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철학의 위안> 알랭 드 보통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강 일 송
오늘은 이 시대의 뛰어난 작가이자 철학가, 저술가인 알랭 드
보통(1969~)의 책을 한번 보겠습니다.
그는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태어났으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에서 수학을 했습니다. 우아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문학과
철학, 역사를 결합하여 뛰어난 문체로 표현을 하여, 2003년
에는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저서로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공항에서 일주일을” 등 여러 베스트셀러가
있습니다.
오늘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를 통한 “좌절한 존재들을 위한”
글을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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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아학파의 거장 세네카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BC4-AD65)는 로마령의 에스파냐 코르
도바에서 태어났다. 유력한 가문의 아들이었던 그는 곧 로마에 들어와
교육을 받는다. 그의 아버지는 수사와 웅변에 뛰어났던 노(老) 세네카
이고, 그의 형은 신약성서의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갈리오(Lucius
Iunius Gallio) 총독이며 그의 동생인 멜라(Annaeus Mela)는 로마의
대표적인 시인 중 한 사람인 루카누스(Marcus Annaeus Lucanus)의
아버지다.
하지만 그는 평생 동안 뜻밖의 재앙을 많이 겪었고 또 목격했다.
화산폭발로 폼페이가 초토화되었고, 로마와 루그두눔(지금의 리옹)이
불로 잿더미가 되었다.
개인적인 상실감도 컸었는데, 그는 정계진출을 위해서 훈련을 받았
지만 20대 초반에 결핵으로 의심되는 병으로 6년동안이나 앓는 바람
에 자멸적인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그의 늦깎이 정계 입문은
아무 잘못도 없이 메살리나 황후의 음모로, 불명예 속에 코르시카
섬에서 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다.
마침내 그가 로마로 다시 부름을 받은 후 얻은 직책은 제국의 관리 중
가장 숙명적인 자리인 아그리파나의 열두 살이 된 루키우스 도미티우스
아헤노바르부스의 가정교사였다. 이 인물이 바로 15년 뒤에 세네카
에게 아내와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살하도록 명령을 내리게 되는
네로 황제이다.
◉ 세네카의 좌절에 대한 설명
이를테면 발을 밟히는 것에서부터 뜻하지 않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좌절의
영역은 엄청나게 넓을 수 있지만, 모든 좌절의 핵심에는 우리의 희망과
그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이라는 기본적인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세네카는 인간이 지혜를 얻는 것은 그런 현실에 분노, 자기연민, 고뇌,
독선등으로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을 살아갈 요령을 터득함으로써
가능하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철학의 임무는 우리의 기대가 현실 세계의 단단한 벽에
부딪힐 때에 가능한 한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 분 노
세네카에 의하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 이 세상과 다른 사람들의 존재 유형에 대해서 품고 있는
지나치고 위험천만한 낙천적인 견해들이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포기하기만 하면 우리가 그렇게 분노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가 예상치 못했던 것에 가장 큰 상처를 받기 때문에
또 따라서 모든 것을 예상해야 하기 때문에 (“운명의 여신이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은 없으므로”), 우리는 늘 마음속에 재앙을 당할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세네카는 제안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약간의 충격 약간의 타격에도 터질 수 있는 혈관,
자연 그대로의 상황에서는 무방비이고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고, 운명의 여신이 내리는 온갖 모욕에 고스란히 노출된, 허약하고
부서지기 쉽고 발가벗은 육체.” -- 마르키아에게 보내는 위로문
★ 운명의 여신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 도덕에 관한 서한
★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의 운명도 도시들의
운명과 같이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다. 많은 도시들이 얼마나
자주 단 한 차례의 지진으로 폐허가 되었던가.
우리는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들에 묻혀 살고 있다.
-- 도덕에 관한 서한
◉ 근심이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심리적 동요를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런 경우 당사자의 마음에는 어떤 일이 최선의 결과로 끝났으면 하는
마음과 최악의 결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하게 된다.
◉ 현명한 사람은 운명의 여신이 내린 모든 선물을 버리고 조용히 걸어
나갈 수 있다. 그는 아무것도 잃을 수가 없다. 그는 모든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가 모든 좌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인류의 위대한 성취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가 가진 독창성의 원동력은
“이것이 꼭 이런 식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바로 그런 물음
에서 정치 개혁, 과학 발전, 보다 개선된 인간관계, 더욱 훌륭한 책
들이 탄생하게 된다.
좌절을 거부하는 로마인들에게서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겨울 추위를 혐오한 그들은 마룻바닥에 난방장치를 설치했으며,
진흙길을 걷지 않으려고 길을 포장했다. 도시에 많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토목기사들은 수원(水源)에서 수로와 파이프로 산과 계곡을 가로
질러 무려 80킬로미터나 되는 수도교를 건립하였다.
★ 세네카가 말하는 지혜
우리가 마음먹은 현실을 자유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상황과, 변화 불가
능한 현실을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상황을 올바르게 구분하는
것이 바로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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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알랭 드 보통의 시각으로 로마시대의 철학자 세네카의 저서를
재해석하여 현대의 불안과 좌절을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글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책을 고를 때, 일단 그 저자의 이름만으로 믿고 읽는 경우
가 있는데, 알랭 드 보통이 그런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그는 방대한 지식과 폭넓의 사고로 글을 쓰고, 또한 위트있고 통찰있는
문체로 독자들에게 다가갑니다.
오늘은 로마의 후기 스토아학파 철학가인 세네카의 글들을 소개하면서
현대의 문제들과 함께 묶어 지적인 향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네카는 아주 유력한 가문에서 태어난 똑똑한 젊은이였지만, 결핵으로
인해 데뷔가 늦어졌고, 로마의 권력의 중심에 접근했지만 누명을 쓰고
섬에 8년이나 유배를 당합니다.
이는 이전에 소개한 중국의 대문호 소동파와 비슷한 삶의 궤적을 보여
주지요. 소동파는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정쟁에 휘말려 조정 재임, 지방
전출, 유배 등의 사이클을 평생 돌아야했습니다.
세네카도 다시 정계로 복귀하여 왕자의 사부가 되어 가르쳤으나
자기 어머니와 아내까지 죽인 네로 황제는 그 스승마저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세네카는 평소 존경하던 소크라테스처럼 담담히 그의 운명을 받아들
입니다.
그는 철학의 임무가 기대와는 늘 다른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이를
원만히 수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가 젊은 아들을 먼저 잃어 애통해하고 있는 마르키아에게 보낸
위로의 글에서, "인간이란, 운명의 여신이 내린 온갖 모욕에 고스란히
노출된 발가벗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운명의 여신이 내린 모든 것을 수용하고
담담히 나아가는데, 이미 자신의 내면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네카가 말하는 지혜를 한 번 더 반복해보겠습니다.
"우리가 마음먹은 현실을 자유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상황과, 변화 불가
능한 현실을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상황을 올바르게 구분하는
것이 바로 지혜이다."
오늘 하루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의 여신앞에 노출되어
있지만 평온한 마음을 잃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