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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3. 2016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中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中

                                         강 일 송

오늘은 <총,균,쇠>, <어제까지의 세계>, <문명의 붕괴> 등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를 저술한 재레드 다이아몬드(1937~)의 최신작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는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입니다. 현재 UCLA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전미과학상, 타일러 환경공로상, 루이스 토마스상, 일본 코스모스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오늘 책은 인류의 내일에 대한 중대한 질문을 하면서 인류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내용 중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가난한가?”라는 주제에 대하여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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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연히 한 사람을 처음 만났다고 할 때, 그에 대해 가장 많이 알아낼
수 있는 질문이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어디에서 태어났습니까?”와
“언제 태어났습니까?” 일 것입니다.
만일 한국 사람이 1920년이나 1945년 혹은 1980년에 태어났다고 대답한다면
같은 장소에 태어나도 엄청난 차이가 있는 인생을 살아왔을 겁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도 중요한데, 예컨대 미국인이나 한국인이라면 출근할 때,
자가용이나 지하철을 이용하겠지요. 하지만 아이티나 르완다에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똑똑하고 열심히 일을 하여도 자가용이나 지하철을 이용 못하고 걸어서
일터로 갈 것이며 작은 오두막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이처럼 태어난 장소와 시간이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국부(國富, national wealth)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지역지리학의 기본적인
과제입니다.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할까요? 일인당
연소득에서 노르웨이와 미국처럼 부유한 국가는 부룬디공화국과 예멘 같은
최빈국보다 무려 40배나 높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든 찾아낼 수 있다면, 가난한 국가들도 그 해답
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유한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계의 방문객이 네덜란드와 아프리카의 잠비아를 방문했다고 합시다.
네덜란드는 겨울이 지겹도록 길고 여름은 짧아 농부들이 1년에 한 번밖에 수확
을 하지 못합니다. 값비싼 광물이 매장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땅은
해수면보다 낮고 평평해서 댐을 쌓아 수력발전을 하지도 못합니다. 따라서
석유와 석탄을 수입해 대부분의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고, 더욱이 독일과
같은 강대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불운까지 있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독일에게 침략을 당한 과거가 있습니다.

반면에 잠비아는 남아프리카에 위치하고 있는데, 거대한 댐들이 생산하는 수력
에너지로 국가의 모든 소비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고 전기가 너무 많아 이웃
나라에 수출하기도 합니다. 광물이 무척 풍부하고, 기후가 따뜻해서 1년에
여러 번 수확할 수도 있습니다. 평화롭고 안정된 민주국가여서 자유선거가 실시
되고, 이웃 국가와 전쟁을 벌인 적도 없으며 외세의 침략을 당한 적도 없습니다.
잠비아 사람들은 친절하고 근면하며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외계인들은 당연히 잠비아가 네덜란드보다 훨씬 잘 살거라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인의 평균소득은 잠비아인의 평균소득보다 100배나 높습니다.
잠비아가 거의 모든 면에서 유리하고, 네덜란드는 거의 모든 면에서 불리한데도
네덜란드가 잠비아보다 훨씬 부유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나는 “지리적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적 요인”입니다.

<1> 지리적 요인
지리적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위도”입니다.
대체로 온대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열대지역의 국가들보다 부유한 편입니다.
흥미롭게도 위도가 국부에 미치는 영향은 위도 상에서 남북으로 길게 넓은 지역
을 차지하는 개별국가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예컨대 미국의 북동부, 즉 온대지역에 있는 뉴욕 주와 오하이오 주는 열대지역에
가까운 남동부에 위치한 미시시피 주와 앨라배마 주보다 훨씬 부유합니다.

온대국가에 비해 열대국가가 가난한 데는 두 가지 주된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낮은 농업 생산성이고, 다른 하나는 열악한 공중 보건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열대지역이 온대지역보다 곡물 수확량이 높아야 합니다.
강우량도 풍부하고 1년 내내 햇살이 비추지만 농업생산량이 낮은 이유가
1) 토양의 비옥도가 낮고 박토(薄土)이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와 미국 등 온대
지역의 농지는 심토(深土)이고 비옥한 편입니다. 빙하가 미국과 이탈리아의
넓은 지역을 반복해 오르내린 덕분이지요. 정확히 말하면,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된 빙하기에 빙하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북쪽으로 되돌아
가는 과정을 적어도 22번 가량 반복한 덕분입니다. 빙하가 바위를 문질러 부서
뜨리며 새로운 흙을 만들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영양분도 흙에 더해졌습니다.
반면에 열대지역은 얼음으로 뒤덮힌 적이 없어, 영양분이 풍부한 새로운 흙
으로 재생되는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2) 온대림에서는 나뭇가지와 낙엽 등이 땅에 떨어져 천천히 썩어가며 토양에
오랫동안 영양분을 방출하는 유기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열대는 높은 기온
으로 신속히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되고, 잦은 비로 영양분이 토양에 스며들
틈이 없이 다시 바다로 씻겨 나갔습니다.

열대국가들이 가난한 경향을 보이는 또 하나의 주된 이유는 열악한 공중
보건에 있다고 했습니다. 열대지역은 일반적으로 동식물의 종이 풍부합니다.
종의 풍요로움은 질병을 일으키는 종, 즉 기생충과 땅벌레, 곤충과 세균 등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공중 보건을 담당하는 관리자들은 세계 최고의 공중 보건 대책
은 온대지역의 추운 겨울이라고 농담하기도 합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에
기생충과 세균이 죽기 때문입니다.

<2> 제도적 요인
국부(國富)의 차이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대답은 제도적
요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제도가 시민들에게 뭔가를 생산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국부의 증가를 유도하는 데 무척
효과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해악적 역할을 하는
제도도 있는데, 그런 나라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이러한 제도적 요인에 가장 흔히 인용되는 세 사례는, 지금은 제1세계의 생활
수준을 누리는 한국과 달리 극단적으로 낙후된 북한이 있고, 옛 서독의 풍요와
달리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옛 동독의
낮은 경제 수준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리브해의 히스파니올라 섬입니다.
서쪽을 차지한 아이티는 가장 가난한 국가인 반면에, 동쪽을 차지한 도미니카
공화국은 부유한 국가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개발도상국으로 아이티보다
6배나 부유합니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좋은 제도(good institution)'는 국민 개개인에게 뭔가를
생산하고자 하는 의욕을 자극함으로써 국부의 증강을 유도하는 경제,사회,
정치적 제도를 뜻합니다.
경제학자들이 찾은 12가지의 좋은 제도를 짤막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 좋은 제도의 분명한 증거는 부패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부의 부패
가 없습니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동기를 부여받습니다.
2. 개인적인 재산권을 안전하게 보장받습니다. 정부의 무분별한 몰수나
민간 기업의 착취가 없습니다.
3. 정당한 법의 지배, 즉 “법치”가 이루어집니다.
4. 공적인 계약이든, 사적인 계약이든 정부의 든든한 보증과 보호가 있습니다.
5. 금융자본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주식시장, 벤처자본시장, 부동산
시장이 있습니다.
6. 신변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입니다. 즉 살인이나 강도 같은 범죄율이
낮은 사회입니다.
7. 효과적인 법의 집행과 유능한 인재를 모으는 “효율성 높은 정부”가
있어야 합니다.
8. 장기적인 재무전략으로 인플레이션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9. 국가내에서나 국가간에 원활한 자본의 흐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10. 무역장벽이 없이 상품의 흐름이 원활한 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11. 변동환율제도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자국 통화를 외화로 교환해서
외국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12. 인적자본에 대한 교육투자가 있어 국민 전체의 경제 잠재력을 개발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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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교수의 신작을 한번
보았습니다. 그의 대표적 저서인 <총,균,쇠>는 예전에 제가 한번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인류문명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로 <총,균,쇠>
는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었습니다.

오늘 책은 인류 문명이 직면한 중대한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또 가난한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먼저 한 인간이 어느 나라에, 어느 시기에 태어났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세계 최부국인 독일도 1920년대에 세계대전 패배 이후 극심한 가난과 실업에
고통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도 1930년대 태어난 사람과 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은 같은 위도, 같은 장소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습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국가의 부를 결정짓는 요인을 크게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같은 제도의 한 나라에서도 위도에 따라 부의 차이가 존재를 합니다.
반면에 같은 위도이지만 국가의 제도에 따라 한국과 북한,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동독과 서독, 의 부는 극심한 차이가 있지요.

상당히 흥미로웠던 내용 중 하나가 온대지역보다 열대지역이 박토이고, 땅의
영양분이 적다는 것이었네요. 수백만 년 동안 산맥만한 빙하가 22회나
오르내리면서 땅을 풍요롭게 했다는 사실과, 열대의 더운 날씨로 동물이나
벌레의 다양성과 풍부함으로 농작물의 작황이 좋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의외
였습니다.
또한 최고의 보건방역 대책이 온대의 추운 겨울이라는 이야기도 흥미
롭습니다.

우리나라를 저자의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일단 지리적인 요인은 다행하게도
훌륭한 편입니다. 온대 지역에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요인은 같은 위도의 북한과 비교해 잘 사는 것 보아서는 분명
잇점이 있지만, 저자가 제시한 제도적 요인에 대입하여 보면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많아 인재의 풀이 풍부한 장점은 있으나, 정부나 사회의
부패정도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올바른 법의 집행과 인재의 양성에 힘쓰는 “효율적인 정부”가 필요하지만
유럽의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자는 부와 좋은 제도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수많은 국가들의 성쇠흥망을 겪어 왔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습
니다.
좋은 제도와 지리적 요인도 서로 완전히 무관한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후손들을 위해 올바른 제도와 좋은 정부를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같이 고심을 해보시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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