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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힘>

by 해헌 서재

<철학의 힘> 김형철

--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질문”


강 일 송


오늘은 우리의 삶에서 마주하는 많은 고민들과 문제들을

푸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철학적 고찰을 한국의 마이클

샌델이라고 하는 저자의 책으로써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는 김형철(1955~)교수인데,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하고 미국 볼링그린주립대학교에서 석사, 시카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한국철학회 부회장을 하고

있는데, 연세대학교 ‘Best Teacher'로 선정되었고,

‘대한민국 최우수 인문학 강의 교수상’을 수상을 한 명강사

로 이름높습니다.


책의 철학적 여러 주제 중, “인생은 왜 짦은가”와

“삶은 왜 불공평한가”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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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왜 짧은가


@ 그 많던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겨울이 찾아오고 연말이 다가오면 문득 허탈해진다.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연말이라니...

네덜란드 심리학자 다우베 드라이스마는 우리가 과거를 기억

할 때 '망원경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망원경을 통해 사물을 보면, 손에 잡힐 듯이 선명하고 세밀하게

보여서 그 물체까지의 거리가 실제보다 짧게 느껴진다.

과거를 돌아볼 때도 망원경으로 보듯이 지난 기억들이 확대

되어 보이기 때문에 시간의 거리가 축소된다.


@ 인생이 짧은 세 가지 이유


인생이 왜 짧게 느껴질까?


첫째, “할 일이 많아서 인생이 짧다.”

시간은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 할 일은 산적한데 늘

시간이 부족하다.

둘째, “과거를 망각하기 때문에” 인생은 짧다.

살아온 날들은 길지만 기억의 용량이 적어, 지난 시간이

한순간처럼 느껴진다.

2006년, 살아온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여성에 대한 놀라운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질 프라이스라는 이 여성은 “과잉기억

증후군”으로 어린 시절 받은 상처, 남편을 잃은 기억, 잊고

싶은 모든 기억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늘 괴로움에 시달렸다.

망각이야말로 커다란 축복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인간에게 망각이란 일종의 생존을 위한 기술이다. 우리는 선택

적인 기억을 통해 부정적인 기억을 지우고 미래를 향해 새롭게

나아갈 수 있다.

셋째, “시간을 낭비”하기에 인생이 짧다.

과거를 재차 돌아보면 그만큼 나의 현재가 멈추고 시간이 낭비

된다. 나이 든 사람들은 자주 ‘그때가 참 좋았다.’라고 말한다.

물론 소중한 추억이겠지만, 과거의 향수에 황금같은 현재를 소진

하고 있다.


@ 내일이 궁금해지는 순간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짧게 느낀다는 것은 곧 좋은 인생을

살고 있음을 뜻할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선배는 5년 단위로 인생을 계획하라고 말한다.

“5년 단위로 계획을 해라. 은퇴까지가 아니라 120살까지 계획을

해. 아니 그냥 영원히 살 것처럼 계획을 해라.”

계획이 있으면 내일이 궁금해진다.

내일이 궁금하고, 내년이 궁금하고, 앞으로의 시간이 궁금하면

인생은 짧게 느껴진다.

죽음 앞에서 ‘지겨운 인생을 지금까지 이어왔구나’하고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즐기기에도 짧은 생이었노라’라며 여한 없이

눈을 감을 것인가.

시간이 빨리 흐르고 인생이 짧게 느껴진다면 축복으로 여겨도

좋다. 당신은 지금 밀도 있는 삶을 살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 삶은 왜 불공평한가.


@ 불평등의 핵심, 가족


삶은 왜 불공평한가? 불평등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보기에 삶이 불공평해지는 주요 원인은

놀랍게도 ‘가족’이었다.


첫째, 가족은 구성원마다 각기 다른 재능을 지닌 채 태어난다.

둘째,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 다르다.

셋째, 가정교육을 포함해 교육 수준이 다르다.

DNA, 재산, 교육의 불평등을 유발하는 이 세 가지가 나오는 곳이

바로 가족이다. 결국 인간의 불평등은 가족이라는 제도에 기인한다.

엥겔스는 심지어 불평등을 유발하는 조건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족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삶은 구조적으로 불공평하다. 가족은 가장 불평등한 조직이며

불평등한 관계다. 부모, 자식, 형, 동생 등 가족 구성원은 위계

질서에 놓여 있다. 서양도 그렇지만 동양의 유교에서는 가족간

위계질서를 심화시킨다.

유교는 가족 내의 불평등을 사회로 연장했다. 사회와 공동체도

가족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임금은 부모와 같고 신하는 자식과

같다고 말한다.


@ 공평, 불공평에 대한 여러 입장들


예수는 마태복음에서, 남과 비교하지 말라, 불공평하다고 불평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비교하지 않으면 불공평도 없다

고 하였다.

존 롤스는 일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 공평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지닌 능력, 집안 배경, 학력 등이 모두 내 노력

에만 의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또한 전 세대가 물려준 유산을 기반으로 한다.

사회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 그래도 이 정도면

나는 살만하다 라고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도록 분배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했다. 바로 ‘차등의 원칙’이다.

로버트 노직은 이에 반대하며 각자의 자유에 의해 맺은 계약

으로 발생하는 불평등은 정당하다고 말한다.

노직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소유에 대해 정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면 그 분배는 정의로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트 흄은 정의를 자연적인 덕목이 아닌

인위적인 덕목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이타심을

발휘하는 존재이고, 타인의 재산권 침해, 사기, 기만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누구나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의지는 공평하게 주어졌다.


불공평을 확장하거나 증폭하는 사회적 제도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로또이다. 경마를 비롯한 각종 도박들 역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그런데 모든 이의 삶을 반드시 공평하게 만들어야 하는가?

올림픽에서 우리는 자발적으로 1등에게 박수를 보내고

선망하며 승자가 부와 명예를 독식하는 구조를 만든다.

인간은 공평하기를 원하면서 한편으로는 공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기와 질투가 존재한다.


세상은 그다지 공평하지 않다. 타고난 재능과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기회를 얻어야 하며

능력만으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같은 출발선상에

있지만 운이 좋아서 성과를 얻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현실의 삶은 불공평하지만 인간에게는 질투와 시기, 비교

라는 한계와 싸우며 공평함을 추구하기 위한 의지가 주어져

있음은 분명하다.

모든 인간이 한계를 지니고 태어난 것처럼, 의지 또한

공평하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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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삶의 여러 질문에 대한 철학자의 답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인 김형철교수님은 강의나 강연에 능한 명강사로 알려져

있고, 개인적으로도 연세대의 한 교육과정에서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청중을 흡인하는 능력이

탁월하신 분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 중 두 가지만 선택하여 오늘 살펴보았습니다.

첫번째 질문인 "인생은 왜 짧은가" , 즉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

습니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것을 "망원경 효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생을 짧게 느끼는 이유가 우리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이고, 또한 망각을 하기 때문이고,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이

라고 명료하게 정리를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짧게 산 듯 느껴지는 인생은 보람된 인생

이었음을 말합니다.


인생을 5년 정도의 짧은 단위로 계획을 하고 궁금해하고

기대를 하면서 미래를 맞이하라는 현실적인 충고도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인 "인생의 불공평함"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

습니다. 놀랍게도 인생사 불공평함의 원인이 엥겔스의

말을 빌려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현대의 가족이란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최후의

행복의 보루이고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지는 영역

일진대, 저자는 가족 구성원간의 유전적 소인, 재산, 교육정도

를 들어 불평등함의 원천으로 지목합니다.


이 견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의

많은 문제가 가족간의 권력이나 부의 세습으로 인해 생김을

본다면 완전 틀린 주장은 아님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올림픽이나 로또, 경마 등의 예를 들면서, 인간은 공평함

을 추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는 이중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서의 삶이 불공평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또한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인간 의지의 존재를 피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의지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 세상의 광범위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는 상당히 역부족이지

않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의 의지와 사회 구성원들의 약자에 대한 배려, 공감 등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이 불공평하고 강팍한 세상이 조금씩

더 정의로운, 살맛나는 사회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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