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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

<오, 클래식>

“그저 클래식이 좋아서~~”

by 해헌 서재

<오, 클래식> 홍승찬

-- “그저 클래식이 좋아서~~”


강 일 송


오늘은 클래식을 소재로 한 에세이집을 한 권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홍승찬(1962~)교수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음악학과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서양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예술의 전당 공연예술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예술종합

학교 예술경영 전공 교수이며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월간 <객석>에 연재한 음악 칼럼 위주로 이 책을 엮었다

하는데 그중 몇 편을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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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무심함을 깨우치는 것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공동체 문화의 봉우리입니다. 멀리서도 잘 보여 한

문화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밋밋한 삶이 지겨울 땐 봉우리에 올라 발밑으로 보이는 스스로

를 깨닫기도 하고 저 멀리 너른 세상을 바라보며 꿈을 꿉니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 우리를 이끌고자 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신영복 선생은 예술의 본령을 일컬어 “우리의 무심함을

깨우치는 것”이라 한 것입니다.


예술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뛰어나고 훌륭할수록 감쪽같습니다.

예술가 스스로도 최면에 걸려 진짜인 줄 압니다.

예술도 환상을 만들고 정치도 환상을 만듭니다. 미디어는 환상

을 팔아서 먹고삽니다.

예술은 환상은 어디까지나 환상일 뿐이니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말하지만, 정치는 환상을 두고 어엿한 현실이라며 거짓말을

합니다.


사랑도 예술도 적당해야 합니다.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푸념이

됩니다. 마음에 품은 걸 다 쏟으려다가 결국은 상대를 질리게

만듭니다. 살짝 비켜서기도 하고 잠자코 들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숨죽여 그 놀라운 기적에 경의를 표하고 감당 못할

축복을 삼가 받들어야 하기도 합니다.


★ 온 세상이 한갓 무대일지니


좋은 소설을 읽거나 잘 만든 연극을 보고 나면 줄거리나 장면보다

등장인물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성격과 처지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그렇게 이야기와

삶이 펼쳐집니다.


온 세상이 한갓 무대일지니, 모든 남녀는 한낱 배우일 따름이다.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셰익스피어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연극(play)은 놀이(play)입니다. 한바탕 노는 겁니다.

연극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 다 그렇습니다. 한세상 잘

놀다 가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사는 겁니다.

인생은 연극입니다.

누구라서 미래를 알겠습니까. 때가 되면 어차피 알게 될 일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당장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기다릴

뿐입니다.

그게 바로 너 나 없는 우리네 인생입니다.


★ 혼자가 모두가 되고 모두가 하나를 품는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는 소통입니다. 말이 통하고 글이 통하고 서로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겁니다. 그래서 뜻이 하나로 모아져 함께 뭔가를 해내겠다는

게 문화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져 모두가 누리고 있는 것이 문명

입니다.

문화는 혼자가 모두가 되는 것이고 모두가 하나를 품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문화가 삶의 보람이자 긍지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예술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언젠가는 더 이상 따로 경영에 힘쓰지

않아도 예술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경영이 없어도 되는 예술을 꿈꾸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술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요? 예술이 없어도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충분히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한결같이 맛깔나고 멋스

러워, 보고 듣고 만지며 느끼는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 이전에 작곡한 오페라들은 다 버려도 좋다.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 <투란도트>”


오늘날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아마도 1800년대 이후 100여 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오페라일 것입니다.

로시니에서 시작된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르네상스는

벨리아와 도니제티를 거쳐 베르디에 이르러 그 절정에 이르렀고

푸치니가 그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그런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가 <투란도트>인데, 이 작품을 끝으로

이탈리아 오페라는 다시 긴 겨울잠에 들어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쓰면서 그는 “이전에 작곡한 오페라

들은 다 버려도 좋다.”고 했을 정도로 애착과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중국의 아름다운 공주 투란도트는 할머니가 적군에게 유린당한

과거의 악몽을 떨치지 못해 남성을 혐오하고 결혼을 기피합니다.

그럼에도 구혼자들이 줄을 잇자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서 그 답을

맞히면 결혼을 하고 아니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조건을 내걸었

습니다.

많은 이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하여 목숨을 잃고 맙니다.


이때 나라를 잃고 떠돌던 타타르의 왕자 티무르가 나타나 공주의

수수께끼를 풀었지만 얼음 같은 공주의 마음은 왕자의 사랑을

거부합니다. 그러자 왕자는 다음 날까지 공주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자기 목숨을 내놓고, 아니면 공주가 자기와 결혼해야

한다는 제안을 합니다. 궁지에 몰린 공주는 왕자의 시녀인 류를

잡아들여 모진 문초로 이름을 알아내려 하지만, 왕자를 몰래

짝사랑했던 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왕자를 지킵니다.

왕자의 용기와 류의 사랑에 감복한 공주는 결국 마음을 열어

왕자를 받아들이고, 드디어 두 사람은 결혼에 이릅니다.


이 오페라에서 정작 푸치니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왕자와

공주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이 아니라

혼자만의 쓸쓸한 사랑일지라도 그 사랑을 위해서라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참사랑의 희생과 헌신이었습니다.

어쩌면 스스로 많은 사랑을 했음에도 이처럼 고귀한 사랑에는

결코 단 한 번도 이르지 못했던 푸치니이기에 더더욱

큰 아쉬움을 이렇게라도 달래려 했는지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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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클래식에 관한 예술대학 교수의 글을 보았습니다.


먼저 그는 예술의 정의를 신영복선생의 "무심함을 깨우치는 것"

이라는 말을 빌려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환상을 통해 사람들을 쉬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고

정치와 미디어도 우리에게 환상을 주는 것은 같다고 합니다.


결국 예술은 현실에서 먹고 사는 것과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지만,

사실 먹고 사는 것을 가장 제대로, 잘 하게 해주는 의미에서 본다면

가장 현실과 예술은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글을 보면 인생은 무대에서 한갓 연극을 하는 play 라고

말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인용합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학생의 역할을 맡기도 하고, 회사 부장의 역할을

맡기도 하며, 부모의 역할, 친구의 역할 등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살게 됩니다.

인생은 무대 위에서 있으면 비극이고, 무대 아래에 있으면 희극이란

말도 참으로 진리입니다.


다음은 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문화란 결국 타인과의 소통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소통이 모두를

하나이게 하고, 하나를 전체가 품을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어우러지고 부딪치면서 생긴 삶의 패턴과

양식이 문화라고 본다면, 그 바탕에는 필연적으로 소통과 연결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투란도트 오페라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있습니다.

100년간 지속된 이탈리아의 오페라 전성시대의 대미를 장식한

푸치니의 마지막 대작인 <투란도트>.

그 스토리에는 흔한 사랑의 이루어짐이 아닌 비극과 갈등이 내재

되어 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더욱 간절하고 애타는

사랑의 아이러니.

그 사랑이 이 대작의 바닥에 고고히 흐르고 있습니다.


저자인 홍교수는 다재다능하고 다방면의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연출가입니다. 오늘 그는 이책을 통해 클래식이 시대를 초월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주며 살아갈 힘을 준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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