으로 그 해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 차라리 노동착취 공장 제품을 사라.


이번 장에서는 효율적 이타주의 관점에서 윤리적 소비가 과연 제대로

된 소비인지를 살펴보자.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저임금 노동착취 공장

은 섬유, 장난감, 전자기기 등 선진국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을 생산

하는 열악한 작업장이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환경을 볼 수 없어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단체들이 제법 있다.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 한데, 하지만 이 제품들을

사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만일 이 공장들이 경제적 압박에 못이겨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될까?

기존의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현실은 반대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이러한 공장들이 차라리 더 좋은

일자리에 속한다. 대안이라고 해 봐야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는

농장 일꾼, 넝마주의 등 더 형편없는 일자리뿐이고 심지어 실직자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선진국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절대빈곤을

상상조차 못하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공장이 가난한 나라에

득이 된다는 데 의문을 달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저임금 농업 위주 경제사회가 더

부유한 산업사회로 나아가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기의 유럽과 미국이 100년도 넘게 저임금 노동력을 이렇게

활용했으며, 동아시아의 호랑이 경제권 국가인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이 대표적인 고성장 사례다.


선진국에서 불매운동을 벌인다면 가난한 나라에 사는 빈곤층의 삶은

더 궁핍해진다.  그렇다고 이러한 가혹한 노동환경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   가난한 나라의 극빈 노동자들을 고용한 기업 제품은 그대로

사되 해당 기업에 피플트리, 인디저너스, 쿠이치 (모두 윤리적 패션

을 추구하는 기업들이다) 처럼 공정한 근로 기준을 적용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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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가 행하는 기부와 공정무역제품 구매 등, 이상적인 생각

과 현실의 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저자는 선의의 열정에만 이끌려 무턱대고 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일 기업이나 사업에 투자를 한다면 많은 것을 꼼꼼히 따져서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부할 때는 그 자선단체에 대해서 잘 따져

보지 않습니다.  숫자와 이성을 들이대면 선의의 사업에 누가 된다는

심적인 부담감 때문이겠지요.


처음 예로 나온 플레이펌프 사업도 누구나 처음 들으면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나 싶지만, 현실에서는 효율도 떨어지고 실제 접하는

주민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생충 구제사업은 적은 비용으로 획기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삶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착취 공장의 제품을 불매하는 운동도 선진국 사람들의

생각의 틀에서는 이것을 불매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을

했지만 현실에서는 극빈 노동자들이 더욱 어려운 궁지로 몰리게

되는 결과가 나왔지요.


따라서 이 책의 제목처럼 선한 목적만 가지고 꼼꼼히 따져보는 과정이

결여된 열정은 오히려 처음 의도했던 결과보다 비용 대비 효과도 떨어

질뿐더러 극빈자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비단 기부나 공정무역 제품 구매 상황 말고도 우리 주위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의 일들은 늘 벌어지고 있습니다.

막연한 열정보다는 차가운 머리의 냉정이 때론 더 아름답고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일을 이번 책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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