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인간, Homo Viator>
-- “정신과 의사가 전하는 여행의 심리학”
강 일 송
오늘은 여행에 관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정신과의사로서 늘 환자들에게 마음의 치유와 행복의
방법을 전해주다가, 문득 자신의 내면의 공허함을 발견하고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저자인 문요한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부터
정신과의사로 지내왔습니다. 스스로의 자유와 행복을 찾기 위해
다닌 여행의 기록과 그의 지적 정신세계를 이 책을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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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을 즐길 때 삶은 열린다.
--“유연함”으로의 여행
◉ 불확실성과 친구되기
2015년 3월 5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지 27시간 만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긴 여정으로 인해 피곤함을 느낄 새도 없이, 심사를 마치고 공항
로비에 나왔을 때 순간 긴장이 느껴졌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낯선 곳, 그것도 내가 살던
곳과 정반대편에 있는 가장 먼 땅에 온 것이다.
내가 혼자라는 것이 실감이 나자 갑자기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멍해졌다. 첫 며칠은 불안감과 함께 생활을 하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성수기가 아니었기에 숙소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뭐든 내 맘대로 하면 되었다.
나는 내 기분에 집중하기로 하였고, 서서히 자유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능한 한 쉬고 싶은 곳에서 쉬었고, 하고 싶은 것에 이끌려
여행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불안과 공포를 준다. 위험은 예측 가능하기
에 피할 수도 있지만, 불확실성은 예측 불가능하기에 더 높은
강도의 불안을 안겨준다.
인간은 불확실성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확실한 것을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해 왔다. 설명이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성과 지식은 지적 호기심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동력으로 삼아 발달해 왔다.
어떤 사람들은 신화나 종교의 이름으로, 어떤 사람들은 철학이나
과학의 이름으로 이 불확실한 세상을 설명해 왔다.
그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통제감과 안도감을 준다.
예컨대 홍수나 가뭄이 나거나, 화산이 폭발하거나, 바다에 태풍이
부는 것과 같은 자연재해를 어떤 신이 노해서라고 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 대처법 또한 명확해진다. 어떻게든 신의 노여움을
풀어주면 된다. 살아 있는 생명을 속죄의 제물로 바치거나
정성을 다한 의례를 올리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너무 확실하고 안전한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
을 힘들게 살아간다. 세상에 대해 확실하고 완벽한 준비를 하기
도 힘들거니와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세상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고 변화를 하고 있기에 맞추어 나가기가 어렵다.
목표 지점의 좌표를 정해놓고 출발했는데, 중간에 그 좌표 자체가
계속 이동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려면 새로운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심리적 유연성”이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잘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선택과 행동을
달리할 줄 알아야 한다.
예술은 과학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하고 명확히
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삶 또한 과학보다 예술에 가깝다.
우리 삶은 모호함과 불확실성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 삶으로서의 여행
여행도 마찬가지다. 확실성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여행은
재미없어지고 좁아지고 닫히게 된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받아
들이는 순간, 여행은 보다 즐겁고 넓어지고 열리게 된다.
때로는 준비를 많이 한 여행보다 적게 한 여행의 즐거움이
더 클 수도 있다.
삶에서 발전은 오직 시행착오와 후회, 그리고 이를 통한 개선
으로 이뤄진다. 우리는 지난 선택을 비난하는 대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삶을 성장시키고 새로운 삶을 창조할 수 있다.
우리는 실수하고 헤맬 수 있는 권리와 그로부터 배워야 하는
의무가 있다.
여행에서 우리는 앞을 향해 걸어간다. 실수와 방황에 관대해
지고 시행착오를 허락한다.
도시에서는 문제와 불편을 만나면 어떻게든 빨리 불편함을
없애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이럴 때
마다 누군가를 불러 일을 맡길 수 없다. 맥가이버처럼 스스로
현재 있는 것을 가지고서 문제와 불편을 해결해야 한다.
어설프지만 때로는 창의적이고 멋진 해법도 생각해 낼 수
있다. 이는 여행의 또다른 기쁨이다.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의 문제 해결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하버드대학교의 인생성장보고서에 따르면 행복은 고통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고통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여행의 즐거움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나 불편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좀더 심리적으로 유연해진다면 여행에서 고생은 즐거움
으로 바뀌고, 불편함은 더없는 행복으로 전환되며, 풀어야 할
문제는 어느 순간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 테오필 고티에는 <에스파냐>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행의 즐거움은 장애물과 피로감에 있다. 심지어 여행 중의
위험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이다.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큰 불행 중의 하나는 뜻밖의 사건이나 모험거리가 없다
는 점이다. 모든 것이 너무도 잘 정돈되어 있으니까.”
◉ 길이 끝나는 곳에서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에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은 불확실성과 즉흥성에
기초한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해변의 풍경에 이끌려 이름
없는 바닷가 마을에 내렸을 때, 여행지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또다른 여정을 시작할 때,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곳에서 헤맬 때, 악천후로 인해 그다음 여행지로 가는
길이 끊어져서 오도 가도 못할 때 진짜 여행은 시작된다.
여행은 일상과 달리 불확실한 것 투성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겠다는 것 자체가 질서를 벗어나 불확실한
세상에 기꺼이 머무르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불확실성을 제거할수록 여행의 자유로움과 묘미 또한
사라지기 쉽다.
여행은 불확실성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려는 우리에게 불확
실성과 친구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처럼 잘 닦여진
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명확한 방향을 정하고 확신에
차 걷는 사람들이 아니다.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뎌낼 줄
아는 사람들이다.
다만 자신이 걷는 길 자체를 사랑하고 자신이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 자신의 시도 하나하나가 모여 곧 길이 된다는 믿음
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여행은 결국 삶으로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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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생의 한 순간에 스스로의 메마름을 느끼고 그 공허함을
해결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저자의 글을 보았습니다.
"여행"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대체로 기대, 설렘, 들뜸 등을
일으키는 몇 안 되는 단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저자처럼 이 세상을 살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일에 파묻혀 진정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지에 대한 생각
없이 지내는 현대인들이 엄청 많겠지요.
이 때 여행은 사람들에게 구원의 피난처로 작동을 합니다.
하지만 여행의 기쁨은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에 가장 크고 막상 여행에
접어들면 수많은 불편함과 어려움도 만나게 됩니다.
이에 저자는 여행이 주는 불확실성과 불편함이 오히려 스스로를
단련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는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너무 철저하게 계획된 여행보다는 수많은 변수가 있는 여행일
수록 더욱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삶은 여행과 참 많이도 닮아있습니다.
안전하고 확실하고 예측 가능한 것을 추구하지만, 결코 삶과 여행은
그러한 것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러한 곳에는 삶이나
여행의 참 의미가 존재하지도 않고요.
우리가 할 일은 삶과 여행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거기로부터 수반되는 수많은 사건이나
만남에서 삶의 가치와 묘미와 기쁨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책을 보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본문에 나왔듯이, 이름모를 바닷가에 내려 낯선 광경의 해변을 걷고
싶어지기도 하고, 처음 가본 도시를 무작정 걸어 보고도 싶습니다.
이처럼 여행이란 설레는 상상부터 이미 시작이 되겠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